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가야 할 길을 알려주라

작성일2019-09-06

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모임에 갔더니 교감선생님께서 "지랄 총량의 법칙"을 말하며 아이들이 크면서 놀만큼 놀고 할 짓 다 하고 나면 노는 것도 심심해지고, 하지 말라는 일도 하기 싫어져서 저절로 돌아오는 때가 있으니 아이들이 어긋날 때 일부러 아이를 누르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정말로 "지랄 총량의 법칙"이 라는 것이 있느냐고 묻는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어른들이 곤란 한 문제의 책임을 피해가는 데 참 말도 잘 만들어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한 번 시작한 나쁜 일은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더 나쁜 습관으로 강화되고 더 나쁜 기회로 연결된다는 데 있습니다. 놀다가 지쳐 돌아오는 아이는 없습니다. 부모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호기심으로라도 시도하지 않도록 말해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서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던 딸아이가 갑자기 탈색을 하고 싶다고 하더니 친구들과 호기심에 술도 먹고 담배도 피워봤다고 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에 들어가서 옷도 갈아입기 귀찮다면서 교복을 입은 채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워서 핸드폰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한지 아이들은 모릅니다. 그렇게 핸드폰만 보고 있는 자기도 힘들 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공부를 해야 하는 데 공부가 안 되서 힘들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은데 친구들은 끼리끼리 친하고 자기는 은따(‘은’근히 ‘따’돌린다의 준말)인 것 같아 힘들고, 성적은 원하는 만큼 올라주지 않는데 학교 다녀오면 다시 학원을 가야 하니 힘들고… 갖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은 많은데 다 갖지 못해서 재미없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자기 상황을 힘들다고 말하며 꼭 해야 할 일에서 멀어집니다.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동안에는 불평이 줄어듭니다. 아이가 불평이 많아 지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때는 부모님이 억지로라도 규칙을 만들어서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가 아니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을 정리하고 집안 청소도 하게 하고, 몸을 움직이는 운 동을 하고 엄마를 도와주는 일에 동참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구조신호를 무시하지 말라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꼭 지켜야 할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만나지 말아야 할 나쁜 기회를 만나게 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위험합니다. 아이가 머리 염색을 하거나 탈색을 하는 것은 호기심에 한 번쯤은 해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하고 싶은 지는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왜 갑자기 탈색이 하고 싶었는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이의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나 아이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 해서 따라하고 싶은지 아니면 정말 그게 멋있게 느껴졌거나, 머리를 탈색하는 것이 아이들 사이에서 ’쎈 아이‘로 받아들여져서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은 지, 아니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머리 색깔 바꾸는 것밖에 없어서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지 알게 됩니다. 아이가 염색이나 탈색을 하고 싶다고 할 때는 절대 그냥 심심해서 하는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엄마에게 호기심에 담배를 피워보고 술을 마셨다는 것을 고백한 일입니다. 술이나 담배는 호기심에 했다고 해도 중학교 2학년으로서는 멀리 간 행동입니다. 아이가 말하지 않았으면 엄마는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일을 왜 굳이 엄마에게 털어놓았을까요? 그것은 아이가 엄마에게 도움을 구하고 있는 신호입니다. 마음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노’라고 하지 못하고 ‘싫다’고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 의 약점을 알기 때문에 엄마가 자기에게 일정한 선을 그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털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도움을 구하는 요청을 해 올 때는 몇 달이라도 아이의 상황을 바꿔주는 데 가장 우선권을 두고 움직여줘야 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엄마에게 S.O.S를 쳤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고백을 구조신호로 듣고 부모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담배와 술을 접할 수밖에 없는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게 만들면 아이는 “그 애들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워도 다 착한 아이들이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들”이라고 말할 겁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이 없으면 자기와 놀아주는 친구도 없다고 하면서 그 친구들과 함께 다닌다고 해서 내가 술이나 담배를 계속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또 내가 할 공부를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엄마는 편견을 갖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걱정이 아이에겐 편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라고 해서 모두 한 번은 경험해 보거나 나쁜 기회들을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나쁘고 좋다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똥은 직접 찍어 먹어보지 않아도 먹을 수 없는 고약한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아이들도 술과 담배가 나쁘다는 것, 자기들 나이에는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선택하는 결정권을 주는 것이 열린 부모의 열린 교육인 것처럼 네가 알아서 결정하라는 말로 부모의 책임을 비켜갑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호기심에 약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함께 하자는 친구의 압력을 거절할 힘이 없습니다. 그때 부모가 방향과 길을 잡아줘야 합니다. 아이가 자기의 행동을 부모에게 물어오는 시기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때입니다. “NO”라고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그것을 “YES”라는 허락으로 받습니다. 부모의 침묵이 아이를 가지 말아야 할 길로 길을 열어주는 역할이 되지 않도록 마땅히 가야 할 길을 알려줘야 합니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은 하 나이지만 가지 말아야 할 길,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너무 많습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가야 할 길 하나를 알려주는 것이 정확하고 쉬운 교육입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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