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가 이상해요”… ‘어금니-앞니 저광화’ 의심하세요
작성일2020-06-09
영구치 나오는 어린이 20~25% 큰어금니 법랑질 저성숙증 보여
치아 형태 무너지면 크라운 필요… ‘치외치’ 방치땐 치수염 이어져
만 6세가 넘으면 유치(젖니)가 하나 둘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한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다. 이때 나오는 영구치는 평생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는지, 충치나 구강 내 다른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영구치가 자리잡는 시기에 치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성인이 되어서까지 고생할 수 있다. 이 무렵 이제 막 나온 아이의 영구치가 이상하다며 치과를 찾는 부모들이 최근 늘고 있다.
일곱살 딸을 키우는 김모(40)씨는 최근 아이가 “이가 쿡쿡 쑤셔요”라고 종종 얘기하는 것을 듣고 치과를 찾았다.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금니-앞니 저광화’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새로 난 첫 번째 큰 어금니의 크기가 작고 노란색을 띠며 심할 경우 치아가 바스러지거나 심한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병소가 아주 작을 때 발견돼 해당 치아를 레진(복합 충전재)으로 덮고 불소를 발라줘 충치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예방치료를 받았다.
‘어금니-앞니 저광화(MIH)’는 치과계에서 비교적 최근에 명칭이 정의된 질환이다. 정식 질병코드가 부여되지 않아 소아치과학회에서 질병 이름(상병명) 등록을 추진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박소연 교수는 8일 “질병명으로 치아 크기와 형태 이상, 법랑질(치아의 딱딱한 바깥 껍질) 형성 저하, 치아 형성 장애, 불완전 치아형성증 등이 적용 가능한데 MIH의 정확한 원인을 아직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병명 제정과 함께 원인 규명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IH는 만 6세 무렵에 나오는 한 개 혹은 다수의 제1대구치(첫 번째 큰 어금니)에 발생하는 법랑질 저성숙증을 일컫는다. 제1대구치는 위아래 좌우에 한 개씩 모두 4개가 난다. 앞니도 비슷한 시기에 생기기 때문에 제1대구치가 법랑질 저성숙을 보이면 앞니에 그 양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MIH는 영구치가 나오는 시기 전체 어린이의 20~25% 정도가 갖고 있을 정도로 흔한데, 최근 발생 빈도가 더 증가하는 추세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당 치아들이 발육하는 시기인 출생 직전의 임신 말기부터 만 3세까지 겪는 전신 질환들(천식 중이염 편도염 수두 홍역 풍진 등), 칼슘 등 영양결핍,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장애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선 감기 등에 대한 항생제 남용도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최근 한국 소아 대상 연구에서 임신 말기 흡연과 만 3세 이전의 상기도 감염이 MIH 발생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치아는 제일 바깥쪽 매끈한 법랑질과 그 안쪽의 상아질(노란색을 띰), 그리고 치수(신경관) 조직으로 구성된다. MIH 증상을 보이는 치아는 단단해야 할 법랑질이 구멍이 많고 푸석푸석한 상태가 된다. 이런 약한 표면의 치아가 잇몸을 뚫고 올라와 반대편 치아와 맞닿게 되면 씹는 힘에 의해 쉽게 부서지고 파절(떨어져 나감)될 수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는 “저성숙 부위는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치과 검진시 사용하는 압축공기만 쏘여도 불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또 부서진 치아 표면 부위로 음식물과 플라크(치태)가 쌓이면서 충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잇몸이 붓고 치아뿌리 염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치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표현을 하지 않아 광범위하게 치아가 무너져 내린 이후에야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박소연 교수는 “아이가 양치질할 때, 아이스크림·초콜릿 등을 먹을 때 이가 시리다고 하거나 차고 더운 음식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치아가 나올 때부터 노란색을 띠면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 정기적인 불소 도포와 레진을 통해 치료 가능하나 부위가 광범위하거나 치아 형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면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크라운을 씌워야 한다. 김영재 교수는 “성장기 어린이는 턱뼈와 잇몸뼈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그에 따라 위아래 치아의 맞물림(교합), 잇몸 위치가 계속 변하기 때문에 성인에게 적용하는 일반 크라운 치료는 적절치 않다. 어린이는 흔히 ‘은니’라고 부르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금속 크라운을 씌워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 3~5학년, 즉 만 8~10세에 유의해 봐야 할 치아 질환 중 하나는 ‘치외치’다. 이는 주로 작은 어금니(소구치)의 표면에 작은 치아가 하나 더 뿔처럼 튀어나온 걸 말한다. 드물지만 위쪽 앞니 안쪽으로 생기기도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현홍근 교수는 “턱뼈 속에서 치아의 싹이 발달하면서 제일 겉에 있는 법랑질이 형태를 갖추는 시기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바깥쪽으로 과증식돼 나타나는 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발생 빈도는 1~4% 정도다. 남아 보다는 여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치외치는 대개 씹는 면에 볼록하게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편 치아와 맞물릴 때 서서히 마모되는 경우 큰 불편함이 없지만 교합 시 지속적으로 충격을 받으면 깨지거나 부러지고 치아 안쪽의 치수 조직 즉, 신경관이 노출될 수 있다. 신경이 노출되거나 입안 세균들에 의해 감염되면 급성 치수염으로 이어져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현 교수는 “초등 고학년이고 충치 등 뚜렷한 통증의 이유가 없는데 작은 어금니 부위가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하게 아프다고 하면 치외치가 부러져 급성 치수염이 생겼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박소연 교수는 “아이 스스로 치외치를 발견하고 치과에 오는 경우는 드물며 정기검진 중 발견해 예방적으로 치료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치아 뿌리가 100% 형성되지 않은 시기에 치외치로 인해 치아 손상이 생기면 신경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정기 구강검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치외치가 부러지는 걸 막기 위해 돌출 부위를 주기적으로 조금씩 절삭시켜 주거나 돌출 부위 주변을 레진이나 실란트로 채워 자연 마모를 유도하는 방법으로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1731&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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