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예배의 자유를 지키라 <2>

작성일2021-03-04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운데)가 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예배회복을 위한 자유시민연대’ 기자회견에서 대면예배를 통한 코로나19 감염사례가 없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한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교회 등 다중이용시설에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출입자 명단관리, 환기·소독 의무 등을 부과한다. 이에 더해 교회에는 ‘비대면 예배 원칙’을 명령하거나 좌석 수의 10% 또는 20%의 인원만 예배참여를 허용하고 교회 등 종교시설이 주관하는 모임 및 식사제공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조치로 지난 수개월간 현장 예배를 정상적으로 드리지 못했다. 교인 상호 간 교제도 심각하게 제한받는 등 신앙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받았다.

정부의 조치는 예배의 자유를 비롯한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절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헌법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의 방역조치는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비대면 예배를 원칙으로 하거나 예배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종교시설에서 소모임과 식사제공을 금지하는 조치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그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될 수 있다. 이같이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종교 자유, 예배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있지만,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코로나19는 SARS CoV-2에 의하여 발생한다. 사스 바이러스와 유전적으로 89.1% 일치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을 일으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그 확산과 변이의 속도가 빠르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국민 건강의 보호를 위해 코로나19와 관련해 방역수칙을 정하고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해도 이러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 개인의 인격 발현과 인간의 존엄성 실현이라는 종교의 자유의 특수성이 고려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종교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경제적 자유를 제한할 때보다 엄격하게 심사한다. 더욱이 예배의 자유는 절대적 자유권인 신앙의 자유와 밀접한 영역이므로 그 제한은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인정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종교의 자유, 특히 예배의 자유를 제한하면서 다른 다중이용시설이나 활동과 달리 종교시설이나 활동에 대해 비과학적 행정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본 것처럼 정부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선 다른 다중이용시설과 달리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대면 예배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정부의 비대면 예배 원칙은 영상 제작·송출을 위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포함해 전체 20명 이내의 사람만 예배 참여를 허용했다. 1만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는 99.8%가 현장 예배를 드릴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교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농어촌 교회 및 소형 교회와 같이, 영상 제작·송출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어떤 유형의 예배도 드릴 수 없다.

이에 더해 각종 방식의 예배, 종교적 모임과 행사, 식사제공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고려하면, 정부의 비대면 예배 원칙은 오프라인에서 교회 운영을 실질적으로 중지하는 행정명령인 셈이다.

정부는 코로나19 감염 고위험 시설 및 활동에 대해 그 운영을 중지하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했다. 클럽 룸살롱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 감성주점, 헌팅포차 등 유흥시설 5종을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고 집단체육활동, 댄스동호회 활동 등을 고위험 활동으로 분류한 다음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했다.

유흥주점 등은 음식물·주류 섭취 등으로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고, 구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수 없는 시설이다. 조기 축구와 같은 집단체육활동은 마스크 착용이 어렵거나 경기를 위한 몸싸움 등으로 구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없는 활동이다.

하지만 종교시설이나 활동은 다르다. 교회 등은 음식물이나 주류 등을 섭취하는 장소가 아니다. 예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기 어려운 활동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의해서도 효과적으로 코로나 19의 감염을 방지할 수 있다.

정부는 백화점, 대형마트, 지하철 등에 대해 시설이용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렇게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종교시설에 대해 사실상 시설이용금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아니더라도 방역 목적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특별한 근거 없이 유흥주점 등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처럼 현장 예배를 실질적으로 중지하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 유흥주점 등에 대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처럼 강력하고 포괄적·획일적인 조치를 현장 예배에 취한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의 문제가 있다.

특히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지역사회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으로 인해 종교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받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현장 예배 금지는 매우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허용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80982&code=23111111&sid1=chr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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