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하는 자로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 바리톤 강주호

작성일2021-12-19

강주호(오른쪽) 성도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대성그룹 회장실에서 김영훈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 회장과 함께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달 19일 열린 ‘갓플렉스 시즌2’에서 ‘믿음의 고백’이라는 특송으로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성악가가 있다.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10년간 이탈리아에서 유학하며 콩쿠르 ‘펠리체 라뚜아다’에서 우승한 바리톤 강주호(39) 성도다. ‘이런 나를 어찌 사랑하셔서 회복시키고 다시 순종하게 하실까… 나로 인해 저 사망의 길 헤매는 사람들을 주께 돌아오게 하소서’라는 가사가 자신의 신앙 여정과 꼭 들어맞는다는 강 성도를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 회장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만났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대성그룹 회장실에서 이뤄진 대담은 아늑한 회장실 분위기 만큼이나 따뜻하게 진행됐다.

김영훈 회장=갓플렉스 시즌 2에서 은혜로운 찬양 잘 들었다. 아직 강 성도님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강주호 성도=성악가다. 남자 성악가는 종류에 따라 세 파트로 분류가 된다. 고음을 뽐내며 오페라에서는 소프라노와 사랑에 빠지는 테너, 중간 음역대로 오페라에서 스토리텔러 역할을 하는 바리톤, 깊고 웅장한 소리를 내며 오페라에서 왕 할아버지 대제사장 역할을 주로 맡는 베이스 등이 있는데 저는 중간 음역대인 바리톤이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지 1년 됐으며 하나님의 계획과 뜻은 어디 있을까 찾아보고 애쓰고 있는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다.

김 회장=저도 음악에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때는 테너를 하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바리톤을 하라고 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께 음악을 전공하라는 말도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전공이라도 할 걸 하는 후회가 든다. 그런데 강 성도님은 정식으로 성악을 배운 지 8개월 만에 연세대 음대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강 성도=1994년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쓰리 테너 콘서트’라고 파바로티 카레라스 도밍고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 당시 받은 충격과 감동이 압도적이었다. 특히 파바로티에게 한순간에 매료됐다. 그 이후로 대중음악을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클래식에 빠졌다. 고2 때 성악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께서 반대하셨다. 한 번 입시에 실패한 후 아버지께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고 말씀드린 끝에 허락을 받고 준비했다. 학교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분께 8개월 동안 배우고 2002년 연세대 음대에 입학했다.

김 회장=대학 졸업 후에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고 들었다. 이탈리아는 어떤 교회에 가든 성가대의 실력이 기가 막힌다고 할 정도로 음악의 본고장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이탈리아로 가게 됐나.

강 성도=성악계에도 학파가 있는데 나의 파트나 발성법에 적합한 곳이 이탈리아라고 생각했다. 2010년부터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학하면서 뭔가 이뤄내야겠다고 마음이 앞서다 보니 꼬일 때가 많았다. 노래가 더 어렵고 안 됐다. 나이는 먹어가고 직업도 정해야 하고 경제적 기반도 갖춰야 하는데 성과가 없는 것 같아 나 자신을 많이 닦달했던 시간이었다.

김 회장=보통 어렵고 힘들 때 더 하나님을 절실하게 찾게 되지 않나. 이탈리아에서 강 성도님께 부어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가 있었을 것 같다.

강 성도=저는 모태신앙으로 5살 때 할아버지 손을 잡고 교회에 출석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이탈리아에서도 당연히 주일 성수는 해왔는데 어느 날 자려고 누웠더니 ‘나는 과연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더라. 하나님은 있는 것 같은데 ‘나의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때 말씀과 기도를 내 신앙생활의 축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날 새벽부터 말씀을 펴고 읽었다. 성경을 읽을수록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 후 삶이 단순해지고 정리가 됐다.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깨달은 것이다.

콩쿠르에 나갈 때도 ‘1등 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목소리가 있을 텐데 그것을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기도하고 노래했더니 2017년에는 콩쿠르 ‘펠리체 라뚜아다’에서 1등을 하게 됐다. 그 후 오페라 ‘리골레토’ ‘나부꼬’ 등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혹시 이것이 기복신앙으로 비칠까 두려운 마음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구했더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으로 강조하고 싶다.


김 회장=한국에서는 성악가들이 뮤지컬 등 다방면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오페라와 같은 정통 클래식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어떤 목표가 있었나.

강 성도=고국에 돌아와 1년 남짓 지내다 보니까 특별히 성악가들이 부르기 적당한 우리말로 된 노래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성악가들이 푸근하고 잔잔하게 풀어낼 수 있는 곡들이 많았다. 청중들과 멀지 않은 거리에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음악회를 할 수 있는 장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페라는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본연의 소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장르다. 언어를 몰라도 소리가 주는 감동이 있고, 청중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매력이 있다. 청중들이 쉬어갈 수 있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김 회장=제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할 때 많이 아팠는데 병원에 가도 병명을 몰랐다. 죽는 것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는데 어느 날 새벽에 천사의 합창이 들려왔다. ‘갈 길을 밝히 보이시니 주 앞에 빨리 나갑시다’는 찬송이었다. 그 찬양을 따라 부르다가 병이 다 낫는 체험을 했다. 그 후 합창단을 조직해서 전 세계를 다니고 싶다는 꿈도 갖게 됐다. 강 성도님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성악가가 되길 바란다. 지금까지 성도님의 삶을 지탱하게 해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

강 성도=로마서 8장 28절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는 말씀이다. 합격 진급 병고침 같은 것만을 하나님의 복으로 여기고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기도했는데도 불합격한 사람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불합격에도 하나님의 뜻은 반드시 존재한다. 우리의 기도는 ‘되게 해주세요’ ‘갖게 해주세요’가 되기 쉽다. 저는 인생의 걸음 속에서 아쉬운 일마저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하심임을 알고 그 음성을 듣게 해달라는 기도를 늘 하고 싶다.

김 회장=맞다. 잘 되는 것만이 복은 아니다. 뒤이어 나오는 29절에 보면 “하나님이 미리 아신 자들을 또한 그 아들의 형상을 본받게 하기 위하여 미리 정하셨으니 이는 그로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 돼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 선이다. 복을 받거나 혹 벌을 받는 것 모두 결과적으로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자들이 그리스도의 형상을 본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하나님이 보시는 큰 계획안에서 하나님 형상을 닮아 연합하는 것이 선이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며 전 세계에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드러내는 복된 성악가가 되기를 항상 응원하겠다.

강 성도=격려와 따뜻한 말씀들 감사하다. 제가 5살 때 할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교회 예배당 바로 그 자리에서 지금도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할아버지 대의 믿음의 유산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이다. 다음세대가 신앙 선배들의 유산을 계속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많은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성악가가 되겠다. 지켜봐 달라.




정리=박용미 기자 m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22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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