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확산세 꺾을 전환점 없으면 1주일 뒤 감염자 1만명 육박”
작성일2020-03-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서고 하루 확진자도 수일째 500명에서 최대 900명대를 유지하며 확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뒤따라가는 방역으로는 감염자 폭증의 기세를 꺾을 ‘전환점(Tipping Point)’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구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중심의 진단 검사에서 벗어나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소규모 ‘군집(cluster)감염’을 하루빨리 차단하지 못할 경우 광범위한 지역사회 유행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확진자는 5621명으로 늘었다. 같은 날 0시와 비교해 293명 증가한 수치다. 추가된 확진자의 지역과 감염경로 분류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0시 기준 확진자 5328명 가운데는 대구 발생자가 75.2%(4006명), 경북 14.5%(774명)로 전체의 89.7%를 차지했다. 대구의 경우 64.5%(2583명)가 신천지 관련이다. 대구 확진자의 35.5%(1421명)는 신천지나 청도대남병원 관련자가 아닌, 일반시민 개별 감염 사례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10명 중 3~4명의 환자는 대구의 일반 시민이라는 얘기이며 이는 그 지역사회에 감염 확산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음을 뜻한다. 눈에 보이는 감염자 1400여명이 다 이겠느냐.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방역당국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고 3일 신천지 중심에서 대구 시민 가운데 고위험군 중심의 진단 검사로 방침을 바꾸기로 했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구 외에 서울과 경기, 부산, 울산, 충남, 경북 등지의 병원, 요양시설, 교회, 스포츠(줌바)댄스교실, 장애인복지시설, 교도소 등 특정 장소에서의 집단감염도 계속 늘고 있다.
서울(99명)과 경기(101명), 인천(9명) 등 수도권 확진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이미 알려진 은평성모병원(14명)이나 종로구노인종합복지관(6명), 명륜교회(3명) 관련자 외에 성동구 주상복합아파트(서울숲더샵)에서 12명이 발생해 당국이 감염경로와 접촉자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에서는 수원 영통구 소재 생명샘교회에서 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부산은 온천교회(33명)를 중심으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각 지역별로 감염경로 불명의 개별 사례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특정 군집 감염은 65.6%(3494명)이며 이들을 제외하고 개별 사례와 연관성 분류 진행 중인 확진자가 34.4%(1834명)에 달한다. 다시말해 10명 중 3명은 감염원을 알 수 없거나 모호한 확진자들이란 얘기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당국이 대구의 신천지 중심 방역에서 일반시민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으로 정책을 선회한 것은 뒤늦었지만 잘한 일”이라면서도 “대구를 포함한 전국에서 신천지 신도 혹은 원인 불명의 확진자들로부터 노출된 이들이 지금도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잠복기 상태 환자에 노출된 이들도 1~2주 내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신천지 관련자 방역에 매몰돼 그 외의 감염으로 인한 환자가 많아지는 걸 방역당국이 자꾸 놓치고 있다. 대구와 신천지만 바라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자칫 지역사회에 광범위한 유행을 초래할 수 있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금의 확진자 수는 ‘수면 위 빙산’일 수 있으며 ‘수면 아래 빙산’을 보지 못하면 정부 기대와 달리 1주일 뒤 감염자가 1만명에 육박하거나 넘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 개개인이 ‘방역 요원’이라는 생각으로 철저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기침 에티켓을 지키고 실내 모임·집회는 중단 혹은 연기하는 등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민의 협조가 아주 중요하다. 개개인이 방역망의 ‘그물코’라는 생각으로 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317353&code=61121111&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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