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십니까?

작성일2020-03-15

“네가 너에게 점수를 준다면 넌 몇 점이라고 생각해?”
“어… 한 30점 아니 40점?”
“그럼 35점이라고 보면 되겠네. 나머지 65점은 어디로 갔을까? 왜 넌 35점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 뭐가 점수를 깎아 먹을까?”
“화장? 게임, 반항, 공부시간에 자는 것, 공부 못한 것… 뭐 그런 거 아닌가요?”
“화장 자체는 나쁜 것이 아닌데….”
“어쨌든 학교에서는 못 하게 하잖아요.”
“난 네가 어쨌든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왜요? 뭐가요?”
“자, 생각해 봐. 벌써 화장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할 줄 알지, 얼굴 예쁘지, 건강하지, 자존심 강 하지…….”
“자존심 강한 것은 맞아요.”

자존심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아이의 모습을 무심히 넘겨서는 안 된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고, 아이를 인정하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포인트다.

“그럼 넌 35점이 아니라 적어도 88점은 줘야지. 너한테.”
“어디서 그 점수가 나와요?”
“네 마음에서 나오지. 네가 너한테 기대를 해야지. 네가 너를 35점으로 보면 다른 사람은 너를 그 밑으로 보거든.”
“맞아요. 선생님들은 나를 15점 정도로 봐요.”
“그럼 어떻게 하면 너를 88점까지 올릴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나눈 상담 첫 부분이다. 학생답지 않게 진한 화장, 공부시간이면 자거나 떠들거나, 학교 끝나면 친구들이랑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집에 들어오면 PC방에서 끝내지 못한 게임을 하거나,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다 늦게 잠들어서 학교는 지각이나 결석이 잦았다. 학교에서 걸리면 선생님한테 반항하는 말투나 태도는 기본이고, ‘한 번 붙어 보시든가’ 하는 표정으로 선생님의 권위를 깔아뭉갰다. 나에게 뭘 더 바라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한 마디 하면 “아, 내가 알아서 해” 하면서 획 돌아서는 태도에 본인이 스스로 마이너스를 시킨 것이다. 아이들은 자기의 약점과 단점을 부모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다만 자존심 때 문에 부모 앞에서든 선생님 앞에서든 친구들 앞에서든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자기가 무엇에 약한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안다. 그 약점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잘 될 것 같은 기대 가 없다.
“뭘 하든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것 아닌가요?”
“뭐가 되고 싶은 지 관심 없어요. 재미없어요”
라고 줄기차게 대답한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은 단지 “재미있어서요”라고 대답하는 지조를 지킨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이론이다. 교사가 열등생을 우등생으로 알고 우등생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대하면서 가르치면 결국 우등생이 되고, 우등생이라도 별 볼일 없는 열등생처럼 대하면 결국 1년쯤 지나 교사의 기대대로 우등생은 열등생, 열등생이 우등생으로 바뀐다는 이론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알아줘야
10대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열등생으로 대한다. 부모나 선생님께 잘한 일에 대한 칭찬보다 잘못한 일을 지적 받을 때가 많다. 친구들은 장난처럼 나의 단점이나 내가 못하는 것을 가지고 줄기차게 놀린다. 학교 성적은 난 120점을 받아도 모자랄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나온 성적은 겨우 학급 평균에서 1~2점을 웃도는 정도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기대를 접고 나를 기대하지 않게 된다. 열등생으로 말하는 게 주변 사람들의 기대치를 낮추고 행동하기에 편하다 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성장한다. 내 아이가 자신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면 부모라도 곁에서 기대하는 말을 해줘야 한다. 기대하는 말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 보이는 모습에 걸려 넘어지지 말고, 아이의 마음에 숨겨진 ‘잘하고 싶은 마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라는 말이다.

부모의 기대하는 말이 처음엔 어색해서
“아, 그런 말 좀 그만해. 엄마만 그런 소리해.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 안 해”,
“나도 내 주제는 알아요”,
“엄마는 어쨌든 고슴도치잖아”
하면서 거부감을 보일지라도 부모가 하는 기대의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그런가 하면서 자신을 다르게 보기 시작한다. 그게 시작이다. 약점을 고치고 싶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알면서도 어떻게 고칠지 몰라서, 그게 익숙해서,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의 약점은 없는 것처럼 접어두자. 대신 말을 할 때는 늘 잘한 것, 강점, 장점만을 주제로 해서 이야기하자. 아이가 하는 말은 늘 인정하는 말로 반응해주자. 아이가 부모에게 뭔가를 말할 때는
‘나를 혼내주세요. 내가 잘못한 것을 콕콕 짚어주세요. 그래서 내가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차라리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주세요. 그러면 죽고 싶은 그 마음을 다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꿔서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니다.
‘나도 이게 잘못인 줄 알고 뭔가 아닌 것은 아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응원해 주실래요? 한 번 이렇게 해 봐도 괜찮을까요?’
하는 마음으로 말을 꺼내는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해 줄 말은
“그렇구나. 해보고 싶은데 안 돼 불안하구나. 그래도 다시 한 번 해봐. 결과가 아니다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하면 되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넌 진짜 무엇을 원하는 것 같아?”
“넌 여태까지 잘해 왔으니까 이것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사실은 네 안에 네가 모르는 능력이 있어.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뿐이야”
등 부모가 아이 에게 약점을 지적하지 않고도 아이가 스스로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말은 끝 없이 많다. 문제는 부모의 마음이다. 진심으로 아이의 인생을 기대할 때 한 마디를 해도 힘을 주는 말을 하게 된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세상을 보는 사람처럼 적어도 부모의 어깨에 올라 서서 세상을 보는 내 아이는 나보다 더 넓은 인생을 보게 되고 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고쳐주고 싶은 약점이나 습관이 있다면 아이에게 고치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가 그 습관이나 약점을 바꿀 수 있는 환경이나 규칙을 만들어서 아이가 자기를 타겟으로 하는지 모르게 자연스럽게 적응해가도록 집안 분위기와 규칙을 바꿔보자. 밤이면 늦게 먹는 아이의 식습관을 바꿔주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오후 몇 시 이후에는 단식하는 규칙을 지키다 보니 온 가족의 야식 습관이 해결되었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렇게 아이의 마음을 꼬집지 않고도 약점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찾아보면 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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