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크리스천이었는데…” ‘노찾사’ 가수 이혜원의 인생 반전

작성일2019-09-24

강민석 선임기자

그는 ‘안티 크리스천’이었다. 주위의 위선적인 크리스천을 보면서 교회엔 절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대 국악과에서 거문고를 전공한 그는 1990년대 민중가요 노래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서 활동했다. 노래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99년 갑작스레 유학길에 오른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동떨어진 삶에서 영혼의 갈증을 느끼다 하나님을 만났다. 2014년 오랜 지병이었던 만성신장염으로 남편의 신장을 이식받은 그는 회복과 치유의 시간을 통해 더욱 달라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됐다. 헤븐리(Heavenlee)라는 이름으로 6년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 ‘플라잉 하이’(Flying High)를 발표한 가수 이혜원(48)씨 이야기다.

가수 이혜원씨(오른쪽)가 1990년대 민중가요 노래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에서 활동한 모습. 이혜원씨 제공

앨범 홍보차 잠시 귀국한 그를 최근 서울 마포구 독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찬양으로 은혜를 받았어요. 저도 언젠가는 찬양 음반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앨범 작업을 했어요. 음악으로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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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주제곡 ‘플라잉 하이’는 피아노와 현악기만의 단순한 악기 편성과 담백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한다.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내가 꿈꿔왔던 그곳으로 내 삶의 이유 돼준 당신의 두 손 잡고 가네’ 이 곡의 가사처럼 항상 동행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따라 두려움 없이 걸어갈 것을 고백한다.

블랙 콰이어의 청아한 아카펠라 합창으로 시작하는 ‘더스트 오프 유어 니스’(Dust off your knees)는 재즈 보컬을 전공한 가수의 달란트를 충분히 발휘한 R&B 스타일의 노래다. 경쾌하지만 비장하게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역설한다.

“대학 시절 함께 활동한 친구들과 최근 만났습니다. 절 보고 ‘기적’이라고 하네요.(웃음) 20년 만에 만난 제 삶이 달라진 것을 보고 놀라더라고요.”

2집 앨범 자켓.

노래운동가에서 찬양사역자로 인생의 반전을 이룬 이씨는 다른 크리스천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 유학 전인 99년 한국에서 친언니를 따라간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지만, 미국에서의 초기 생활은 고달팠다.

넉넉하지 않은 유학 생활, 산후우울증, 학업과 육아의 병행, 만성신장염 악화까지 영육이 지쳐가던 시절에 교회 공동체는 그에게 평안과 위로를 줬다. 이씨는 “고난은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는 계기를 줬다”면서 “아마 한국에 있었으면 하나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한 그는 전공인 국악을 재즈와 접목해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음악 활동을 했다. 졸업 후 댈러스 등지에 살며 2012년 재즈피아니스트 임미정과 함께 첫 솔로앨범(Embraced in Harbour Pointe)을 발매했다. 지금은 시애틀에 살며 가수와 발성 지도자,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한다. 교회 음악 사역 등을 통해 자신이 만난 하나님을 간증한다.

“하나님께서 제게 새로운 삶을 주셨어요. 노래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드러나기 쉽지만, 저는 예수님이 드러나는 음악가, 찬양사역자로 살고 싶습니다. 말씀을 삶으로 사는 예배자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739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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