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우리 아이를 위한 현명한 대처

작성일2019-12-01

온 나라가 짙은 거짓의 구름에 가려져 열심히 정직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절로 바보가 아닌가 싶은 박탈감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거짓말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대개는 그 거짓말도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습니다. 그 선을 넘으면 거짓이 악이 되고 때론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로 변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숙제는 다 했니?”라고 묻는 부모에게 “오늘은 숙제 없어요” 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입니다. “그래 특별한 날이네. 선생님이 숙제를 안 내주셨다니. 엄마가 알아야 할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이렇게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아이의 대답에 반응하면 아이는 ‘아, 나중엔 숙제가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 골치 아프겠구나’를 배우게 됩니다.
“학원 갔다 왔니?” 하고 물으면 설령 학원을 가지 않았더라도 “네” 하고 끝냅니다. 그게 엄마가 듣고 싶어하는 대답이고 자신에게도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뭔가 물을 때 “예.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 아이들은 더 쉽게 거짓말을 합니다.

“오늘 학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 새롭게 배운 것은 뭐야?”
“학원에 오가는 길에 본 것 중에 재미있는 것 하나만 엄마한테 이야기 좀 해줘.”
이런 질문은 아이가 짧은 대답이라도 쉽게 거짓말을 하기 어렵고 한 템포 쉬면서 자기 생각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입니다.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우리 아이는 거짓말은 안 해요’라는 생각이 든다면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를 다른 공간에 두고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부모에게 “내 자녀가 부모인 나에게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24%의 부모만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 부모의 자녀들에게 “부모님께 거짓말을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96%는 ‘거짓말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4%의 아이들은 그 질문에 거짓으로 답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는 어디서 아이의 거짓말을 놓친 것일까요?
아이들은 어른들 생각보다 쉽게 사소한 거짓말을 합니다.

① 거짓말을 해서 얻게 되는 큰 이익이 없어도, 거짓말을 합니다.
② 그냥 심심해서, 혹은 거짓말이 더 재미있어서.
③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서.
④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는 어른이나 친구를 지켜보는 것이 고소해서.
⑤ 사실대로 말하면 혼날 것 같아서.
⑥ 다른 사람을 골탕 먹이려고.
⑦ 거짓말을 하면 손해를 보지 않을 것 같아서.
⑧ 부모나 선생님, 혹은 다른 친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합니다.

특히 ‘난 언제나, 모든 곳에서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의식이 있는 아이라면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더 관심을 받고 있으면 그 순간 시선을 자기에게 돌려놓기 위해서 엉뚱한 거짓말을 만들어냅니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아이들이 눈 말짱히 뜨고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거짓말도 정교하고 지능적으로 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거짓말을 눈치 챌 수 없으며 어지간한 전문가의 눈이 아니면 아이가 말하는 거짓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큰 잘못을 했을 때 아이들은 그 잘못이 드러날 때까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서 부모를 숨 넘어가게 합니다.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뿐이지 거짓 말을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은 것도 거짓말이라는 것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 잘못을 말하지 않은 이상 아무도 모르리라고 생각하거나 말하는 순간 그 일이 현실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큰 잘못을 저지른 경우 일수록 사실을 말할 기회를 무시하고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보다 지능적인 경우 어디까지 밝혀지나 기다려서 밝혀지는 데까지만 사실을 인정하는 치밀함도 있습니다.

무시해도 될 거짓말은 없다
똑같은 일에 대해서 사실을 말하는 아이보다는 거짓말을 하는 아이가 구체적인 상황 묘사나 사건 진술에 자연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은 시간이나 일의 전후 순서를 따라가면서 기억하기보다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 것만 기억하는데 꾸며낸 말을 하는 경우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상황묘사(시간이나 색깔, 주변사람들의 말 등)에 더 강할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뛰어난 아이는 자기가 말을 하면서도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꾸며낸 이야기인지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은 부모가 앞뒤 상황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면서 부모를 공격합니다. “엄만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나를 의심하는 거예요?”라고 따지면서 자기 위치를 확보합니다.
부모가 더 물으면 자기가 숨기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젠 짜증을 내면서 ‘공격만이 최선의 방어다’라는 자세로 바꾼 것입니다. 이럴 때 부모가 ‘아이한테 괜한 상처 주는 것 아니야’ 하고 물러서면 시작하지 않음만 못합니다. 아이는 부모를 다루는 방법 하나를 배우게 된 것입니다.
“이건 너를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야. 엄마는 사실을 알아야 해. 엄마가 이렇게 묻는 것이 네가 의심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쁠 수 있다는 것은 엄마도 알아.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너에게 구체적으로 묻지도 않고 ‘너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보다 너한테 직접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어. 그러니까 차근차근히 설명을 해서 엄마를 설득해봐”라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아이의 거짓말에 대해서 부모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아이의 행동 패턴이나 논리의 흐름을 살피기보다는 “엄마가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했지. 그랬어? 안 그랬어? 그런데 왜 거짓말을 해.” 이런 다그침만으로 아이가 이젠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안심해 버리는 점입니다. 특히 아이의 거짓말로 인해서 큰 손해가 없거나 부모가 치러야 할 대가가 없으면 그 거짓말 자체를 가볍게 취급하고 넘어갑니다.
부모가 무시해도 될 가벼운 거짓말은 없습니다. 정직의 가치를 가르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아이가 거짓말을 할 때입니다. 아이에게 거짓말로 얻는 이익보다는 정직함으로 해서 입게 되는 손해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는 대신 네가 정직하게 말하고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손해여도 괜찮아. 네가 바른 선택을 했다고 사람들이 다 너를 인정해 주고 칭찬해 주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만 세상엔 손해냐 이익이냐 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어. 그건 네가 모든 순간 할 수 있으면 정직한 선택을 하는 용기를 배우는 거야.”

거짓말을 자주 하는 아이는 거짓말을 통해서 부모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관심을 더 받고 싶거나, 그 물건이 꼭 갖고 싶다거나, 그 일이 힘들다거나 평소에 말하지 못했던 것을 거짓말을 통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행동 패턴을 살피는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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