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낙상’…노인 만큼 위험한 중장년 여성

작성일2021-01-08

국민일보DB

폭설과 한파로 인한 빙판길 낙상(落傷) 경계령이 내려졌다.
노인 낙상 사고의 3분의 1은 겨울철에 발생한다. 두꺼운 옷을 입고 몸을 움츠리고 다니다가 결빙된 길에서의 낙상은 더욱 위험하다.

낙상으로 인해 생기는 노인의 고관절(엉덩이 관절) 골절은 수술 치료 없이 방치하게 되면 6개월 안에 2차 합병증이 발생하고 환자의 절반 이상은 사망으로 이어진다.

겨울철 낙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인이지만 50대 이상 중장년 여성도 폐경 후 골밀도가 낮아져 뼈가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낙상에 의한 부상 위험이 노인 못지 않다.

특히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낙상 경험이 있고 보행이나 균형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다시 넘어질 위험이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한골대사학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공동 연구에 따르면 만 50세 기준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이 7.5%에 불과한 반면 여성은 37.3%로 5배 가량 차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70세 이상 여성은 68%가 골다공증 환자로 남성(18%)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발생률 또한 여성이 1만명 당 207명으로 남성(64명)에 비해 3배 가량 높았다.

골다공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자각하기 쉽지 않지만 나이 들면 골밀도가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골다공증에 쉽게 노출돼 낙상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폐경이 지난 여성은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로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낙상에 의한 손상 중 골절이 약 75%, 뒤이어 내부기관 손상(10.8%), 염좌(삠) 및 긴장(5%), 타박상(4.5%)으로 나타났다. 낙상을 겪은 10명 가운데 7명이 골절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윤형조 척추관절센터장은 7일 “낙상 골절은 손목과 어깨 골절, 고관절(엉덩이)골절, 척추 골절 등이 있다”면서 “특히 고관절 골절은 넘어지면서 대퇴골 근위부에 발생하며 다른 부위 골절이 동반되기도 한다” 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일반인은 단순 염좌나 타박상 정도로 그칠 가벼운 낙상도 뼈 약한 노인과 골다공증 환자들은 넘어지면서 손목, 척추,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노인만큼 뼈가 약한 것이 바로 중장년층 여성이다.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이 줄어들면서 골흡수가 진행되어 골밀도가 낮아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골다공증에 노출되기 쉽고 자칫 낙상으로 이어지면 회복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고관절 부위 골절은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 욕창 발생 우려와 폐렴과 방광염 등 감염성 질환과 관련 합병증 위험이 있어 여러 모로 치료와 회복에 어려움이 있다.
건강한 사람도 낙상으로 부상을 입기 쉽지만, 일부 위험군은 낙상이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뼈가 약한 노인들은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쉽게 일어난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최정연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번 넘어진 노인들은 다시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게 되면서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전반적인 신체 기능이 낮아지고 삶의 질도 떨어지며 결국 사망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오종건 교수는 “낙상으로 인해 생기는 노인 환자의 고관절(엉덩이 관절) 골절은 수술적 치료 없이 방치하게 되면 6개월 이내 2차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환자의 50% 이상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낙상 고위험군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낙상 경험이 있다면 전문 진료를 통해 반드시 의학적으로 문제있는 것은 아닌지 전반적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정연 교수는 “과거 1년간 두 번 이상의 낙상이 있는 경우, 낙상으로 인해 응급실에 방문할 정도의 손상이 있는 경우, 과거 1년간 한 번 이상 낙상이 있으면서 보행이나 균형에 문제가 있는 경우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낙상 고위험군으로 판단해 의학적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낙상 예방을 위해서는 유발 환경을 사전에 제거해야 한다. 외출 시 굽 높은 구두나 슬리퍼는 삼가야 하고 눈길과 빙판길은 잘 살펴 피하거나 보행 시 보폭은 줄여야 한다.
오종건 교수는 “얼어붙은 빙판길을 걸을 때는 평소보다 걸음 속도와 폭을 10% 이상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걸으면서 스마트폰 사용은 절대 삼가야 하고 손이 시리더라도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도 피해야 한다. 넘어질 때 손으로 짚지 못해 고관절 골절 혹은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보다 손으로 짚어 넘어지며 손목 골절이 되는 것이 손상 정도가 훨씬 덜하다.

그늘진 곳에는 바닥에 빙판이 있을 확률이 높고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밝은 곳으로 다니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경사진 도로나 보도 블럭 등이 튀어나온 불규칙한 도로는 피한다.

윤형조 센터장은 “낙상 후 미세 골절은 통증이 심하지 않아 그냥 넘어가는 사례가 많지만 미세하게 금 간 부위를 방치하면 심각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어서 특히 중장년층은 낙상을 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 지적했다.

최정연 교수는 아울러 “노인의 경우 폭설이나 한파가 이어질 땐 가급적 밖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한발로 서기 등의 운동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평소 근력과 균형 감각을 늘려 놓으면 낙상 예방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5401373&code=61121911&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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