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힘- 칭찬과 비난

작성일2019-10-01

“당신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다. 이렇게 글을 잘 쓴 사람을 20년 동안 출판사를 하면서 만나본 적이 없다.”
200자 원고지 3장의 독후감에 칭찬을 아끼지 않은 출판사 사장님의 말을 그대로 믿고 그날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스물여덟 살이 되도록 제대로 된 글을 한 편도 써 본 적이 없었지만 칭찬 한마디는 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텔레비전만 보고 있던 사람이 잠을 자지 않고 3일을 책만 읽자 아버지가 불러서 “네가 너를 사흘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네가 미친 것 같다”는 말을 할 정도로 그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후로 25년 동안 그는 날마다 원고지 10매의 원고를 쓰는 일을 20년 넘게 했으며 그것은 30권이 넘는 책이 되었다. 그가 쓴 글의 일부가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십대들의 쪽지’를 발행했던 김형모 전도사의 이야기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그 출판사 사장은 원고를 가져오는 누구에게나 그런 칭찬을 하고 있었다.

반대로 말 한마디로 아이의 재능이나 노력하고 싶은 마음을 싹둑 잘라버릴 수도 있다.

“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
“이걸 그림이라고 그린거야. 발로 그려도 이보다는 잘 그리겠다.”
“이게 글이야? 글자만 늘어놓는다고 글이 되니?”
“그 것도 아이디어라고. 더 좋은 생각 없어?”
“야. 그만 불러. 차라리 옆집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있지.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다.”

이런 말들은 한마디로 아이의 재능과 노력하고 싶은 의욕을 빼앗는 말이다.

부모는 그날 감정에 따라 무심하게 한마디 했을 뿐이지만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불만과 반발심만 생긴다. 부모 앞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관심을 내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부모를 기쁘게 하는 일, 부모 가 좋아하는 일은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자기에게 무안을 주고 무시한 부모에게 똑같은 망신이나 배신감을 느끼게 하고 싶어 어떻게 하면 부모를 실망시킬 수 있는지 연구하게 된다.

사춘기 문제로 밀어두지 말라
밖에서나 학교에서는 점잖게 말을 하는데 유독 엄마에게만 심한 말을 하면서 엄마를 괴롭게 하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있었다.

“엄마, 말하지 마. 목소리 듣기도 싫어.”
이런 식의 말을 엄마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아빠가 엄마에게 함부로 말씀하시니?”
“아니요.”
“그럼 네가 엄마에게 하는 말들은 어디서 누구에게 배웠을까?”
“엄마가 내가 어렸을 때 그렇게 말했어요. ‘들어가. 꼴도 보기 싫어.’ 이런 말 많이 했어요.”
“그렇구나. 그럼 언제부터 너랑 엄마 위치가 바뀌기 시작했을까? 그러니까 넌 엄마에게 함부로 말하고 엄마는 네가 무슨 말을 할까 봐서 조마조마하고 말을 걸기가 두려운 상황으로 역전된 거야?”
아이는 조금 생각하다
“아마 엄마가 내가 사춘기가 됐다고 생각하고 나를 가만히 둔 다음부터요?”
“너희 어머닌 내 책을 읽으셨다고 하셨는데 난 사춘기가 되면 아이를 그냥 놔두지 말고 아이의 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바로 잡아주라고 했는데….”
“엄마가 선생님 책은 최근에 읽었어요.”

이 아이의 대답은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기 전, 부모가 아이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아이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면 그땐 직접 반항을 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기가 대접받은 대로 돌려주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는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아버지를 때리기 시작하더니 6개월 동안 엄마를 꾸준히 때린 아이의 말이 이렇다. “난 엄마아빠한테 5년 동안 이렇게 맞았어. 아직도 4년 반은 더 때려도 돼.”
사춘기가 되어 아이의 말이나 행동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부모가 아이를 키워온 말과 행동을 보고 듣고 배운 것을 표출하는 것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어 까칠하게 말하거나 거친 행동을 하면 그땐 부모가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가지 말고 반드시 바른 말과 행동으로 그때그때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당황해서 넘어가고, 두 번째는 놀라서 넘어가고, 부모의 자존심이 상해서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면서 아이의 바르지 않은 말투와 행동을 그냥 두면 아이는 부모의 침묵을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인정으로 해석하고 갈 수록 거친 말투와 행동으로 바뀐다. 사춘기는 작은 문제가 쌓이기 전에 그때 그때 부딪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다. 설거지나 청소는 미뤄뒀다고 해도 자라나지는 않지만 사춘기 문제는 미뤄두면 스스로 자생하고 자라는 속성이 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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