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 목사의 코로나19는 교회혁신의 기회다] <15> 전통적 예배의 틀에 갇히면… 다음세대 발길 돌린다

작성일2020-11-19

서울 좋은나무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 팀수양관에서 열린 전교인수련회 때 빙수먹기 게임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예배가 형식화될수록 교회의 생명력은 떨어진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예배 자체를 고집하려는 의도 때문에 생명의 본질을 잃어버려서 나타난다. 믿음보다 예배의 의식을 강조하다 보니 젊은이들은 숨이 턱 막힌다며 교회를 떠난다.

1980~90년대 출생한 30~40대 젊은 부부는 유초등부, 중고등부, 대학부를 거치면서 형식을 중시하는 예배보다 자연스러운 예배에 익숙하다. 하지만 성인이 됐을 때 ‘묵찬기찬설기찬’(묵상-찬양-기도-찬양-설교-기도-찬양)이라는 전통적인 예배 틀 속에 갇히면 적응을 못 하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교회를 떠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신자의 기본은 예배다. 그 예배 때 하나님의 생명력을 받아야 살 수 있다. 예배가 살아야 삶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예배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예배를 드려왔던 젊은 세대에게 60~70대에게 익숙한 예배를 드리라고 하니 마음 문을 닫고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기존 신자들이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세대에게 구세대의 예배 방식을 강요한다면 ‘제발 우리 교회를 나가 달라’고 사정하는 것과 같다.

한국교회가 왜 전통적인 예배의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일까. 고전적 양식이 주는 편안함이 크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고전적 예배 양식이 몸에 밴 기성세대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이 첫 예배에 와서 문화적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 받게 하려고 익숙하지 않지만, 캐쥬얼 복장을 하고 설교한다. 양복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고 해서 하나님을 높이는 데 지장을 받는다면 복장 이전에 영성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가 즐겨 부르는 찬송가는 대부분 서구 교회에서 온 것이다. 고전음악에 성경적 가사를 붙인 것이 많다. 아무래도 요즘 젊은이들의 감각과는 멀다. 종교개혁 때의 프랑스 개신교도들은 당시 유행가에 가사를 붙여 찬양 드렸다. 요즘 한국사회로 따지면 트로트가 유행인데, 거기에 하나님을 높이는 가사를 붙여 찬송가를 만든 개념이다.

새로운 세대에겐 그 세대에게 맞는 찬양과 설교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의 세대가 만들어놓은 틀에 새로운 세대가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말 없는 폭력이나 다름없다.

설교도 과거처럼 ‘첫째-둘째-셋째-결론’의 대지설교의 정형화된 틀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설교자는 신세대의 다양한 사고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특히 논리가 약하면 절대 설복되지 않는다. 질의응답식으로 청중에게 다가서야 하고 현대인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개혁주의자는 말씀에 비춰 늘 개혁한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음세대를 하나님께 인도하는 것이다. 내가 편한 것을 무조건 고수하는 게 아니다. 다음세대에 다가서기 위해, 예수님의 변치 않는 진리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매일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 그것이 진정한 개혁주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교회가 처치 이노베이션의 도전 앞에 있다. 전염병의 위기 앞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이 삶의 위안, 영적 가치를 찾기 위해 교회 문을 두드릴 것이다. 평생 교회 문턱을 넘어보지 못한 사람이 들어왔을 때,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이끌 자신이 있는가. 찬양과 기도, 설교가 심리적 저항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과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지금은 예배의 혁신이 일어나야 할 때다. 예배는 근본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자리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다. 고전적 형식, 순서를 예수님보다 중시하다 보면 틀에 갇히게 되고 젊은이들은 언젠가 떠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어린이와 젊은 엄마, 청년들이 환호하는 교회인가, 아니면 60~70대 장로 권사가 신앙생활하기 좋은 전통적 교회인가. 어른들이 불편한 생동감 넘치는 교회인가, 어른들이 안도감을 느끼는 전통적 교회인가.

원색적이고 역동적인 복음, 선명한 복음 메시지를 음향과 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는가. 아니라면 다른 교회에서 영적 충전을 받은 젊은이들이 전통 교회에 그것을 쏟아내는 현상을 보인다.

문제는 비대면 영상예배가 모든 교회의 예배를 경험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됐다는 데 있다. 예배의 혁신을 머뭇거리면 젊은이들이 소리 없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접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하고 있다.

목회자들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불평만 해선 안 된다. 왜 그들이 떠나는지, 30~40대 젊은 부부가 왜 코로나19 사태 이후 교회 출석을 하지 않는지 치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혹시 최근 6개월간 30~40대 성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했는가. 그들과 함께 역동적인 예배를 드린 적이 없는가. 그런 목회자는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아직도 교회에 원로장로실이 있는가. 전망 좋은 최고의 장소에 당회실이 있는가. 아직도 다음세대가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 예배드리고 있는가. 교회 1층 공간을 키즈카페로 바꿀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가. 미안하지만 그 교회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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