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채 목사의 거룩한 성품과 습관 <15> 시간 관리

작성일2020-01-09

한기채 중앙성결교회 목사가 지난 4일 인천 남동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인천지역남전도회협의회 주관 신년하례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중앙성결교회 제공

한 젊은이가 정치적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사형 집행 날, 마지막 5분이 그에게 허락됐습니다. 친지와 지인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고 기도를 하는 데 2분, 다른 사형수들과 인사를 나누는 데 2분, 주변 자연 풍경을 감상하는 데 마지막 1분을 썼습니다. 5분을 보내며 젊은이는 지난날 주어졌던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습니다. 사형 집행 직전, 그는 기적적으로 사면을 받습니다. 새 인생을 살게 된 그는 이후 분초의 시간도 아끼면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대작을 남긴 러시아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입니다. “인생은 5분의 연속이다”라며 살았던 그의 일화는 우리에게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시간의 청지기

인간은 ‘시간 안’에서 삽니다.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영원과 시간에 대해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영원에 거하면서 시간을 창조했고, 그 시간 안에 인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시간 안에 사는 유한한 존재입니다. 예수님의 성육신은 영원한 하나님이 시간 안으로 들어오신 사건입니다. 우리가 시간 속에서 영원을 만날 때 계시가 발생하고, 예수님을 모실 때 시간 속에서 영원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시간 이해입니다.

시간 자체도 유한한 개념이지만, 개개인에게 허락된 시간 즉 생애도 유한합니다. 우리 생애의 시계는 모래시계처럼 흘러내려 점점 줄고 있습니다. ‘시간의 주인’인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현재의 시간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우리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하고 관리해야 할 ‘시간의 청지기’입니다. 시간을 하나님의 뜻에 맞게 지혜롭게 사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세월을 아끼라’(엡 5:16)는 뜻입니다.

시간의 양과 질을 높여라

물리적으로 보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늘 시간 부족으로 허덕이며 스트레스에 짓눌립니다. 누군가는 능력을 기르고 여유 있게 살아갑니다. 시간 관리 지혜의 차이 때문입니다. ‘시(時)테크’입니다. 시간은 관리하기에 따라 ‘하루가 1000년 같고, 1000년이 하루’ 같을 수 있습니다. 우선 ‘시간의 양’을 늘려야 합니다. 일상 중에도 자투리 시간이 있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시간의 이삭줍기’를 통해 버려지는 자투리 시간을 모읍니다. 자투리 시간에 맞는 활동을 합니다. 그렇게 얻을 수 있는 시간은 대개 하루 2~6시간까지 가능합니다.

양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같은 시간도 어떤 밀도로 보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재물도 계획을 세워야 낭비되지 않듯, 시간도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시간 계획을 세울 땐 시계만 보지 말고 나침반을 함께 봐야 합니다. 시계는 긴급성을, 나침반은 중요성을 보여 줍니다. 시계가 약속 일정 목표 활동을 의미한다면, 나침반은 비전 가치 원칙 사명을 의미합니다. 속도와 방향을 함께 봐야 합니다.

얼마나 빨리 가느냐보다 중요한 건 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고든 맥도날드는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란 책에서 “계획되지 않은 시간은 약점으로 흘러가고 나를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며 긴급한 일들에 소모되는 한편 대중의 박수갈채를 받는 일에 허비된다”고 말합니다. 시간 관리의 기본은 ‘소중한 일 먼저 하기’ ‘즐거운 일 나중에 하기’입니다. 그러면 실력과 평안은 늘어나고 불안과 허둥댐은 줄어듭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하나님 바라보는 것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 6:33)는 말씀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과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기독교인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일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 즉 하나님께 영광과 기쁨이 되는 일입니다. 예수님은 시간 사용의 귀감을 보여줍니다. 항상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사신 예수님의 시간 관리는 삶의 목적과 사역의 기준에 맞춘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나의 때” “때가 이르매” “아직 때가 아니므로” 등의 표현은 시간에 관한 예수님의 철저한 분별력을 보여줍니다.

기도와 묵상을 위해 개인 시간을 구별했고, 제자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사역을 위한 시간도 할애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시간 관리엔 빠름과 느림의 조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시간을 아끼고 쪼개어 효율적으로 사용했지만, 우물가 여인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습니다.(요 4장) 예수님의 3년 공생애 기간은 짧아 보이지만, 이때 이룬 일로 온 인류가 은혜와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반면 세상의 일로 하나님의 일을 미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청소년기엔 대학 입시가 중요하다며 하나님 일을 미룹니다. 대학 진학 후엔 취업 준비로, 취업 후엔 결혼 준비로, 결혼 후엔 자녀교육과 노후준비로 시간이 없다고 변명합니다. 인생의 당면 과제에 시간을 소비하다 보면 하나님께 바칠 시간도 없어지며 그분의 크고 놀라운 계획이 우리 삶에 들어올 기회도 없어집니다.

하나님 없이 사는 인생은 허무함으로 귀결됩니다. 세상의 유한한 물질이나 시간을 하나님 나라에 영원히 남을 것으로 바꿔야 합니다. 새해엔 유한한 ‘시간’을 ‘영원’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 관리의 마스터가 되길 바랍니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16648&code=23111413&sid1=mco

한기채 (목사)

미국 밴더빌트대 철학박사(PhD). 서울신학대 교수 역임. 현 중앙성결교회 담임목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부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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