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우 목사의 코로나19는 교회혁신의 기회다] <9> 교회 1층 문 열면 뭐가 보이는가?

작성일2020-10-13

좋은나무교회 어린이들이 서울 송파구 성내천로 교회 1층에 설치된 ‘키즈 캠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좋은나무교회는 1층을 엄마와 아동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마련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한국교회의 진짜 위기는 심화되는 고령화 문제에 있다. 30년 전만 해도 예배당을 열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렇다 보니 세상을 향해 선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그만 안일하게 대처하고 말았다. 30년 전 예측에 실패한 결과 교회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말았다.

지인에 따르면 서울 강남의 한 교회는 성도 수가 2000명에서 수십년 만에 50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변 대형교회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도시 교회라고 해서 고령화라는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 교회가 속한 교단만 보더라도 70%의 교회가 주일학교가 없는 상태다. 한국교회 전체를 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교회의 고령화 문제는 세대교체를 할 다음세대가 준비되지 못했음을 뜻한다. 코로나19로 교회의 생존을 놓고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대처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래세대가 준비되지 못한다는 것은 교회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우리는 먼저 다음세대를 준비하지 못한 것을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 특히 고령화된 교회를 보면서 기성세대들 본인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대가를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

교회 구성원의 50%가 아이들과 그들을 자녀로 둔 40대 이하의 다음세대가 아니라면 고령화되는 교회라고 봐야 한다. 주일학교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이라면 이미 고령화된 교회다. 이런 교회가 지불해야 할 대가는 당회실부터 없애는 것이다. 교회마다 공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1개월에 한 번 모이는 당회가 그렇게 넓은 공간을 차지할 필요가 없다. 교회 내 경로시설로 분류되는 곳도 과감히 내놔야 한다.

기성세대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생각으로 그간의 편리와 유익을 포기하고 기꺼이 어린아이, 청소년을 위한 용도로 내놔야 한다. 3.3㎡(1평)당 2000만원이 넘는 도심에선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배실, 소그룹실, 사무실 등 활용도가 높은 공간을 제외하고 모든 시설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설로 바꿔야 한다.

서울 좋은나무교회는 당회실이 없다. 정기 당회는 소그룹실, 임시 당회는 새벽예배 후 본당 앞에서 한다. 나머지 당회는 수시로 카카오톡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해도 당회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

교회는 지하 본당과 3층 식당을 제외한 1~2층, 4~5층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모두 내놨다. 1층은 ‘키즈 캠프’로 키즈카페와 유사하게 만들어 놨다. 264㎡(80평)에 어린이용 시설이 있다. 수유실과 놀이방, 어린이 샤워실이 있고 영상과 음향시설도 갖췄다.

좋은나무교회에 처음 오는 사람은 1층만 둘러봐도 교회가 누구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용자가 다소 줄긴 했지만, 여전히 엄마와 아이들로 북적인다.

2층 396㎡(120평) 중 264㎡(80평)에 매트가 깔려있다. 초등학생 아이들은 이곳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논다. 4층에는 청소년을 위한 8개의 방이 있다.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한 주간 내내 공부도 하고 모임도 한다.

5층은 교회의 핵심 프로그램인 주말캠프가 진행되는 곳이다. 42명의 청소년이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토요일, 주일을 보낸다. 쉽게 말해 매주 여름성경학교가 열린다고 보면 된다. 아이들은 매주 성경을 배우고 토론 수업을 하고 자연을 거닐며 인성훈련도 한다. 옥상에는 아이들을 위한 대형 트램펄린을 설치해 놨다.

교회의 대부분 공간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내주고 어른들은 어디서 보낼까. 주변 커피숍이나 식당을 활용한다. 상당수가 자녀를 둔 젊은 엄마 아빠이다 보니 1, 2, 5층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좋은나무교회는 기득권을 가진 성인과 노인에게 매우 불편한 교회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단 한마디 불평도 없이 어린이와 젊은 세대를 보며 자랑스러워한다. 교회에 아이들이 많이 모여들 수밖에 없다. 우리 교회만 잘돼선 안 된다는 생각에 2016년부터 어린이 전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국 교회에 150여개의 트램펄린을 무료로 설치해줬다.

처치 이노베이션은 결코 희생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 코로나19라는 기회는 다음세대를 위해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뜻대로 생명을 위해 기꺼이 우리 자신을 헌신해야 한다. 그리스도를 위해 기득권과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성인에게 할당된 비용과 공간을 과감히 포기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양육에 자원을 재배치할 때 교회에 희망이 있다.

교회 1층 문을 열었을 때 무엇이 보이는가. 장년에게 익숙한 편의시설과 장식인가, 아니면 어린이에게 친화적인 공간인가. 예수님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말씀하신다. “너희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의 모든 기득권을 부인하고 다음세대를 위한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말이다. 늦었다고 포기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과오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5388

이강우 (목사)

전북대 건축과, 연세대 대학원 졸업, 합동신학대학원대 목회학석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IBM 근무. 현 서울 좋은나무교회 담임목사.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