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칭찬에 서툴까?

작성일2020-02-01

호주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중에 부모님께 드리는 상장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상장이니만큼 부모님께 감사하고 칭찬하고 싶은 말들을 적으라고 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칭찬과 감사의 말 대신 이것도 힘들고 저것도 싫었다는 불평의 말을 적었다. 혹 자기의 다짐을 적은 아이들도 있었다.
왜 부모님을 칭찬하는 상장에 자기의 다짐이나 불평을 적었을까? 집에서 부모에게 듣는 말이 “뭐는 하지 마라. 왜 이렇게 했니? 좀 더 잘할 수 없어” 하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런 지적을 받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부모를 칭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구체적인 칭찬의 말을 듣지 못했으니 칭찬의 말을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는 엄마아빠도 격려가 필요하고 칭찬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아이들에게 엄마아빠는 아이언맨처럼 어떤 상처나 고통에도 아픔을 모르는 존재로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칭찬의 말이 아니라 뭐를 더 잘 해달라는 부탁의 말이 상장의 내용이 된 것이다.
아이에게 칭찬할 때는 아이에게 상장을 준다는 생각으로 해보자. 6하 원칙에 맞춰 언제, 어디서, 네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잘 했는가에 대해서 칭찬해주면 좋다. 상황을 전혀 모르는 남이 들어도 아이가 칭찬받는 상황을 알 수 있고 작은 일도 상장을 받을만한 중요한 일이 된다. 어른 눈에는 종이쪽지에 불과한데 받는 아이들에겐 특별한 의미가 된다.

호주에 처음 가서 유치원에 들어간 한빛이가 한 달을 내리 울었다. 교실에 들어가면 누나도 엄마도 없고 영어가 안 들리는 상황이 두려워서 울기만 하자 선생님은 아이를 빨간 의자에 따로 앉혀 두고 “언제든지 네가 울음을 그치고 함께 놀고 싶으면 말하라”고 했다. 한 달 가까이 지나면서 아이는 아이들 말을 듣고 따라하다가 어느 순간 웃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월요일 조회 시간에 ‘잘 웃는 아이’로 아이 손바닥만한 상장 하나를 받아왔다. 그 상장을 받고 다음날부터 아이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자기는 ‘잘 웃는 아이’라고 상을 받았으니까.

문방구에 가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나 예쁜 종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등을 사서 특별한 종이에 붙여서 짧은 칭찬의 말과 함께 주면 아이에겐 동기부여가 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누가 만든 것이든 상장을 받아서 싫을 사람은 없다.

평소에 아이가 보이는 작은 행동의 변화에도 구체적으로 칭찬해 주자. 동생하고 잘 노는 아이를 보며 막연하게 “착하네” 보다는 “동생이 귀찮게 하는데도 화내지 않고 잘 받아줘서 엄마가 안심이 되고 기뻐”라고 칭찬해 준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엄마를 기쁘게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다음에 동생과 놀 기회가 있을 때 더 다정하게 대하려고 할 것이다.

칭찬은 구체적으로
지저분한 방을 다 정리해 놓은 아이를 보고 “잘했네. 하면 이렇게 잘하는데 왜 그렇게 지저분하게 해 놔”라고 말한다면 이건 아이에게 이중으로 벌을 주는 것이다. 청소한 것을 인정받지도 못했을 뿐더러 청소를 함으로 해서 이미 해결된 문제의 이전 상황에 대해 꾸중을 들었다는 기억으로 남는다. 이런 말을 들으면 나중에 아무리 지저분해도 청소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지저분하다는 지적은 받을지 몰라도 청소한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칭찬을 할 때는 아이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말해서 아이가 자신이 한 일의 결과가 구체적으로 엄마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깨달음은 아이가 자기 행동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자부심은 아이의 행동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늘 똑같은 칭찬의 말을 하다 보면 아이들은 ‘엄마는 할 말이 없으면 꼭 그렇게 말하더라’고 생각한다. 칭찬을 받은 게 아니라 엄마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해 본 소리라고 생각한다. 칭찬의 말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바꿔가면서 해주자.

그런데 칭찬이 이렇게 아이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좋은 행동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알겠는데 왜 부모는 아이를 칭찬하는 데 인색할까?
‘칭찬을 하고 싶어도 칭찬할 거리가 있어야 칭찬을 하죠’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면 모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칭찬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내 아이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칭찬하기 어렵다. 내 아이는 비교 불가한 유일무이한 존재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면 칭찬하기 어렵다. 이때는 부모의 기대를 팍 낮춘다. 어디까지 낮춰야 할까? 아이가 이뤄낸 것보다 더 낮게 낮추면 저절로 아이를 칭찬하게 된다.

-다른 것은 다 잘하기 때문에 잘못한 한 가지, 그것만 고쳐주면 완벽한 아이가 된 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한 것을 칭찬하는 일보다 못하는 한 가지를 지적 하느라 칭찬할 기회를 놓친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1등 할 수 있는데) 꼭 2% 부족한 선에서 멈춰버리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으면 아이를 칭찬하기 어렵다.

-아이가 알아서 너무 잘하면 아이의 어른스런 행동이나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까지 당연하게 여겨서 칭찬하기 어렵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는 특별시민 의식이 있으면 칭찬하기 어렵다. 그 정도는 당연 하지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 눈에 아이의 말이나 행동, 모습이 부모의 체면을 깎는다고 생각하거나 부모의 위신이 안 선다고 생각하면 아이가 아무리 잘해도 칭찬하기 어렵다.

-친구의 아들 딸 성공 스토리를 듣고 나면 내 아이를 인정하고 칭찬하기 어렵다.

-엄마가 피곤하고 힘들면 아이를 칭찬하고 인정하는 말을 해주기 어렵다. 피곤하면 엄마가 피곤하다고 미리 말해주는 것이 서로에게 불필요한 파편을 맞는 것을 도와준다.
-부모가 뭔가에 화가 나 있으면 그 일과 상관없는 아이에게 칭찬보다는 화를 내기 쉽다.

-그냥 지금 내가 놓여있는 현실이 싫다는 생각이 들면 아이를 인정하는 말이나 칭찬의 말을 하기 어렵다. 우울한 엄마는 명랑하게 아이를 칭찬하기 어렵다.

-아이를 칭찬하면 아이가 칭찬받은 그 수준에 만족하고 머물까 봐서 불안한 엄마는 아이를 칭찬하지 않는다. 앞으로 더 잘하라고.†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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