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고 못 생긴 제가 싫어요”

작성일2019-02-15

문 : 난 ‘걸뚱’(여자뚱뚱이)입니다. 가끔은 ‘대뚱’(대박, 떡대, 뚱땡이)이란 말도 듣습니다. 학원이 늦게 끝난 날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어떤 오빠들이 저를 쳐다보고 웃는 거예요. 처음엔 그냥 지나갔는데 생각해 보니까 “쟤 봐. 저렇게 뚱뚱하면서 이 시간에 라면을 먹고 싶을까?” 뭐 이런 식으로 저를 욕하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볼 때마다 제가 너무 못 생겼고, 뚱뚱하고, 보잘 것 없어서 그런 것 같아 항상 기운이 빠지고 사람을 피하게 됩니다.

답 : ‘난 이런 상황이 싫다.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 이런 생각을 하면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주고받는 들리지 않는 말들은 모두 나를 흉보는 이야기 같습니다. 나를 ‘걸뚱’이니 ‘대뚱’이니 하면서 놀리는 친구들도 밉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웃으면서 넘겨야 하는 내 자신이 더 싫어지겠죠. 진짜 마음은 웃고 싶지 않고 그 친구 얼굴을 당장이라도 할퀴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은 누가 봐도 난 뚱뚱하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에게 조롱거리가 되고 혼자 울면서 조용히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생을 살 것인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택을 할 것인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심해도 오늘 당장 뚱뚱한 몸에서 10kg이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에 주변에서 1년 동안 혼자 묵묵히 40kg 정도를 줄인 남학생에게서 답을 얻기 바랍니다. 그 남학생은 “비만도 장애다. 너 그러다 군대도 못 가” 이런 친척들의 말을 들으면서 대꾸도 못하는 자신이 싫어서 어느 날 결심했답니다.
“하루에 100g씩만 줄여보자. 밥을 먹을 때 한 숟갈만 덜 먹자. 음료수를 마실 때 카페인이나 당이 많이 들어간 것보다는 물을 마시자. 밤에 먹고 싶을 때 한 입 만 덜 먹자. 밤에 안 먹는 시간을 5분만 늘리자. 한 걸음만 더 걷자.” 이렇게 작은 선택으로 이어진 1년이 큰 변화가 되었답니다. 처음부터 40kg을 줄이자 했으면 절대 이르지 못할 목표인데 날마다 하나하나 바꿔가다 보니 어느새 40kg이 넘는 몸무게를 줄였고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당당하게 여기는 자존감을 회복하게 되었답니다.

나를 움직이는 것은 다른 사람의 비웃음이 아니라 내가 나를 믿고 들려주는 속 삭임입니다. 내 말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나의 선택이 나를 당당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바꿔줍니다.

문 : 더 비참한 것은 평소에 나랑 친한 남자애한테 “친구 이상으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가 차였다는 거예요. 그 아이는 내가 그런 말을 하자 무지하게 놀라면서 “시간을 좀 줘” 하는데 그건 싫다는 뜻이잖아요. 제 친구도 “넌 친구로 사귀기는 좋은데 이성친구로 사귀기는 좀 힘들지”라는 진단을 내렸어요. 제가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뜻인가요?

답 : 친구로 지내면 참 편하고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성친구로 사귀자고 해서 곤란했던 경험이 누구나 있습니다. 그건 그 아이의 거절이 내가 뚱뚱하거나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성친구보다는 친구로서 그냥 좋은 경우겠지요. 난 이성으로서 좋은데 그 친구는 내가 이성보다는 친구로서 좋을 수 있습니다. 그 친구의 감정이나 생각이 나하고 다르다고 해서 ‘내가 매력이 없는 사람인가?’ 의심할 필요는 없겠지요.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선택이 다르니까요. 내가 원하는 결과는 못 얻었지만 그 친구의 선택도 존중해주세요.

반대로 난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데 나를 보고 이성친구 하자고 할 남학생도 있겠지요. 그때 내가 반대를 했다고 해서 그 남학생이 ‘난 이성적인 매력이 없는 사람이구나’ 비참해 한다면 내 입장에선 참 곤란하겠죠. 조금 어렵지만 그 친구의 선택을 인정하고 나는 또 변함없이 그 친구와 좋은 관계로 지낼 수 있는 담대한 마음을 가져보세요. 내 마음이 한 뼘 정도 자란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거절당했을 때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이 아니거든요.

문 : 책에선 ‘자기만족’이라는 걸 말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가 제 머릿속에는 들어 오지 않아요. 그래서 어떨 때는 ‘자살할까? 어차피 슬퍼해주는 사람도 없을 텐 데…’ 이런 생각도 합니다. 날씬하고 예뻐지면 애들도 관심을 가져줄까요? 자꾸 날씬하고 예뻐지면 친구도 많이 생길 거라는 생각만 들어요. 그래도 내 진짜 모습은 변한 게 없는데…….

답 : 예뻐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세계미인대회에서 1등을 한 사람도 자기의 미모에 다 만족하는 것은 아닙니다. ‘난 아름다운 사람’이라 는 생각이 나를 바꾸기 시작합니다. 내가 나를 아름답게 여기면 남도 나를 아름다운 사람, 귀한 사람으로 여겨줍니다. 참 이상하지요. ‘난 뚱뚱하고 미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난 날씬하고 예쁜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바꿔 보세요.

나비도 아름다운 날개로 날아오르기 전에는 징그러운 번데기 모양으로 살았지요. 그러나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어느 날 화려한 날개 짓을 하며 날아오를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연약한 몸짓으로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오는 몸부림을 포기 하지 않지요.

오늘 내 모습이 전부라고 자살을 생각하지 마세요. 십대가 아름다운 것은 날마다 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 주는 한 사람의 친구랑 마음을 열고 좋은 친구가 되어 보세요. 친구가 많은 사람 은 얼굴이 예쁘고 날씬해서가 아니라 내 문제에만 빠져있지 않고 친구를 배려하고 인정해주는 마음 씀씀이 때문에 좋은 친구를 갖게 됩니다. 우리는 날마다 조금씩 키가 자라고 아름다워지고 있습니다. 그걸 믿으며 자기를 인정해주기 바랍니다. †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