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여는 키, 좋은 질문

작성일2020-04-01

“네가 어디에 있느냐?” 이 질문은 하나님이 사람에게 하신 최초의 질문이다. “어디에 있느냐”는 이 질문은 단지 장소만 묻는 게 아니다. 거기에서 무엇을 하느냐, 왜 거기에 있느냐,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갔느냐, 무엇을 하러 갔느냐, 누구를 찾으러 갔느냐 아니면 누구를 피하여 갔느냐 등 그 장소에 있게 된 이유와 목적, 숨겨진 동기를 다 묻고 계신 것이다.
아담은 금지된 일을 한 자신이 두렵고 부끄러워 하나님과 동산을 거니는 산책 시간이 되자 하나님을 피하여 숨었다. 하나님은 아담의 현재 상태를 알고도 물으셨다. 질문을 받은 아담은 그곳에 숨은 이유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해야 했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어디야?” 하는 질문이다. “어디야?”라는 이 한 마디에는 “집에 들어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 어디서 뭘 하느라 늦니?” 하는 걱정이나, 혹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고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책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학생은 낮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직장인은 일터에서 일을 한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학생이 오락실에 있으면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이다.
“어디에 있느냐”가 무엇을 하는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면, 어른들은 이 말에 수긍하기가 어렵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고 믿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어른들은 외국 여행을 가도 관심이나 행동의 범위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걷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경치 좋은 외국에 나갔다고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조깅을 하고, 하루 종일 걷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동행들과 평소에 하던 농담이나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아이들은 어디에 누구랑 있느냐에 따라서 행동을 선택하고 하는 일의 범위가 달라진다. 집에서는 시간만 나면 게임이나 하고 핸드폰을 놓지 않던 아이도 외국에 나가서 핸드폰이 없이 새벽 운동을 하고, 공부를 하고, 여행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불평은 하면서도 그곳에 맞는 행동 패턴을 익혀서 따라간다. 그런 생활을 3주일 정도 하면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생각의 패턴이 바뀌게 된다. ‘이렇게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구나’, ‘핸드폰이 없어도, 게임을 안 해도 하루가 바쁘고 할 일이 많구나’, ‘운동은 귀찮고 힘든 것이 아니라 재미있구나’ 하고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된다.
“나도 방학 때 외국에 보내주세요. 외국에 안 가본 아이는 우리 반에 나 빼고 두 명밖에 없어요” 하고 조르는 중학교 2학년 딸을 보면서 반에서 3명만 외국에 못 가봤다는 그 소외감 때문에 아이를 외국에 보내려고 하는데 괜찮겠느냐며 물어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강남구 대치동에 살고 있으니 3명을 빼고 다 외국에 나가서 살아본 경험이 있거나 방학이면 한 달씩 외국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는 말이 현실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여름방학에 3명이 모두 외국을 갔다 왔다는 것이다.
“유학 보내주세요. 유학 가면 진짜 잘할 수 있어요.” “전학 보내주세요. 이 학교에서는 공부가 안 돼요. 전학 가면 난 진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이렇게 조를 때, “유학 가서 공부할 결심이면 지금 여기서 먼저 잘해 봐.” “전학 간다고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니? 공부 안 하는 것들이 꼭 학교 핑계, 선생님 핑계 대면서 전학 보내 달래.” 이렇게 무시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가 익숙한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진지하게 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지금 있는 곳에 눌러앉고 싶어 하지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익숙한 곳을 포기하고 본능을 거슬러 새로운 환경을 찾고 싶은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것은 괴롭힘 당하는 현실을 전학으로 벗어나고 싶은 수동적인 해결책일 수도 있고,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을 찾고 싶은 적극적인 욕망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부모의 관심과 문제 해결을 위해서 움직이는 행동이 필요하다.
“넌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니?” 호주 연수에 온 아이들과 상담을 시작할 때 이 짧은 질문 하나를 던지고 대답을 듣노라면 아이의 성향이나 문제, 부모와의 관계,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대 등이 드러난다. 스스로 찾아서 보내 달라고 했다는 아이는 적극적인 성격에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엄마가 호주 가서 3주 정도 놀고 오라고 해서 노는 곳인지 알고 왔다는 아이는 상당한 설명과 관심이 필요하다. 부모가 평소에 사실을 숨기고 적당히 문제를 해결해온 만큼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엄마가 가라고 해서 처음엔 가기 싫다고 버텼는데 그래도 한 번 가보자 하고 왔어요” 하는 아이는 두렵지만 부딪쳐 보는 용기가 있는 아이다. “여기 갔다 오면 엄마가 내가 원하는 뭐 하나 해 준다고 했어요” 하고 딜을 하고 온 아이는 요주의 인물이다. 자신이 꼭 해야 할 일도 하지 않고 버티면서 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 움직이는 조건반사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질문의 힘
질문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키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잘못된 질문은 열렸던 문을 잠그는 자물쇠가 되기도 한다. 잘못된 질문의 대표적인 것은 다른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약점을 드러내어 창피를 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하는 질문이다. 아이에게 질문하자. 다만 질문을 할 때는 아이에게 질문하는 의도를 스스로 살펴야 한다. 이 질문으로 아이가 모르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 질문하는가, 아이의 답을 듣고 나면 아이를 혼내기 위해서 질문하는가, 아이가 어떤 답을 하던 아이를 인정해주고 격려하고 아이가 새로운 방향을 보도록 안내해주기 위해서 질문하는가, 아니면 단지 궁금해서 묻는가?
아이들은 부모가 물을 때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문의 힘은 크다.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아이가 미처 생각 못했던 부분을 알 수 있도록,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생각이 깊어질 수 있는 질문을 하자.
아이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네가 궁금한 것 있으면 엄마한테 하나만 물어봐. 엄마가 무엇이든지 솔직하게 대답해줄게.” 이렇게 질문을 유도해서 질문하게 하는 것도 아이랑 이야기가 통하는 기술이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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