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이단

작성일2020-05-27

바야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온라인 이단 시대가 개막됐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 이단들의 ‘대면 포교’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온라인 ‘비대면 미혹’으로 바뀐 양상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단들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세련된 온라인 포교 환경을 구축해 놓고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천지는 신도 교육과 통제를 위한 다양한 모바일 프로그램을 사용해 왔고, 하나님의교회나 전능신교는 유튜브에 완성도 높은 동영상을 게시해오고 있다. 박옥수의 기쁜소식선교회는 최근 온라인 성경세미나를 진행한 후, 줌(Zoom)을 이용한 후속 상담까지 진행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은 교회와 달리, 이단들의 스마트한 온라인 미혹은 퍼지고 있다.

SNS 플랫폼은 이단들의 주요 활동 무대다. 온라인 이단들의 카드뉴스, 동영상, 팟캐스트 등은 콘텐츠와 디자인 모두 돋보인다. 그들의 고퀄리티 영상과 음악에 익숙해진 눈과 귀를 만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 이단들의 활동에 대처할 수 있는, 온라인 이단 예방 및 교회교육 콘텐츠의 개발과 실용화가 시급하다.

신천지도 오프라인에서는 눈에 띄지 않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악화의 주요 원인 제공자인 신천지는 요즘 마치 숨 고르기라도 들어간 듯,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천지가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활동을 자제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광폭 행보를 보인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신도들의 교육과 통제를 위해 온라인 환경을 구축한 신천지가 더 깊이 숨어들어 간 형국이다. 사이버 공간 속 왕국에서 교리 교육, 활동 지시, 신도 통제가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단들의 활동 무대가 시공을 개의치 않는 온라인 세상으로 옮겨진 것이다.

더 염려스러운 현상은 신천지나 하나님의교회 같은 대형 이단들뿐 아니라, 온라인 사각지대에서 종말론적 위기감을 조장하는 군소 이단들의 활동도 거침없다는 사실이다. 최근 정체가 불분명한 온라인 이단들에 관한 문의와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온라인 접속률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이를 포교와 영향력 강화의 호기로 생각하는 온라인 이단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온라인 이단들은 그 성격과 규모, 위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존처럼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해 대처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몸은 가정과 교회에 그대로 있지만 눈과 귀는 온라인 이단들을 따라 움직이는, 교회 내부 이단 신도들이 양산될 수 있다. 이들은 각자 관심에 따라 다양한 사이트에서 온라인 이단들과 만남을 진행하고 있다. n번방 사건처럼 온라인 송금을 통한 금전적 피해나 정신적 피해 발생도 충분히 가능한 조건이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이단 대처를 위한 ‘영적 거리 두기’도 필요한 상황이 됐다. 교회는 온라인 이단들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충분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 ‘대면 미혹’은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있지만, ‘비대면 미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해외와 군대도 미혹 장소가 되며 심지어 자녀와 배우자가 우리 곁에 있어도 안심할 수 없다.

교회의 과제가 하나 더 늘었다. 세련된 온라인 이단들의 도전을 막아낼, 안티 온라인 이단 백신 개발과 방어시스템 구축이 요청된다. 온라인 이단들이 활개 치는 오늘, ‘신천지 OU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절실하다. ‘비욘드(Beyond) 신천지 OUT’을 위해 한국교회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9531&code=23111413&sid1=mco

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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