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보양식’ 옻닭 즐기다 간 다칠라

작성일2021-03-30

옻에 의해 전신성 접촉피부염이 발생한 장면. 영국 피부과학회지 Clinical and Experimental Dermatology 제공

옻(Rhus)은 ‘봄나물의 여왕’으로 불리며 동의보감에서 소화를 도와 위장병에 효과가 있는 최고의 산나물로 칭송되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옻을 이용한 음식인 옻닭을 오래전부터 환절기 보양음식으로 즐기고 있다.

이런 옻으로 만든 음식을 잘못 섭취하거나 접촉하게 되면 전신에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발진을 유발시키는 ‘전신성 접촉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봄철에 옻닭을 먹으면 피부 알레르기 발생 위험이 더 높고 심한 경우 염증 반응으로 장기 손상까지 입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유광호 교수와 박수정 전공의 연구팀은 2009~2019년 옻에 의한 전신성 접촉피부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결과는 영국 피부과학회지(Clinical and Experimental Dermatology)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결과 환자의 대부분은 환절기 보양식을 즐겨먹는 40대 이상의 중년인 가운데, 특히 옻에 의한 전신성 접촉피부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52.38%가 봄철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어 여름(19.05%) 가을(19.05%) 겨울(9.52%) 순으로 많았다.
옻에 의한 전신성 접촉피부염 환자의 61.9%가 옻닭의 섭취가 원인이었으며 다음으로 옻순을 채취하다 피부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추운 겨울을 지나 보양식을 즐겨먹는 봄철에 옻닭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환자는 전신의 붉은 피부발진 뿐만 아니라 약 60% 이상에서 염증 수치가 증가됐고 약 20% 이상에서는 심각한 간 수치의 상승이 확인되는 등 염증이 전신 장기에 침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환자는 증상 조절을 위해 평균 약 2주간 입원과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박수정 전공의는 “전신성 접촉피부염은 옻에 포함된 항원인 ‘우루시올(urushiol)’의 노출 및 섭취에 의해 발생하며 접촉 수 시간에서 수일 뒤 전신에 심한 소양증(가려움증)을 동반한 발진이 발생한다”며 “피부 증상 뿐 아니라 간 수치와 염증 수치의 상승 등 전신적 장기 침범 위험도 동반될 수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옻나무를 사용한 식품은 우루시올 성분이 검출돼서는 안 된다고 제한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옻을 이용한 음식에서 우루시올 성분이 제거돼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신성 접촉피부염은 이전에 항원에 감작(반응이 나타남)된 적 있던 사람이 항원을 음식으로 섭취하거나 접촉할 때 발생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권에서는 옻을 가구에 칠하는 경우가 많아 옻칠된 가구를 통해서 쉽게 감작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미 옻에 접촉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옻을 이용한 음식을 처음 복용하는 사람들도 전신 접촉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광호 교수는 “진료를 보다 보면 옻닭을 먹고 나타난 전신 접촉피부염으로 오는 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전세계적으로 많이 노출되는 항원이 아니다 보니 아직 연구결과가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가 옻에 의한 전신성 접촉피부염에 대해 의료진 및 환자에게 설명하는데 기초 자료 및 후속 연구의 근거 자료로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684115&code=61121911&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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