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대표의 차세대를 위한 성경적 성교육 <22> 돕는 배필, 하나님의 선물

작성일2020-11-13

김지연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가 지난 5일 부산 수영로교회에서 차별금지법이 공교육에 미친 해외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한 여학생의 진지한 질문이 생각난다. “선생님, 저는 정말 교회에서마저 페미(페미니즘의 줄임말)가 돋아요. 왜 하나님은 여자를 ‘돕는 배필’로 지으셨나요. 저는 창조 때부터 ‘시다바리’입니까. 시다바리가 뭔지 아시죠. 저는 창세기 읽다 보면 하나님이 남녀 성별에 따라 처음부터 사람을 차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를 남자의 하녀로 만드신 하나님인가요.”

사실 이 질문은 필자가 청소년 시절 목사님께 던졌던 질문과 유사하다. 많은 여성 크리스천이 자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여자에게 ‘돕는 배필’(창 2:18, 20)이라는 칭호를 주셨다.

여자의 첫 번째 정체성으로 주신 ‘돕는 배필’이라는 단어를 통해 흔히 ‘남성 절대 우위’ 혹은 ‘여성 절대 열등’을 떠올린다. 돕는 위치에 있으면 열등하고 종속적인 존재로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돕는 배필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고, 여자를 하나님 나라의 원칙상 열등한 존재, 배제해야 할 존재로 낙인찍고자 하신 말씀일까. 이 말의 성경적 의미를 원어로 살펴보면 이러한 오해가 쉽게 풀린다.

‘돕는 배필’은 히브리어로 ‘에제르 케 네그도’다. 하나님은 여자를 남자의 돕는 배필로 창조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창 2:18, 20) 영어 성경은 ‘에제르 케 네그도’를 ‘조력하는 자’란 의미의 헬퍼(helper)로 번역했다.

그러나 흔히 생각하듯 부수적인 존재로서의 보조나 도우미를 뜻하는 어시스트(assist)가 아니다. 구약의 시편 기자는 하나님을 ‘돕는 자’라는 뜻의 히브리어 ‘에제르’라 불렀다.(시 54:4, 118:7)

신약에서는 성령님을 ‘보혜사’로 번역되는 헬라어 ‘파라클레토스’로 묘사하는데,(요 14:16, 26; 15:26; 16:7) 구약의 ‘에제르’에 해당하는 표현이다. 보혜사 성령님이 단순히 성도의 뜻을 성취해 주기 위해 돕는 부수적인 도우미나 종속적인 조력자가 아니시듯, ‘에제르 케 네그도’로 불리는 여성 역시 남성의 부수적 조력자나 도우미가 아니다.

다시 말해 성경에서 말하는 돕는 배필은 도움의 객체가 되는 대상에 종속된 열등한 조력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을 가리키는 ‘에제르’의 모델은 바로 성령님이시며 그것을 알 수 있는 단서를 성경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구약성경에는 하나님을 묘사하는 히브리어 ‘에제르’가 거의 20번 가까이 등장한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표현할 때, 에벤에셀(Ebenezer)을 떠올리곤 한다. 사무엘상 7장을 보면, 이스라엘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큰 승리를 거둔 기사가 나온다. 이때 사무엘 선지자가 돌을 취해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우고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삼상 7:12) 하였다.

에벤에셀이란 ‘도움의 돌’이라는 뜻으로 사무엘 선지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를 가리킨다. 그런데 이때 우리가 ‘에셀’이라고 발음하며 읽는 단어가 바로 창세기에서 여성을 가리켜 ‘돕는 배필’이라고 할 때 쓰인 ‘에제르’와 같은 단어다. ‘도움’이라는 뜻의 ‘에제르’를 성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출 18:4, 신 33:7, 26, 시 20:2 등)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시 46:1) 여기서도 역시 ‘도움’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에제르’가 쓰였다.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그 하나님의 속성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단어가 바로 ‘에제르’인 것이다.

또한, 하나님이 여성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표현하는 데 이 단어를 쓰셨다. 얼마나 놀라운가. 그러므로 ‘돕는 배필’이란 절대로 단순한 도우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에제르’는 영어 단어 ‘에센셜’(essential)의 어근이 되었다. 에센셜은 ‘필수적인, 극히 중요한, 본질적인’이란 뜻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필수 아미노산은 외부에서 반드시 공급돼야 하는 것으로, 결핍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한 아미노산을 가리킨다. 있으면 좀 도움 되고 없어도 그만인 아미노산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 단어 역시 ‘본질적인, 필수불가결한’이란 뜻이다. 하나님을 묘사할 때 쓰인 ‘에제르’가 여자에게도 사용됐다는 것은 그만큼 여성에게 주어진 사명이 위대하고 필수불가결하며 중요한 것임을 의미한다. 즉 남성이 권위 의식을 갖고 여자를 노예로 여기게끔 하고자 주신 단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구원의 길은 동일하게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남자가 구원받는 법, 여자가 구원받는 법을 달리 두지 않으셨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의 순기능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점, 즉 차이점을 두고 남녀를 구별하셨으며 그에 따라 기능적 질서를 부여해 주셨다.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하나님이 남녀를 어떻게 다르게 만드셨는지 잘 설명함으로써 부부간의 화평, 형제자매 간의 화평, 남녀 간의 화평을 더욱 잘 도모할 수 있으며 자신의 성별에 감사하도록 도울 수 있다. 다음 회에 더 자세히 이에 관해 설명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0862

김지연 (대표)

이화여대 약대 졸업, 백석대 중독상담학 석사. 현 백석대 상담대학원 박사과정. 영남신대 대학원 특임교수(가족회복학), 한국가족보건협회 대표이사, 저서 ‘덮으려는 자, 펼치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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