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이물감 느껴지는 증상땐 식도·위 내시경 검사를

작성일2021-01-19

식도·위 경계 부위에 암이 진행되면 목에 뭔가 걸린 것 같고 먹은 게 잘 안 내려가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증상이 지속될 시 위·식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목 안에 무언가 걸리거나 붙어있는 느낌이 들고 먹은 게 잘 내려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수 개월 혹은 수 년에 걸쳐 만성적으로 그런 경우엔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증상을 의학계에선 ‘글로부스 증후군’이라 한다. 정상인의 45% 정도가 한 번쯤 경험하며 지속적으로 증상을 겪는 이들이 이비인후과 방문 환자의 3~4%나 된다는 통계도 있다.

단순히 목이 붓거나 충혈되기만 해도 이물감이 느껴진다. 편도선이나 목젖 등에 구조적 문제가 있거나 감기·비염, 흡연·음주 등으로 목이 건조해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간과해선 안될 것은 목(인·후두)이 아닌 식도와 위에 문제가 생겨도 이물감이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식도·위 경계 부위에 암이 생길 경우 발견은 물론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 주의가 필요하다.

58세 윤모씨는 수 개월 전부터 목에 걸림 현상이 있어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으나 검사상 특이 소견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에도 식사 중 목에 계속 이물감을 느껴 이번엔 소화기내과에서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진단 결과는 놀랍게도 식도·위 경계부 진행성 암이었다.

윤씨 같은 글로부스 증후군을 예민한 탓에 신경성으로 생각하거나 증상이 지속되어도 이비인후과 진료만 받는 경우가 많다. 인제의대 해운대백병원 외과 오성진 교수는 18일 “이물감이 느껴지는데도 목에 이상이 없다면 식도와 위의 상태를 내시경 검사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식도·위 경계부 암의 정의나 기준은 학계에서 아직 체계화돼 있지 않다. 국제 암 병기 분류법(TMN) 최신판은 식도와 위가 접하는 부위 위, 아래 각 2㎝ 내 종양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의나 분류가 모호하다 보니 국내 발생 현황에 대한 전국 조사나 학회 차원의 대규모 통계는 없는 실정이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상부 위(선)암, 미국·유럽에서는 하부 식도(선)암의 한 종류로 분류하기도 한다.

식도·위 경계부 암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위암이 흔한 우리나라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암이었으나 최근 국내에서도 발견 횟수가 늘고 있다.

2009년 발표된 모 대학병원의 연구 논문에 의하면 해당 기관이 1992~2006년 통계 분석 결과 위암이 1만4751명이었을 때 식도·위 경계부 암은 약 4.1%(610명)를 차지했다. 대한위암학회 통계상 전체 위암 대비 상부 위암이 1995년 11.2%에서 2014년 16.0%로 증가했음을 감안했을 때 식도·위 경계부 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생 원인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식도암을 일으키는 위·식도역류질환(위산이나 위 속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타는 듯한 가슴통증과 쓰림 유발)이나 위암의 전 단계인 ‘장상피화생(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성)’이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아직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서구에선 식도·위 경계부에 장생피화생이 동반된 ‘바렛 식도(식도 점막이 위 점막처럼 변성)’ 발생을 원인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서윤석 교수는 “다만 이런 ‘장상피화생-바렛 식도’ 없이 발생하는 식도·위 경계부 암도 있고 특히 우리나라에는 바렛 식도 자체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식도·위 경계부 암에는 위암과 식도암의 서로 다른 위험 요인이 별도로 작용하는 걸로 추정되지만 검증을 위해선 대규모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식도·위 경계부 암이 진행될 경우 목 이물감이나 음식 삼킴 장애 같은 ‘식이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조기일 경우 대개 무증상이나 비특이적 증상(소화불량, 속쓰림, 복통 등)이 나타날 수도 있어 감별이 어렵다.

서 교수는 “식도·위 경계부 암은 일반적인 중·하부 위암(전체의 70~80% 차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후가 불량하다. 대부분 위 전부 절제와 함께 매우 긴 시간의 수술이 요구되며 수술 후 전신 영양상태 및 항암 치료에 대한 순응도도 크게 떨어져 재발율이 높은 편”이라면서 “의심 증상이 계속되면 미루지 말고 위·식도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73484&code=14130000&sid1=hea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