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부도… 병마… 연단의 시간 지탱해준 버팀목... 박은영 R.ed대표

작성일2022-04-12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다 이사야 말씀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이 말씀을 죽는 날까지 머리맡에 붙여 놓고 사셨다. 사실 이 말씀은 나와 우리 가족이 세상을 지탱해 온 정신적 줄기였다.

아버지의 사업체가 부도를 맞은 건 대학 2학년 때 일이었다. 스물한 번째 생일 무렵, 집에 돌아와 보니 온통 빨간 경매 딱지가 붙어있었다. 부유한 환경에서 처음 광야로 내동댕이쳐졌던 그때, 하나님께서 꿈을 주셨다. 꿈속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시꺼먼 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두려움으로 머뭇거리고 있는 내가 보였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두려워 하지 마라. 깊지 않다.” 누군가 팔을 잡아주는 감촉을 느꼈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물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물은 정말로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는 깊이였다. 기이한 꿈에서 깨어나 펼친 성경 말씀이 바로 이사야 말씀이었다.

4녀 중 장녀였던 나는 동생들을 챙기며, 설상가상으로 폐결핵 3기 병마와도 싸워야 했다. 이 시절의 어려움은 삶의 올바른 태도와 철학을 다져준 값진 시간이었으며, 오로지 말씀을 붙잡고 육신의 아버지에서 영적인 아버지로 종속 귀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너와 함께한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디자이너이자 작가, 창작자로의 내 삶을 관통했다. 재능과 노력이 합일되는 지점에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다. “재능이 최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다른 이들보다 앞서간 섣부른 성공과 찬사를 받는 내 재능에 교만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노력이 재능에 우선되며 더 큰 재능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다시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내 힘으로는 채우지 못하는, 진정한 완생을 위한 2%는 하나님의 입김과 은혜로 채워진다는 것을 절감한다. 여태까지의 성공과 찬사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쌓지 못할 과분한 탑이었음을 고백한다. 감사와 겸손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으로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희망을 나누며 보다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치환해야 할 사명이라 생각한다.

말씀은 따뜻함과 희망을 품게 했고, 연단의 시간은 강단과 인내를 길러주었다. 하나님께서 길 위에 던져 놓은 말씀은 마음 빛이 되었고, 그 빛은 별이 되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주며 마침내 꺼져가던 심장을 뛰게 하는 보석이 되었다. 인간의 상상과 창의, 콘텐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인공지능(AI) 시대 인간 영혼에 불어넣는 하나님의 말씀은 더욱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약력 △이화여대 디자인학부 겸임교수 역임 △그림책 작가 △이탈리아 볼로냐국제도서전 우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어린이 문학상 수상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39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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