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건강의 회복을 소망하며

작성일2020-05-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각 교회의 현장 예배도 조금씩 재개되고 있다. 방역수칙 준수 등 이전에 비해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다시 모여 예배할 수 있다는 것에 큰 감사를 느낀다. 그러나 교회가 이전 같은 활력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두 달 가까이 성도들이 모이지 못한 영향도 크지만,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가 우리 내면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인 변화와 불안 속에서 우리 내면의 신앙과 경건이 침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 모두가 상당히 예민해져 있음을 느낀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예민함은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폭력성과 만나면서 우리의 언어생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인 언사가 많아지고, 상대를 향한 거친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성경은 경건의 기초를 혀, 곧 말을 제어하는 것에서 찾는다.(약 3:1~12) 마음과 생각의 변화가 가장 쉽게 드러나는 곳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우리 내면의 점검을 위해 스스로의 언어생활부터 면밀히 되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통제되지 않는 말의 원인을 외부적 스트레스로만 돌릴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원인은 타인을 향한 혐오에 있다. 우리가 속으로든 겉으로든 독한 말을 뿜어내는 대상은 결국 우리가 미워하는 대상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낸 한 단면은 사람들이 우월의식과 서로를 향한 미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구권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은 매우 심각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역시 타인에 대해 그런 높아진 마음의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한다. 아시아 사람이든 유럽인이든 아프리카인이든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고 살아가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금처럼 서로가 긴밀히 연결된 사회에서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를 앞장서서 실천할 수 있는 곳은 교회 공동체일 수밖에 없다. 예수님에 대한 신앙과 높은 마음을 품고 남을 미워하는 것은 서로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와 성도 각자에겐 사회 속에 팽배한 타인에 대한 경계와 혐오의 분위기를 깨고, 더욱 적극적인 이웃 사랑과 섬김으로 나아갈 일이 과제로 남는다. 앞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기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자신을 보호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는 우리의 관심을 온통 자신에게만 쏟아붓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회와 성도는 이러한 조류를 거슬러 더욱 선한 일을 도모해야 한다. 이것은 다시금 우리 삶의 근본적 목적을 성찰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당장 안일을 도모하는 일을 뛰어넘어,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깨닫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려갈 힘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온 것처럼, 이제 내면의 영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더욱 집중했으면 한다. 우리의 언어생활을 점검하고, 이웃을 향한 우리의 시선을 살피고, 우리 삶이 주님의 소명을 따라가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현장예배의 회복과 함께,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의 회복이 이뤄지고 그리스도의 생명이 교회를 통해 다시 한번 세상으로 흘러 들어가 열매 맺길 소망한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36387&code=23111413&sid1=mco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총신대 및 총신대 신대원 졸업. ‘시대를 관통하는 지혜’ ‘하나님이 다 하신다’ ‘모든 끝은 시작이다’ ‘믿음은 그런 것이다’ ‘쾌도난마 사도행전 1~4’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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