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예배의 자유를 지키라 <5>

작성일2021-03-25

부산 세계로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다.

종교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는 경제적 자유보다 강력하게 보호된다. 특히 예배의 자유는 내적 신앙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신앙실행 행위다. 따라서 그 제한은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정부가 감염 예방을 이유로 예배의 자유를 통제한다면 헌법 원리인 자기 책임의 원리를 준수해야 한다. 책임의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다.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게 법치주의의 원리다.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이성적인 사람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되 그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부담함을 전제로 한다.

자기 책임의 원리는 책임부담의 근거로 기능하는 동시에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내지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로 기능한다.

자기책임의 원리는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 및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이고, 헌법 제13조 제3항은 그 한 표현에 해당한다.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위반이 된다.”(2002헌가27 결정 참조)

예배는 개별 교회의 선택과 책임에 따라 열린다. 그렇기에 기독교 연합체, 교단이나 노회는 개교회의 예배시간, 예배 장소, 예배방법 등을 제한할 수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도 개별 교회가 결정한다. 따라서 개별교회가 모든 책임을 진다.

설령 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해도, 식사나 소모임 등이 원인이라면 이것을 이유로 현장 예배를 통제해선 안 된다. 특정 교회의 현장 예배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돼 있다 해도 방역수칙을 지킨 다른 교회까지 통제해서도 안 된다.

특정 교회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 정신에 따라 그 교회만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 된다.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 다른 교회까지 일률적으로 예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례로 한식 음식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지역의 모든 한식 음식점의 영업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처럼 특정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그 지역 모든 교회의 현장 예배를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조치를 취하면 안 된다.

그리고 정부는 방역조치를 하면서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 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한 이를 채택해야 한다.

정부는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출입자 명부 관리, 소독 및 환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도록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부가 지난 2월 방역수칙을 지킨 교회에서 예배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 없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회의 현장 예배를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말이다. 이런 조치는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수단을 취한 것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침해 최소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한편, 행정명령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와 비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즉 행정목적에 의해 추구되는 공익이 상대방이 받는 손해보다 커야 한다.

정부가 교회의 현장 예배를 통제한 결과 그 폐해는 크다. 교회는 물론 목회자와 소속 교인의 신앙실행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됐다. 특히 인터넷 예배도 드릴 수 없는 농어촌 교회 등 작은 교회는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사람이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해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농어촌 등의 소규모 교회의 목회자와 전도자는 현장 예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정부의 조치로 인해 실직했다. 심각한 경제적 고통도 호소하고 있다. 나아가 정부의 현장 예배 금지 또는 제한 조치는 교회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해 사회 구성원의 영적·정신적 건강까지 해치고 있다.

정부가 같은 정도로 위험한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행정명령과 같은 방역수칙을 교회 등 종교시설에 적용했을 때 그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는 어떠한 자료도 없다.

결국, 교회의 현장 예배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정부의 방역조치에 따른 공익 실현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반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종교의 자유 등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 그래서 정부의 방역조치는 법익 균형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현장 예배를 금지하거나 방역수칙을 지킨 교회의 예배를 통제하는 정부 행정명령이 전염병 확산 및 방지를 위한 목적의 정당성, 그 수단의 적절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침해 최소성 및 법익 균형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83994&code=23111111&sid1=chr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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