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예배의 자유를 지키라 <6>

작성일2021-04-01

부산 세계로교회 성도들이 지난 2월 21일 주일예배를 드리기 전 교회 입구에서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고 손 소독을 하고 있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평등 원칙이 모든 차별적 대우를 없애버리는 절대적 평등을 뜻하는 건 아니다.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상대적 평등이다. 상대적 평등은 불합리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나온다. 항공기의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나눈다. 이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나 구분이다. 합리적 근거가 있는 차별이나 불평등은 평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헌재 92헌바43 결정 등 참조)

평등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다. 상대적 평등이 침해됐는지는 동일한 집단 여부에 대한 판단이 전제된다.

공무원이 삼성전자 직원보다 월급이 낮다며 그들과 동일한 월급을 요구할 수 없다. 공무원 세계와 사기업은 동일한 집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일한 집단인지 아닌지는 평등권 심사의 전제가 된다.

평등권 심사에서 동일 집단 여부는 주로 법률 또는 행정 목적에 따라 판단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정부는 감염병 방지를 목적으로 방역 조치를 취했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중요한 방역수단이다. 따라서 다중이용시설이나 활동에서 마스크 착용의 가능 여부는 정부의 방역 조치 대상의 동일성 판단 기준이 된다.

지하철 시내버스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기관 민간기관의 직장 활동 등에선 교회의 현장 예배처럼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설의 이용은 코로나19 감염 방지라는 측면에서 교회의 현장 예배와 본질에서 동일하다. 이들 시설이나 활동은 근무시간, 이용자의 다양성, 쌍방향성 등을 고려할 때 교회의 현장 예배보다 코로나19 감염에 훨씬 취약하다. 그런데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는다.

반면, 교회의 현장 예배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다. 심지어 정부는 교회의 현장 예배를 금지하는 등 매우 강력한 조치까지 취했다. 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한 것이다.

한편, 유흥주점이나 조기축구 등 집단체육활동은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하고 구조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조차 할 수 없다. 이런 시설 또는 활동은 마스크 착용이 가능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한 현장 예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회의 현장 예배를 이들 시설이나 활동과 동일한 위험군으로 취급해 실질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동일하게 취급한 것이다.

식당이나 카페 등은 음식물을 섭취할 때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으므로 현장 예배보다 코로나19 감염에 훨씬 취약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들 시설에 대해 교회의 현장 예배보다 완화된 조치를 취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교회 카페는 안 되는데, 일반 카페는 허용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교회 카페만 찾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처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는 합리성이 매우 떨어진다.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것은 동일하게 취급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장 예배에 대한 과도한 방역조치는 평등 원칙을 위반했으며 종교의 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했다.

강력한 방역조치가 필요하다면 모든 시설이나 활동에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집안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일부 창문에만 방충망을 쳐 놓는다고 모기를 막을 수 있겠는가.

한국교회는 정부의 방역지침과 관련해 어떠한 특혜나 특권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방역의 합헌성과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교회의 주된 요청사항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 아래 같은 정도의 위험성을 가진 다중이용시설이나 활동 수준의 방역지침을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정부가 불신의 장벽을 허물고 국민의 자발적 협력을 얻을 수 있지 않겠는가.

모세와 아론은 바로에게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기를 내 백성을 보내라 그러면 그들이 광야에서 내 앞에 절기를 지킬 것이라”(출 5:1)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했다.

교회는 단순한 문화시설이나 위락시설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영적 안식을 얻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웃과 소통이 끊어져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 많은 사람이 영업 제한 등으로 경제적 고통을 호소한다. 그들이 위로를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제시할 곳은 과연 어디인가.

한국교회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사랑과 희생의 공동체로서 방역 모범으로 소명을 다해야 한다. 당연히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방역수칙 준수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예배의 자유를 회복하고 잘못된 행정처분을 바로 잡으면서 말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85207&code=23111111&sid1=chr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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