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대표의 차세대를 위한 성경적 성교육 <29> 피임 교육의 문제점 ②

작성일2021-01-05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가 지난 7월 서울 국회에서 열린 ‘차별금지법에 숨겨진 여성 역차별 대응방안’ 토론회를 갖고 참석자들과 함께했다.

공적인 영역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피임 교육의 첫 번째 문제점은 청소년 간의 성관계를 자연스러운 행위로 전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남자친구와 성관계 할 때는 콘돔을 잘 챙겨서 자신을 보호하렴” 혹은 “여자친구와 섹스할 때는 남자가 콘돔을 미리 준비하는 게 예의야”라는 식의 표현은 미성년자 간의 성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잘못된 효과를 내므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교회와 가정에서 기독교 교육을 하는 양육자조차 이렇게 잘못된 전제를 그대로 답습해 성교육에 적용하는 실수를 종종 범한다. 첫 단추, 즉 전제가 잘못되면 두 번째 단추, 세 번째 단추도 자동으로 잘 못 맞춰진다.

현행 미성년자 대상 피임 교육의 두 번째 문제점은 ‘잘못된 전제’의 결과물로서, 그 전제와 연속 선상에 있다. 부부간 정상적 성관계의 열매로서 임신이 아닌 ‘미성년자 간의 혼외 성관계로 발생한 임신’을 우려한 나머지 생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다.

지금처럼 청소년 간 혼외 성관계를 정상으로 인정하는 피임 교육을 받게 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청소년들의 뇌리에는 소중한 아기에 대한 첫인상이 왜곡될 것이다. 생명이 주는 기쁨과 소중함을 묵상하기 전에 생명을 피해야 할 대상 혹은 위기와 저주의 첫인상으로 각인시키는 잘못된 효과를 낳게 된다는 말이다.

2015년 광주 학생인권조례의 문제점을 발견한 교계와 시민단체가 조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잘못된 성교육의 부정적 효과가 그대로 드러났다. 앳된 목소리의 여자 청소년이 갑자기 “청소년도 성적 권리가 있고 섹스를 합니다”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당당하게 “임신과 출산은 섹스한다면 누구나 처할 수 있는 위험”이라고 발언했다.

이 여학생은 임신이 위험한 것이라고 왜 이렇게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었던 것일까. 청소년의 성관계를 통한 임신을 경고하며 피임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에서 ‘위기’라는 사고가 그대로 스며 나온 것이다.

청소년을 만나 상담하다 보면 임신과 생명에 대한 인상이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변화돼 있음을 인식한다. 임신 자체가 위기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차세대의 심령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교회 안에서도 그런 아이들을 만나기가 어렵지 않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가치관 교육을 한 뒤 한 여학생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청소년 간의 성행위로 생긴 아기가 아닌 부부간의 성관계로 생겨난 아기라면 그 임신은 위기가 아니겠죠. 그런데 이제는 왠지 임신이나 출산 자체가 커다란 트라우마처럼 무의식적으로 각인돼 있어요. 원치 않는 청소년 임신에 대한 대책으로 피임 교육을 받아 왔거든요. 임신이라는 단어에 결혼이 아닌 청소년 성관계, 사귀는 오빠와의 성행위라는 단어가 늘 세트로 딸려 나오는 것같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 과정에서 생명 잉태는 축복이라기보단 피임을 제대로 못 한 처참한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이는 부정적인 생명관이 싹터 아기에 대한 첫인상 자체가 왜곡된 경우에 해당한다. 앞서가는 피임 교육을 한답시고 부부간 성이 아닌 청소년 간 성적 결정권을 강조하다 보니 그 결과물인 임신과 새로 태어날 인간에 대한 인상도 달라져 버린 것이다.

청소년의 프리섹스를 권리로 전제한 피임교육을 통해 그 프리섹스의 결과 파생된 생명을 ‘소중한 자녀’가 아닌 ‘지워버려야 할 골칫덩이’로 대상화하기에 이를 수 있다. 즉 간접적 낙태 옹호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 양육자들은 태중의 자녀에 대한 첫인상이 위기이자 혐오의 대상이라는, 끔찍한 인간관을 구축하는 성교육을 반대해야 한다. 자기 성적 결정권의 무한 주입의 결과가 결국 생명 경시 및 무의식적 살인 의지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생명 잉태를 인생의 위기로 각인하는 교육의 방향성을 어떻게 교정할 수 있을까. 결혼은 하나님과 증인들 앞에서 1남1녀가 영육 간의 연합을 맹세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다. 이 결혼 안에서 성, 즉 부부간 성관계에 따른 임신과 출산이 먼저 순리적으로 교육된다면 생명 탄생에 대한 첫인상이 부정적인 것으로 왜곡, 주입되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크리스천 부모는 세상 성교육이 청소년 성관계에 따른 위기로서 출산을 각인하기 전에 기쁨으로 자녀를 낳고 이 땅에 충만해져 가는 통로가 되는 가정의 가치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

구체적으로 자녀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기뻤고 하나님께 감사했는지 부모가 직접 자녀에게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예수님의 마음을 더욱 깊게 체험하게 된 소소한 기쁨을 아이들과 진솔하게 나누는 것도 바람직하다.

결혼 안에서 정상적인 부부 관계, 따뜻한 가정에 대한 소망을 품게 해서 생명은 저주와 위기가 아니라 무한한 기쁨이자 설렘, 희망이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전달돼야 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9063

김지연 (대표)

이화여대 약대 졸업, 백석대 중독상담학 석사. 현 백석대 상담대학원 박사과정. 영남신대 대학원 특임교수(가족회복학),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이사, 저서 ‘덮으려는 자, 펼치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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