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야간자율학습 빼먹고 참석한 기도회, 인생 전환점 돼

작성일2019-10-22

염안섭 원장이 지난 16일 경기도 남양주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암환우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중보기도를 하고 있다.

부모님이 교회를 다닌 것도 아니었고 누가 전도를 한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어린 시절, 집 앞 작은 교회인 서울 영광교회에 자연스럽게 출석했다.

워낙 작은 교회라 유초등부 예배가 따로 있질 않았다. 오전 11시 어른 예배를 드렸는데 목사님 말씀이 어떤 내용인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예배 후 교회 문밖을 나서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하다.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던 어린 내게는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당시 출석했던 교회는 성령의 역사를 강조하는 교회가 아니었고 전통적이고 예전적인 예배를 드리던 장로교회였다. 이런 체험이 계속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살아계신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개포고에 진학해 본격적인 학업을 시작했지만 큰 문제에 봉착했다. 아무리 공부해도 수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개포고는 서울 강남 8학군에 속한 곳으로 공부 잘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몰려드는 학교였다. 성적이 나오질 않으니 공부 잘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열등감을 갖고 주눅 들어 살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쳐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밤낮으로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10대는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 때 어렴풋하게 느껴지는 하나님께 이런 서원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는 공부도 못하고 머리도 나빠서 의과대학에 갈 수준이 전혀 안 됩니다. 하지만 만일 하나님의 은혜로 의과대학에 간다면 의료선교사가 되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뒷자리에 앉은 친구와 야간자율학습 전에 도시락을 먹었는데, 갑자기 성경책을 꺼내더니 고3 기도회에 간다고 했다. “어딜 간다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학교 앞 개척교회 목사님의 인도로 야간자율학습 시작 전에 기도회를 한다고 했다. “그럼 나도 가도 되니?”

그래서 그 친구를 따라 기도회에 참석했다. 호기심에 친구를 따라간 기도 모임이었는데 아이들이 울부짖으며 방언 기도를 했다. 태어나서 방언 기도를 처음 봤다. 더구나 방금 같이 도시락을 까먹은 친구가 울면서 방언기도를 하는 걸 보니 충격 그 자체였다. 만약 그때 ‘아, 우리 동네 청소년 정신병자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라고 생각했다면 오늘의 나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도하는 친구들을 보니 오기가 생겼다. ‘나도 이 아이들처럼 살아계신 하나님을 강하게 만나야겠다.’ 그래서 그날부터 계속 고3 기도회에 갔다. 그런데 첫날부터 갑작스레 밥도 물도 먹지 못하는 이상한 경험을 했다. 3학년 학기 초 열심히 입시를 준비해야 할 때였는데 밥과 물을 먹으면 먹는 대로 토했다. 보통사람 같으면 ‘일단 기도회에 가지 말고 몸을 추슬러 입시를 준비한 후 대학에 붙으면 가자’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오기가 생겼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악한 영의 방해를 이겨야 한다. 여기서 하나님을 만나지 못할 바에는 대학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죽으면 죽으리라.’

그런 마음이 들어 더 열심히 기도했다. 그렇게 밥도 물도 못 먹게 되니 자동으로 금식기도를 하게 됐다. 그렇게 기도를 시작한 지 21일째 되던 날 갑자기 정상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이 영적 전쟁 이후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이 생겼다. 성적이 쑥쑥 올라가 수학능력시험 전국 모의고사에서 100등 안에 들어갈 정도가 됐다. 가정형편 상 EBS 강의 시청 말고는 별다른 과외를 할 수 없었는데 말이다.

“염안섭, 너 도대체 누구한테 과외를 받길래 수능 점수가 이렇게 가파르게 뛰는 거야?” “응, 예수님한테.” 친구들이 물어봐도 이 외에는 달리 해줄 말이 없었다. 이 일은 하나님께서 전적으로 하신 일이었고 내 노력이 아니었다.


염안섭 원장

약력=1975년 서울생. 연세대 의대 졸업, 감신대 신대원 목회학석사, 고려대 의대 의학박사.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호스피스클리닉 전문의,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심의위원 역임, 현 남양주 수동연세요양병원장.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03613&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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