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지켜야 할 규칙과 행동범위를 정해줘라!

작성일2019-11-01

부모는 아이가 말귀를 알아들을 때부터 어떤 행동이나 말은 허용이 되는지, 어떤 경우에도 허용이 안 되는 말과 행동은 무엇인지, 그 한계를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네 마음대로 한 번 해봐.”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라고 자유를 줬다고 해도 그 좋은 대로 하는 말이나 행동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으면 바로 제재를 해야 한다.
단 그 제재는 일관되고 확실해야 한다. 어제는 괜찮았던 것이 엄마 기분이 꿀꿀한 오늘은 꾸중거리가 되면 아이는 자기가 잘못해서 지적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기분이 나빠서 괜히 자기에게 화풀이를 하거나 짜증을 낸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고 하기 싫어도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만 해도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부모와 부딪치는 일이 줄어든다.

호주 연수를 진행할 때는 첫날, 서너 시간에 걸쳐서 해도 되는 일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일일이 설명하는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하면 안 되는 줄 몰랐어요.”
“그런가요?”
“안 되나요?”
“안 된다고 말 안 했잖아요.”
이런 말로 자기 잘못을 변명하는 말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이 생기면 아이들은 일단 “그런 말 하신 적 없는데요” 하고 부정부터 하고 나온다. 그럼 난 오리엔테이션용 요약 노트에 인쇄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리스트를 보여준다. 말로만 했다면 그 말은 안 했다고 우길 수 있지만 글로 기록되어 있는 것은 우길 수 없다. 중요한 계약들은 말로 끝나지 않고 글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다.

아이가 지켜야 할 한계를 말로 해서 각인시킬 자신이 없다면 우리 집만의 생활규칙안내서를 만들어 보자. 온 가족이 한두 시간만 머리를 맞대고 앉으면 된다.


*부모가 생각하는 자녀가 꼭 지켜줬으면 하는 구체적인 규칙 몇 가지.
(아침에 일어나면 부모에게 인사하기. 식사 자리에서는 늘 감사의 말을 하기. 욕실을 사용하고 나올 때는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정리하기. 빨랫감은 세탁기에 넣어주기. 일어나면 바로 돌아서서 침대 정리하기. 부모님께 존댓말 쓰기. 핸드폰 사용 시간 정하기. 동생에게 거친 말이나 행동하지 않기. 잘못해도 정직하기.)

* 사회구성원으로서 꼭 지켜야 할 행동 몇 가지.
(이웃 어른께 늘 인사하기. 바른 자세로 걷고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외출하기. 공공장소에서 크게 말하거나 위험하게 달리지 않기. 욕이나 저속한 표현 사용하지 않기.)

* 우리 집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규칙 한두 가지.
(자기 방은 자기가 정리하기. 공부보다 엄마아빠의 일을 먼저 돕기. 하루에 두 번은 서로 안아 주기.)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장난처럼 보이지만 글로 쓰는 효과는 말로 100번 하는 효과보다 낫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에는 내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고, 내가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배워간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말이나 행동의 한계를 배우게 되면 자신의 위치와 권리도 알지만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남을 배려하게 된다. 이렇게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고, 권리를 앞세우기 전에 책임과 의무의 엄중함을 먼저 배우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사춘기 아이에게 뭔가 한계를 정하고 규칙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이 없다면 우리가 날마다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생각해 보자.
비행기가 비행하려면 활주로 안에서 관제탑의 허가와 지시 아래 이착륙을 해야 한다. 항공사고의 85% 이상이 비행기 이•착륙 시에 일어난다는 통계를 보면 관제탑의 허락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관제사의 허락과 명령이 비행조종사의 능력을 무시하거나 비행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하늘은 빈 공간 같지만 비행기가 다닐 수 있는 항로가 있다.
바다에도 선이 보이지 않지만 배가 다닐 수 있는 항로가 있다. 그 항로 안에서 항해할 때 암초에 부딪치지 않고 안전한 항해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모든 고속도로에는 중앙선과 차선, 제한속도가 있다. 고속도로의 제한속도는 자동차의 성능을 제한하거나 운전자의 실력이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암묵적인 가이드가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 말이나 행동의 경계를 구분하여 주는 것은 아이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 안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는 범위를 지정해주는 것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다른 곳에서 사랑의 대상을 찾으려고 한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라면 부모의 품보다는 이성을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어떤 한계도 두지 않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사주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다 하게 한 엄마도 있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경우다.
“난 우리 아이에게 자유를 줬어요. 그 애는 하고 싶은 일이라면 무엇이든 다 했어요. 어쩌면 기분 나는 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특히 규칙 같은 건 없었어요. 스티븐은 정말 놀라운 재능을 보였어요.”
문제는 스필버그는 이 세상에 한 명이고 자유롭게 키운다고 누구나 스필버그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켜야 할 규칙과 행동범위를 정해줘도 아이는 창의적으로 자란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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