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는 하나님의 심판인가?

작성일2020-03-17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재난이 닥치면, 적지 않은 교회에서 하나님의 심판과 이와 관련된 회개에 대한 설교가 선포된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 자연 현상에 불과한 재난에 과도한 반응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심판과 죄를 개인적 차원에서만 다루어왔기 때문에 ‘재난과 하나님의 심판’과 같은 주제를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성찰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약에 나타나는 수많은 심판 이야기에 나타난 하나님은 신약의 사랑 많으신 하나님과는 다르게 낯설게 느껴진다.


과연 구약에 나타나는 화를 내고 벌을 주고 분풀이하는 심판의 하나님은, 한 학자가 말했듯 ‘보복에 능한 부족신’인가? 아니다. 하나님은 그의 다스림을 벗어나고 거부하여 어그러져 버린 세상을 바로 잡으시려고 세상을 심판하신다. 하나님의 심판이 임할 때, 하나님을 거스르며, 정의를 구부리고, 사람을 비인간화하고 억압하고 착취했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다. 그들이 어그러뜨린 것들이 바로잡힐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나님 편에서 정의를 좇고 사랑과 평화를 일구던 사람들은, 하나님의 심판은 위로이며 기쁨이다. 갈망하던 하나님의 다스림과 회복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시편 96편이나 98편에서 만물이 하나님의 심판을 환희의 노래로 화답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불행히도 성경은 하나님의 심판을 환희보다는 두려움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나라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창6:11-12, 겔16:49-50, 출2:23-25, 신9:4, 암1-2, 등등).

개인을 넘어선 전 세계적인 반역과 그로 인한 어그러짐을 회복하기를 하나님은 간절히 원하신다. 하나님은 ‘주의 날’에 메시아를 보내시기로 계획하신다. 구약의 후반부로 올수록 메시아를 대망하는 사상이 심화된다. 메시아가 올 때, 두려운 심판이 임하지만(습 1:14-15), 동시에 평화가 전 우주적으로 증진될 것이다(사 9:6-7). 결국, 이 약속은 하나님 자신의 아들인 예수를 통해 성취되었다. 세상을 심판하러 오신 메시아께서 그 심판을 대신 받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것이다! 그의 피를 힘입어 회복된 하나님과의 관계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은 결국 완전한 회복에 이르게 될 소망을 품는다. 이 은혜가 너무도 커서 그리스도인들은 지난 이천 년 동안 사순절과 고난 주간은 물론, 매일 십자가를 묵상해왔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이 이 십자가의 사건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이해한다는 것이다. 메시아가 십자가에 죽으심은 단지 우리 개개인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만은 아니었다. 하나님은 당신을 향한 전우주적, 전인류적 반역과 이로 인한 어그러짐을 바로잡으려고 메시아를 보내셨다. 바울은 초대교회의 오래된 찬송시를 인용하면서, 하나님이 “십자가의 피로 만물과 화해”하셨다(골 1:19)고 선언한다. 그런 맥락에서 죄인인 우리도 “그의 죽으심을 통하여 화해”하셨다고 선언한다 (골1:22). 우리 개개인의 죄와 이에 대한 심판이 메시아의 대속적 죽음으로 면하여진 것을 하나님의 전 우주적 화해의 맥락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온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을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께 쏟으셔서, 이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는 구원을 선사하시고, 남은 모든 자들이 구원에 이르도록 최종적인 심판의 날까지 오래 참으시며 기회를 주시고 계시는 것이다(벧후 3:9, 15; 딤전 2:4).

하나님의 심판은 이미 내려졌다(요 3장).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 심판을 받으셨다! 그러나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은 예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유예되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심판이 유예되어 있는 시간 동안 하나님은 무엇을 하시는가? 하나님을 우상으로, 진리를 거짓으로, 바른 관계를 바르지 못한 관계로 바꾼 사람들(롬 1:23, 25, 26)을 향해 무엇을 하시는가? 하나님은 이들을 그들의 욕정과 정욕과 타락한 마음에 내버려 두신다(롬 1:23, 25, 26). 이것은 ‘신적 방기(神的 放棄, Divine abandonment)’라 부를만하다. 이 내버려 두심이 하나님의 경고이다! 개인이나 사회가 돈이든, 성공이든, 하나님을 세상의 우상으로 바꾸고 살아가면, 그들은 하나님의 내버려두심을 경험한다. 우상숭배는 진리의 비진리화에 이어 반드시 실제적인 삶의 영역에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삶의 깨어짐과 어그러짐은 하나님이 오래 참으시며 경고하시는 사인(Sign)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의 원인에 대해 학자들이 논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인간의 무한정한 탐욕을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지키고 가꾸어야 할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고, 이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변종 바이러스가 형성,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류 독감, 사스, 에이즈, 에볼라,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이름만도 이렇게 많다. 앞으로 더 심각한 바이러스가 올 것이라고 학자들은 경고한다.

코로나19는 마지막 심판에 이르기 전에 하나님이 인류를 향해서 주시는 경고이다. 하나님 대신 탐욕을 쫓고 있는 우리 개인과 사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경고이다. 실인즉, 지진 기근 전쟁 그리고 전염병과 같은 경고음은 지난 이천 년 동안 반복되고 심화되고 전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것이 계시록의 일곱 인(6장), 일곱 나팔(8-9장), 일곱 대접(15-16장)이 경고하는 내용이 아닌가? 하나님의 마지막 심판은 유예되었다. 이미 임한 하나님의 심판을 대신 받으신 메시아를 주로 고백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코로나19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이상히 여기거나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경고음으로 듣는다. 최종적 심판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정의가 깃든 새 하늘과 새 땅”(살후 5:13)을 간절히 기다린다.

이번 사순절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하다. 단지 내 죄를 사하여 주신 하나님이 아니라, 우주적 화해를 위하여 우주적 심판을 유예하고 계시는 자비의 하나님, 자비하시기에 경고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고 예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고음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도 더욱더 강퍅해질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메시야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자들 가운데서는. 두려움과 환희의 날이 머지않았다!


김형국 목사(나들목교회네트워크)

[관련 기고] 코로나19 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자세(김형국 목사)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362603&code=61221311&sid1=mco

김형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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