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4대 열성질환

작성일2020-09-23

진드기·들쥐 매개로 발병하는 질환
SFTS를 빼면 사람 간 전파는 안돼
당국 “구체적 감별방안 고심 중, 피부 노출 최소화… 옷세탁·샤워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주말에 한강 둔치나 산, 들을 찾아 가을 정취를 즐기려는 나들이객들이 적지 않다. 방역 당국의 자제 권고에도 불가피하게 추석을 앞두고 벌초와 성묘를 다녀오는 이들도 있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코로나19 감염 뿐 아니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또 다른 ‘건강 복병’도 조심해야 한다. 진드기나 들쥐 등에 의해 매개되는 ‘4대 열성(熱性)질환’이다. 질병관리청은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쯔쯔가무시병,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출혈열 등 발열성 감염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4대 열성질환은 코로나19나 독감처럼 지역사회에서 ‘유행병(epidemic)’ 단계로 나아가지는 않고 단지 진드기나 설치류 등과의 접촉으로 옮아서 ‘개별 발생’하는 수준에 그친다. 야생 진드기병으로 불리는 SFTS를 빼면 사람 간 전파도 되지 않는다. SFTS도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 환자의 혈액, 체액에 노출돼 옮거나 가족 간 전파된 사례가 국내외에서 일부 보고됐지만 크게 확산한 경우는 없다.

문제는 이들 열성질환에 걸리면 나타나는 발열이나 오한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코로나19 증상과도 겹친다는 점이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1일 “가을철 열성질환은 코로나19는 물론 환절기에 유행하는 독감이나 감기,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같은 호흡기감염병 증상과도 비슷한 점들이 많아서 병원이나 의사들 대응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열이 오르고 오한 두통 구토 등 조금만 이상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를 의심하고 선별진료소로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도 “보통 37.5도 이상이면 열이 난다고 하고 38도를 넘으면 고열에 해당되는데, 코로나19와 4대 열성질환을 구분하는 발열 기준은 따로 없다. 환자 자신은 물론 의사들도 발열 등 증상만으론 구별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감별 방안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다만 열성질환은 농작업, 등산, 벌초 등 야외 활동력과 관련이 많고 가피(벌레에 물린 후 생긴 딱지)나 피부 발진, 눈 결막충혈, 혈소판 감소, 간 수치 이상 등의 소견이 두드러지는 만큼 의사들은 해당 증상 동반 여부를 잘 체크할 필요가 있다”며 “아울러 환자들은 진료 시 야외활동 여부나 진드기·설치류 접촉 가능성 등에 대해 의사에게 사전에 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쯔쯔가무시병을 매개하는 털진드기에 물린 뒤 생긴 피부 딱지인 가피.

쯔쯔가무시병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옮는다. 들녁의 경작지 주변 풀숲이나 관목 덤불에 많이 산다. 2013~2019년 전체 감염자(6만779명)의 91.8%가 9~12월에 발생했다. 절반 이상(53.2%)이 11월에 집중됐다. 유충에 물린 뒤 1~3주 잠복기를 거쳐 고열, 오한, 심한 두통이 나타나고 3~7일 후 몸통, 사지에 피부 발진이 생긴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분홍빛 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팬티 속, 겨드랑이, 오금 등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서 흔히 발견된다.

SFTS는 SFTS바이러스를 가진 작은소피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4월부터 지속 발생하지만 2013~2019년 통계(1097명)를 보면 10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38도 이상 고열과 위장관 증상(오심 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 혈소판 및 백혈구 감소에 따른 혈변·혈뇨, 피로감, 근육통, 말 어눌함 등 신경학적 증상도 동반된다. 치사율은 12~47%로 높은 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올해는 비가 많이 와 참진드기의 밀도가 작년 같은 기간 보다 55% 낮은 수준이지만 환자 발생은 다소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된 소 돼지 개 등 일부 가축과 들쥐의 소변에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토양에 상처난 부위가 노출돼 옮는다. 발열, 오한, 눈 결막 부종, 두통, 근육통, 오심, 구토 등 독감 유사 증상이 4~5일간 지속된다. 적절히 치료받지 않을 경우 치사율은 20~30%에 이른다. 신증후군출혈열은 등줄쥐, 집쥐 등의 분변 오줌 타액 등을 통해 배출된 ‘한탄 바이러스’가 건조돼 있다가 먼지와 함께 공중에 떠 다니며 사람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 방역 당국은 “야외활동 시 긴 소매와 바지 등으로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귀가 뒤에는 옷세탁 및 샤워 등 예방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쯔쯔가무시병 걸린 아이, 가와사키병도 함께 발병 가능성
해운대백병원 송민섭 교수팀 발표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아이에게 나타난 가와사키병 증상. 손톱 주변 피부 껍질이 벗겨지거나 목 임파선이 붓고 결핵 예방접종 부위가 붉게 변하거나 눈 결막 충혈이 나타난다. 해운대백병원 제공

가을철 열성 질환인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아이가 가와사키병도 함께 발병한 사례가 국내 처음으로 보고됐다. 가와사키병은 4세 이하 영·유아들에게 주로 발생하며 바이러스, 세균 등 감염성 질환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송민섭 교수팀은 이 같은 환아 사례 2건을 국제학술지 ‘소아 심장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간 비슷한 증례 보고가 드물게 있었으나 쯔쯔가무시병과 함께 가와사키병을 확진받은 경우는 국내외 통틀어 최초다.

의료진에 따르면 4세 남아는 시골 할머니집 방문 후 1주일간 열이 나 병원을 찾았다. 입원 당시 39.4도까지 열이 올랐다. 목 임파선이 붓고 피부에 붉은 반점과 눈(결막)충혈 증상을 보였다. 뭔가에 물린 상처인 피부 딱지(가피)도 사타구니에서 발견됐다. 가피는 쯔쯔가무시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그런데 아이의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가와사키병의 합병증 중 하나인 ‘관상동맥 확장증’이 나타난 것이다.

의료진은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에 물려 병이 옮은 아이가 그 균으로 인해 이상 면역반응을 일으켜 가와사키병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쯔쯔가무시균이 염증 반응의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확실한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가와사키병은 5일 이상 지속되는 발열과 함께 전신 발진(영·유아의 경우 결핵 예방 BCG접종 부위가 붉게 변함), 양쪽 눈 결막충혈, 구강 점막 변화(입술 및 입안 홍조증, 딸기 모양 혀), 목 부위 부기, 손·발이 부음, 손·발톱 주변 피부껍질 벗겨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쯔쯔가무시병과 가와사키병의 증상은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송 교수는 21일 “가와사키병은 혈관에 염증을 일으켜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관상동맥 합병증을 초래하고 심각한 소아 후천성 심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쯔쯔가무시병이 진단되더라도 면밀한 가와사키병 증상 관찰과 함께 필요 시 심장초음파 검사도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6907&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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