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칼럼

너와 함께 있으리라 ㉖|바다 위에 터를 세우시고

하나님께서 사울을 버리시자 사무엘은 라마로 돌아가 슬픔에 잠겨 있었다. 하나님이 사무엘에게 내가 이미 사울을 버렸는데 너는 언제까지 사울을 위해 슬퍼할 것이냐고 나무라시며 그를 다시 불러 일으키셨다.
“너는 기름을 뿔에 채워 가지고 가라 내가 너를 베들레헴 사람 이새에게로 보내리니 이는 내가 그의 아들 중에서 한 왕을 예선하였음이니라”(삼상 16:1, 개역한글).

사무엘은 하나님께서 지시한대로 암송아지 한 마리를 끌고 베들레헴에 가서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러 왔다고 말한 후 그 자리에 이새를 청했다. 그가 베들레헴에 이르자 성읍 장로들이 나와서 무슨 일인지를 몰라 떨면서 그를 영접했다.
“평강을 위하여 오시나이까?”
사무엘이 그들을 안심시키며 대답했다.
“평강을 위함이니라. 내가 여호와께 제사하러 왔으니 스스로 성결하게 하고 와서 나와 함께 제사하자.”
그리고 사무엘은 이새와 그의 아들들도 제사에 청했다. 이새와 그의 아들들이 오자 사무엘은 그들 중에서 이새의 장자 엘리압을 주목했으나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셨다.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이미 사울의 경우처럼 용모와 키는 좋았으나 버림받은 사례가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분의 심사 기준을 다시 말씀하셨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중심을 보느니라
그렇게 해서 둘째인 아비나답, 셋째의 삼마에서 일곱째까지를 다 보았으나 하나님께서 택하신 자는 찾을 수 없었다. 사무엘이 이새에게 물었다.
“네 아들들이 여기 다 있느냐?”
이새가 대답했다.
“아직 말째가 남았는데 그가 양을 지키나이다”(삼상 16:11, 개역한글).
사무엘이 이새에게 지시했다.
“사람을 보내어 그를 데려오라.”
이새가 사람을 보내서 그의 막내 아들 다윗을 데려오자 하나님께서 비로소 사무엘에게 그분이 낙점한 자를 일러 주셨다.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삼상 16:12).
사무엘이 기름 뿔병을 꺼내어 여호와께서 고르신 그에게 부었고, 그날 이후로 다윗이 여호와의 영에 크게 감동되었다. 사무엘은 베들레헴에서 그가 할 일을 다 마치고 라마로 돌아갔다. 그후로 성령에 감동된 다윗과는 반대로 하나님이 버리신 사울 왕은 악령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예로부터 악령을 쫓는 데는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 되었기에 사울의 신하들이 그것을 권했다.
“수금을 잘 타는 사람을 구하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부리시는 악령이 왕에게 이를 때에 그가 손으로 타면 왕이 나으시리이다”(삼상 16:16).
왕이 연주 잘 하는 자를 데려오게 하니 한 신하가 고했다.
“내가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을 본즉 수금을 탈 줄 알고 용기와 무용과 구변이 있는 준수한 자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더이다”(삼상 16:18).

사울이 이새에게 전령을 보내 그의 양치는 아들을 불러오게 했고, 다윗을 데려오자 사울은 그를 자기의 무기 드는 자로 삼았다. 악령이 사울에게 이를 때에 다윗이 수금을 들고 와서 타면 사울이 상쾌하여 낫고 악령이 그에게서 물러갔다. 그리고 하나님은 다시 수금 타는 다윗을 그분의 군인으로 쓰시기 시작했다.
“블레셋 사람들이 그들의 군대를 모으고 싸우고자 하여 유다에 속한 소고에 모여 소고와 아세가 사이의 에베스담밈에 진 치매 사울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여서 엘라 골짜기에 진 치고 블레셋 사람들을 대하여 전열을 벌였으니 블레셋 사람들은 이쪽 산에 섰고 이스라엘은 저쪽 산에 섰고 그 사이에는 골짜기가 있었더라”(삼상 17:1~3).

블레셋의 진영에서 싸움을 돋우는 장수가 나왔다. 여섯 규빗 한 뼘이나 되는 거구에 번쩍거리는 놋 투구를 쓰고 비늘 갑옷을 걸친 골리앗이었다.
“너희는 한 사람을 택하여 내게로 내려보내라 그가 나와 싸워서 나를 죽이면 우리가 너희의 종이 되겠고 만일 내가 이겨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되어 우리를 섬길 것이니라”(삼상 17:8~9).

소년 다윗이 전쟁에 나간 형들에게 부친이 보낸 떡과 곡식과 치즈를 전하기 위해 형들에게로 갔다가 적의 진영에서 골리앗이 나와 떠드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상황을 파악한 다윗은 사울 왕에게로 달려가서 자신이 골리앗과 싸우겠다고 나섰다.
“주의 종이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우리이다.”
그의 말을 듣고 사울 왕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가서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울 수 없으리니, 너는 소년이요 그는 어려서부터 용사임이니라.”
그러나 다윗은 물러서지 않았다.
“주의 종이 아버지의 양을 지킬 때에 사자나 곰이 와서 양 떼에서 새끼를 물어가면 내가 따라가서 그것을 치고 그 입에서 새끼를 건져내었고, 그것이 일어나 나를 해하고자 하면 내가 그 수염을 잡고 그것을 쳐죽였나이다. 주의 종이 사자와 곰도 쳤은즉 살아 계시는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이 할례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이리이까? 그가 그 짐승의 하나와 같이 되리이다.”

과연 다윗의 구변은 놀라웠다. 지난날 여호와가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로 세운 모세는 본래 군인 출신이었으나 다윗은 그저 양을 치는 자였다. 하나님은 모세를 쓰시려고 미디안 땅으로 보내 40년간 양을 치게 하여 사람 이끄는 훈련을 시켰는데 그 양치는 방법을 먼저 다 익힌 다윗은 이제 군인이 되어 전쟁을 배우게 된 것이다.
“여호와께서 나를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건져내셨은즉 나를 이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건져내시리이다.”
마침내 사울 왕이 결단을 내렸다.
“가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기를 원하노라.”
그렇게 해서 다윗의 첫 출전이 이루어졌다. 사울이 자신의 군복과 칼을 내 주었으나 너무 커서 벗어 놓더니, 시내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을 골라 그가 쓰는 주머니에 넣은 다음 막대기와 물매를 손에 들고 블레셋 사람에게로 나아갔다. 블레셋 장수 골리앗이 다윗의 그런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어 소리쳤다.
“네가 나를 개로 여겨서 막대기를 가지고 내게 나아왔느냐?”

전쟁은 여호와께
다가오며 소리치는 골리앗의 큰 음성을 듣고도 다윗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만군의 여호와’가 그와 함께 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는 골리앗을 향해 더 크게 외쳤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삼상 17:45).
다윗의 호통이 다시 이어졌다.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넘기시리니 내가 너를 쳐서 네 목을 베고 블레셋 군대의 시체를 오늘 공중의 새와 땅의 들짐승에게 주어 온 땅으로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줄 알게 하겠고”(삼상 17:46).
그리고 미래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사실을 공표한다.
“또 여호와의 구원하심이 칼과 창에 있지 아니함을 이 무리에게 알게 하리라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인즉 그가 너희를 우리 손에 넘기시리라”(삼상 17:47).
다윗이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돌을 꺼내 물매로 던져서 골리앗의 이마를 치자 돌이 그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땅에 엎드러졌다.
“다윗이 이같이 물매와 돌로 블레셋 사람을 이기고 그를 쳐죽였으나 자기 손에는 칼이 없었더라”(삼상 17:50).
그가 달려가서 블레셋 사람을 밟고 그의 칼을 그의 칼집에서 빼내어 ‘그의 칼로’ 그를 죽이고 그의 머리를 베었다. 블레셋 사람들이 골리앗의 죽음을 보고 모두 도망하자 이스라엘 사람들이 일어나서 소리를 지르며 추격하여 가이와 에그론의 성문까지 이르렀고, 블레셋의 부상자들은 사아라임 가는 길에서부터 가드와 에그론까지 깔려 있었다. 다윗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예루살렘으로 개선했다.
“사울이 그를 군대의 장으로 삼았더니 온 백성이 합당히 여겼고 사울의 신하들도 합당히 여겼더라”(삼상 18:5).
이렇게 해서 양을 치던 다윗은 하나님의 군인이 되었다. 그리고 다윗은 이것이 자신의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신 일임을 알고 있었다.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가운데에 사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여호와께서 그 터를 바다 위에 세우심이여 강들 위에 건설하셨도다”(시 24:1~2).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다윗은 그곳에서 양을 돌보았고, 군인이 되어서도 오직 땅에서 전쟁을 했으므로 바다를 못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는 하나님께서 바다 위에 터를 세우셨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다윗의 지혜였다. 그는 비록 바다를 못 보았고, 혹시 보았더라도 바다가 어떤 것인지 알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울과 강을 보며 그것이 모두 바다로 가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땅을 물 위에 펴신 이에게 감사하라”(시 136:6).
그의 이 지혜는 후일 솔로몬의 거시적 안목으로 이어진다.
“그가 바다에서부터 바다까지와 강에서부터 땅 끝까지 다스리리니 광야에 사는 자는 그 앞에 굽히며 그의 원수들은 티끌을 핥을 것이며 다시스와 섬의 왕들이 조공을 바치며 스바와 시바 왕들이 예물을 드리리로다”(시 72:8~10).

다윗은 그의 승리가 하나님의 능력이었음을 공언한다.
“여호와의 산에 오를 자가 누구며 그의 거룩한 곳에 설 자가 누구인가 곧 손이 깨끗 하며 마음이 청결하며 뜻을 허탄한 데에 두지 아니하며 거짓 맹세하지 아니하는 자로 다 그는 여호와께 복을 받고 구원의 하나님께 의를 얻으리니 이는 여호와를 찾는 족속이요 야곱의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는 자로다”(시 24:3~6).
그러므로 자신의 모든 영광을 당연히 하나님께 돌렸다.
“영원한 문들아 들릴지어다 영광의 왕이 들어가시리로다 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강하고 능한 여호와시요 전쟁에 능한 여호와시로다”(시 24:7~8).
그분은 바로 ‘만군의 여호와’였다.
“영광의 왕이 누구시냐 만군의 여호와께서 곧 영광의 왕이시로다”(시 24:10).

백성들 가운데서 다윗의 인기가 사울 왕을 앞서자 사울이 그를 시기하여 좌천시켰다. 그러나 백성들은 하나님이 늘 다윗과 함께 계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사울이 그를 자기 곁에서 떠나게 하고 그를 천부장으로 삼으매 그가 백성 앞에 출입하며 다윗이 그의 모든 일을 지혜롭게 행하니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니라”(삼상 18:13~14).
다윗의 인기가 더욱 높아져서 사울 왕이 계속 그를 죽이려 했고, 다윗은 결국 왕의 앞을 떠나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다. 도망자로 쫓겨 다니면서 다윗은 오히려 그를 더 넓은 곳으로 끌어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나를 넓은 곳으로 인도하시고 나를 기뻐하시므로 나를 구원하셨도다”(시 18:19).
전쟁에 능한 하나님은 다윗이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쫓겨다니는 기간을 통해서 그를 하나님의 유능한 군인으로 키우셨던 것이다.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심이여 여호와 내 하나님이 내 흑암을 밝히시리이다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을 향해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나이다”(시 18:28~29).
그리고 이번에는 만군의 여호와가 그를 하나님 군대의 장으로 삼으셨다.
“주께서 나를 전쟁하게 하려고 능력으로 내게 띠 띠우사 일어나 나를 치는 자들이 내 게 굴복하게 하셨나이다”(시 18:39).
그것은 후일 그리스도의 승리를 보여 주는 예표이기도 했다.
“주께서 나를 백성의 다툼에서 건지시고 여러 민족의 으뜸으로 삼으셨으니 내가 알지 못하는 백성이 나를 섬기리이다 그들이 내 소문을 들은 즉시로 내게 청종함이여 이방인 들이 내게 복종하리로다”(시 18:43~44).
하나님은 다윗이 쫓겨다니는 10년 동안 그를 훈련시킨 후 유다 지파의 왕이 되게 하 셨고, 7년 후에는 예루살렘으로 끌어올려 열두 지파의 왕으로 세웠다. 그는 하나님의 전(殿)을 짓고 싶어 했으나 하나님은 계속 그를 ‘군인’으로 쓰셨다.
“너는 군인이라 피를 흘렸으니 내 이름을 위하여 전을 건축하지 못하리라”(대상 28:3, 개역한글).
그래서 다윗은 왕이 된 후에도 늘 전쟁터에 있었다.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시니라”(삼하 8:6).
그리고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오직 ‘만군의 여호와’를 의지했다.
“만군의 여호와여 주를 바라는 자들이 나를 인하여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주를 찾는 자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시 69:6).†

김성일 (소설가)

196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전 대우중공업 이사를 지냈다. 기독교 소설과 추리, 역사소설을 주로 쓴 기독교문학가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성경과의 만남>, <성 경으로 여는 세계사 1, 2, 3>, <하나 되게 하소서>, <문화전쟁의 시대>, <제3일의 소 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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