자가진단키트 사놔야 해요? 바뀐 검사체계

작성일2022-01-27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자가진단키트가 다 팔려 박스만 남아있는 모습. 뉴시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순식간에 1만3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정부는 기존 체계로 이 같은 확진자 폭증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신속항원검사를 대폭 확대하는 방역 체계 전환을 발표했죠. 새 체계는 광주, 전남, 평택, 안성 등 4개 지역에서 26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고위험군에 대해서만 바로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시행하고, 그 외엔 자가진단키트 등을 이용한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받는 방식입니다. 선별진료소나 지역별 호흡기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로 음성이 확인되면 하루짜리 방역패스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4곳만이지만, 다음 달 3일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60세 이상 고령층, 역학적 관련자 등이 아니라면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더라도 PCR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당장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애매할 때마다 간단히 자가진단검사를 받으려는 수요까지 커지면서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관심이 확 높아졌습니다.

지역 커뮤니티나 맘 카페 등에서는 자가검사키트 구매 관련 질문이 잇따릅니다. 실제 일부 약국,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상품이 품절되는 경우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오미크론 대응 점검회의’에서 “생산물량이 충분해 보이지만 일시적으로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수급체계에 신경 쓸 것을 주문했죠. 자칫 2년 전 ‘마스크 대란’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동시에 ‘정말 품절 대란이 벌어질 상황이냐’는 반문도 나옵니다.

‘오미크론 대응 체계’에선 정말 무엇이 얼마나 바뀌는지, 자가검사키트는 정말 집집마다 상비해야 하는 것인지, 그 검사는 믿어도 되는지, 산다면 어디서 어떻게 살지 등을 [싹.다.정]이 정리했습니다.

신속항원검사? 자가진단키트? 뭐가 어떻게 다른가요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26일 먼저 시행된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 앞에서 의료진들이 PCR 검사 대상자를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6일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고위험군 중심으로 동네 병·의원까지 참여하는 진단검사 체계와 역학조사 체계의 전환을 4개 지역에서 시작한다. 2월 3일부터는 이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체계가 바뀌면 기존과 달리 60살 이상 고령층과 보건소에서 역학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판단돼 연락을 한 사람, PCR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은 사람, 자가검사키트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사람만 선별진료소에서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자각 증상이 있다거나 원한다고, 애매한 접촉 관계로 인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혹은 방역 패스용으로 PCR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새 검사 체계가 도입된 26일 오전 전남 여수시 선별진료서를 찾은 시민들이 의료진 설명에 따라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스스로 신속항원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는 모두 자가진단키트를 사서 집에서 검사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보건소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는 방법과 병원을 찾아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는 옵션이 있습니다.

자가진단키트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나 모두 항체 검사인 PCR과 달리 항원을 체취해 즉시 양성 여부를 확인하는 신속항원검사입니다. 이 중 자가진단키트는 말 그대로 누구나 약국이나 편의점,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구매해 자기 손으로 코 안에서 검체를 체취, 감염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도록 만든 키트입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방식은 비슷하나, 의료진과 같은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된 검사입니다.

자가진단키트라고 해서 집에서 혼자 내 손으로만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고위험자가 아니더라도 선별진료소를 방문할 수 있는데, 기존처럼 PCR 검사를 바로 받지는 못하지만 자가진단키트를 무료로 받아 양성 여부를 일차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옆에 이를 지켜보며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있고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바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집에서 혼자 하는 것과 차이가 있죠.

동네에 지정된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병원을 찾으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검사료는 무료지만 의사들이 진료를 보고 검사하는 만큼 소정의 진료비를 내야 합니다. 의원 기준 5000원이죠. 의사의 진료를 받는 데다 전문가용 검사기 때문에 증상이 있으면 좀 더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보건복지부 호흡기전담클리닉 현황(https://www.mohw.go.kr/react/popup_200128_5.html)을 보면 가까운 지역의 클리닉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 중앙방역대책본부 제공.

이를 보면 현재로선 집마다 자가진단키트를 ‘쟁여야’ 할지 애매한 측면이 있죠. 더군다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이가 방역패스가 필요할 땐 반드시 선별진료소나 병원을 방문해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합니다. 지정된 기관이 아닌 집 등에서 혼자 한 자가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더라도 공식적으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 거죠.

집에서 하는 자가진단, 언제·누구를 위한 검사일까
26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스스로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그런데도 자가진단검사 키트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온라인몰 11번가는 최근 열흘(1월16~25일)간 자가검사키트 거래액이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71% 증가했다고 집계했습니다. 특히 최근 4~5일 새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네이버에서도 자가진단·검사키트 검색량이 확 늘어났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일단 확진자가 늘어나다 보니 예기치 않은 확진자 접촉 가능성 역시 커졌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혹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거치면, 확진자와 접촉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을 수밖에 없죠. 보건소에서 분류하는 역학상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사회 통념상 검사를 받아 봐야 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세질수록 이런 상황은 더 늘 수밖에 없습니다. 자가진단검사 수요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근무 환경이나 개인적 사정 등으로 자주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 자가격리를 하면서 상태를 관찰해야 하는 경우나 기업이나 기관 등에서도 필요가 크겠죠.

특히 코로나19 유사 증상이 있더라도 그것만 가지고 PCR 검사를 받을 수 없는데, 일단 자가검사키트로 상태를 확인해보는 건 꽤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속항원검사는 PCR보다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확진자가 증상이 발현된 상태일 때는 양성을 감지하는 정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음성’…“자가검사 결과 신뢰 못 해” 우려하는 목소리들
그러나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양성 판정이 나왔더라도 최종 확진 여부는 PCR 검사로만 확인됩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양성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면 되도록 다른 이와의 접촉을 최소화해 선별진료소까지 이동할 것을 권합니다.

두 번의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다소 번거롭긴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입니다.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자가진단키트 제품들. '대량주문가능' 표시를 해둔 쇼핑몰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네이버스토어캡쳐

국내 식약처에서 공식 허가받은 자가진단키트 제품은 래피젠, SD 바이오센서, 휴마시스 등 3개 제조사 제품입니다. 이들은 해당 진단키트가 실제 음성인 사람을 음성으로 판정하는 특이도는 100%에 가깝고, 양성인 사람을 얼마나 정확히 양성으로 확인해 내는지를 말하는 민감도는 대체로 90%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높아 보이지만, 민감도 90%라는 건 감염자 100명 중 10명은 실제로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판정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더욱이 이 수치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민감도는 훨씬 낮다는 겁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내에서 허가된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41.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는 감염됐는데도 ‘가짜 음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절반을 넘는다는 겁니다. 그나마도 의료진에 의해 정확한 검사를 했을 때 얘기며, 일반인이 자가 검사할 경우 민감도는 20%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 10명 중 8명은 놓친다는 얘기가 됩니다. 학회는 “신속항원검사는 PCR보다 적어도 1000~1만배 이상 바이러스 배출이 많아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낮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학회는 그러면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무증상자에게 성능이 우수하지 못한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신속항원검사가 아닌, 성능이 우수한 PCR 검사를 더 적극 시행하고 의료인이 하는 항원검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역당국도 이런 문제를 부인하진 못합니다. 김갑정 방대본 진단총괄팀장은 학회 측의 지적에 “전문가인 의료인과 달리 개인은 (신속항원검사를) 할 때 검체 채취 방법 등 숙련도가 떨어져 정확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면서 “PCR 역량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동의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확진 폭증으로 PCR 검사량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정확성이 다소 떨어질 것을 감안하더라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가격 올리고, 동나고…“공급량 불안할 상황 아냐”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 자가진단키트가 다 팔려 박스만 남아있는 모습. 뉴시스

온라인 지역 커뮤니티와 맘 카페 등에는 “○○약국에서 자가진단키트 품절됐답니다” “○○편의점에 키트 있어요” “온라인에서 ○○원에 샀어요” 등 자가진단키트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관련 질문을 던지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한 세트에 3000원 정도 수준에도 구할 수 있던 키트 가격이 실시간으로 오르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던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가격대가 6000~7000원대까지 오른 겁니다. 오프라인 약국에서는 1만5000원 이상에 판매되는 등 가격 차가 큰데도 약국 곳곳에서 키트 품절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진단키트 종류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일단 약국으로 달려간 사람이 그만큼 많았던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제2의 마스크 사재기’가 벌어지느냐며 씁쓸해하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한 맘카페 회원은 “자가진단 키트 품절이 많다. 조금 전에 주문했는데 다시 들어가보니 품절이고, 비싼 것들만 남아 있다”면서 “남편이 보건소에서 주는데 왜 사냐 하는데, 마스크 때도 그렇고 못 믿어서 그런 것 같다”고 썼습니다. 또 다른 커뮤니티 한 회원은 “보건소에서 진단키트 받아서 의료진 있는 데서 해야 인정되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사재기를 조장하느냐”고 불만스러워했죠.

차분히 생각해보면 실제 검사 키트는 당장 예방 효과를 갖는 마스크 등과 달리 촌각을 다툴 정도의 품목은 아닙니다. 증상이 있는데 진단 키트가 없으면 병원이나 보건소를 가서 기다려 검사를 하는 정도의 불편함이 있을 수는 있죠. 그러나 자가진단으로 양성 판정을 받으면 어차피 보건소를 가 PCR검사를 받아야 하니, 치명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긴 어렵겠죠. 정부는 1~2회분 정도의 비상용 키트를 갖춰놓을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스크 대란 때와 달리 현재 생산량 자체가 적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손 반장은 “자가진단키트는 현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 각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제공하고 있다. 29일까진 배송을 끝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약국 판매 물량 공급도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수요 급증으로 일시적 품절이나 가격 인상 등이 빚어지는 상황에 ‘패닉 바잉’하기 보다는 잠깐 여유를 가져보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얘기죠.

오히려 검사 체계 변화에 따라 걱정할 것은 이날 진단검사학회 지적처럼 신속항원검사의 부족한 정확도를 어떻게 보완할 지일 겁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이 자가 검사를 할 경우 키트 사용법을 정확히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식약처 허가를 받은 3종의 자가검사키트는 모두 면봉(멸균 스왑) 길이, 폐기용 비닐 크기가 조금씩 다를 뿐 기본 구성품과 사용법은 비슷합니다.

자가검사를 하려면 우선 손을 씻은 뒤 비닐장갑을 껴서 면봉과 튜브 등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후 면봉을 양쪽 콧구멍에 순서대로 1.5㎝가량 넣고 여러 차례 훑어 비강에서 콧물 검체를 채취해 검체가 묻은 면봉을 시약이 담긴 추출용 튜브에 넣고 섞습니다. 이후 튜브 양옆을 누르면서 면봉을 짜듯이 빼낸 후 튜브에 노즐 뚜껑을 씌워 닫으면 됩니다. 이어 튜브를 거꾸로 들어 검체 혼합액을 검사용 기기 위에 3∼4방울 떨어뜨리면 잠시 뒤 대조선 C가 한 줄 생깁니다. 15분 정도 기다려서 이 선이 그대로면 ‘음성’, 시험선 T가 나타나면 ‘양성’입니다.

이때 음성이 나왔더라도 ‘가짜 음성’일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마스크 착용 등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건 여전히 중요합니다. 증상이 있어서 검사한 경우라면 더욱이 집에서 머물면서 상태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4~5일 이상 기침이나 고열이 지속할 경우엔 의료 기관을 방문해 별도 검사를 받기를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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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711258&code=61171911&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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