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의 예배의 자유를 지키라 <3>

작성일2021-03-11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소독·환기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 교회에 대해서는 ‘비대면 예배 원칙’을 명하거나 소모임이나 식사제공 등을 금하는 등 방역수칙을 강화했지만,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방역수칙을 완화한 바 있다.

정부는 지하철 시내버스 백화점 대형마트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지 아니하고 출입인원도 제한하지 않았다. 그 결과, 지하철과 시내버스에서는 승객이 20~30㎝ 거리를 두고 얼굴을 마주 보기도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는 고객과 직원, 또는 고객 상호 간 쌍방향으로 대화하거나 마주치기도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및 민간 영역의 직장활동 등에 대해서도 방역수칙을 완화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등에서는 1일 8시간 등 장시간 근무하면서 직장 상사, 동료, 고객 등과 쌍방향으로 대화하기도 한다. 이런 시설과 활동은 1일 1회(경우에 따라 주일에만 몇 회) 1시간 정도 전면을 향해 한 방향으로 드리는 교회의 현장 예배보다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하다.

정부는 식당 카페 등에 대해서는 좌석 한 칸 띄워 앉기 등으로 매장 좌석의 50%까지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이 불가능할 때는 이마저 완화하고 있다. 이들 장소에서 음식물을 섭취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으므로 현장 예배보다 코로나 19 감염에 훨씬 취약하다.

학원 교습소 직업훈련기관 영화관 피시방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대해서는 ‘상시 이용으로’ 교회의 현장 예배보다 완화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런 곳들도 반드시 현장 예배보다 감염에 안전한 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어느 특정 시설이나 활동에 대해서만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다른 시설이나 활동에 대해선 느슨한 조치를 취하면 안 된다. 강력한 방역조치가 필요하다면 모든 시설이나 활동에 강력한 방역수칙을 적용해야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방역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시설이나 활동에 대해 완화된 조치를 취하면서 ‘코로나19 감염에 위험하다’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조차 없이 교회의 현장 예배를 금한다. 이처럼 매우 엄중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불공정한 조치다.

참고로 지난 1월 19일 코로나 19와 관련해 발령한 독일의 방역지침은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에 대해 영업을 금지한다. 식당 등에 대해서는 포장·배달만 허용하고 식사는 금지한다. 직장 근무와 관련해서는 오는 15일까지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현장근무가 필요한 경우 그 사유를 신고하게 하는 등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반면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1.5m 사회적 거리두기 의무만을 부과하고 현장 예배를 허용한다. 오히려 교회의 현장 예배에 대해 다른 다중이용시설보다 완화된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성을 고려한 과학적·합리적 조치로 평가된다.

종교의 자유 등 정신적 자유는 경제적 자유보다 강력하게 보호된다. 예배의 자유는 내적 신앙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신앙 실행 행위이므로 그 제한은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주일에 드리는 현장 예배는 기독교의 교리 및 전통과 관련돼 ‘신앙의 자유’의 한 내용을 구성하고 있으므로, 그 특수성이 고려돼 더 강력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만약 코로나19 감염자가 종교시설에서 발생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와 관련돼 발생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킨 예배와 관련된 것인지, 소모임이나 행사와 관련된 것인지, 음식물 제공과 관련된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감염자 발생이 지역적·문화적 특수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전국적 통계나 경향성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행정명령을 한 관청은 그 관할에서의 고유한 경향성과 원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해도 예배가 아닌 다른 신앙실현 행위가 그 감염과 관련됐다면, 이를 갖고 현장 예배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

설령 종교시설에서 현장 예배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돼 있다 해도, 이를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킨 종교시설까지 제한해서도 안 된다. 특정 지역의 현장 예배가 코로나19 감염과 관련돼 있다 해도 이를 갖고 곧바로 다른 지역의 모든 현장 예배를 제한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정부는 현장 예배가 코로나19 확산에 고위험이라는 과학적·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2월 1일 “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식사모임이나 기숙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지 현장 예배에 의한 것은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교회의 현장 예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예배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81799&code=23111111&sid1=mis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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