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교회 은퇴 목회자들이 위험하다

작성일2022-05-17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관계망도 빈약 경제적·정신적 어려움 가중 “솔직히 사역할 때보다 사역한 후 은퇴 4년 차인 지금이 더 힘들다. 물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 더 그렇다. 한창 전면에서 사역할 때는 사명감이라도 갖고 버텼지만,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는 사명감도 퇴색되고 여러가지 이유로 침체에 빠져들었다.”(수도권 소재 A교회 은퇴 목회자)

갈수록 교회당 목회자 수는 늘어나는 반면 교인 수는 눈에 띄게 감소하면서 교회의 저성장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교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8년~2017년) 교회당 목회자 수는 20% 증가했지만 교회 평균 교인 수는 13%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소형 교회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게 됐고, 목회자들은 낮은 보수를 받으며 힘겹게 교회를 운영해 왔다.

중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현직에 있을 때보다 은퇴했을 때가 더 힘들다고 토로한다. 현직에 있을 때는 사명감과 믿음경영을 통해 어떻게든 교회를 운영해 나갔지만, 은퇴 후에는 경제적 측면은 물론 정신적 측면 등 다방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은퇴 후 정체성 혼란과 허탈감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다. 경기도의 한 중소형 교회 은퇴 목회자는 “영적인 세계, 비물질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은퇴하면 이것만을 추구할 수 없게 된다”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이 되고 물질적인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자연스레 정체성 혼란을 겪고, 현직에 있을 때에 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게 축소되면서 허탈감도 커진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측면도 문제다. 이들 목회자는 은퇴 후 보편적인 보수체계가 없고, 공적인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전에 있는 한 소형교회 은퇴 목회자는 “목양과 목회행정 같은 업무에 체계적으로 임금 평가를 할 수 있는 규정이 없고, 동일 업종에 종사함에도 보상이 환경에 의해 중구난방으로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목회자의 일에 대한 해석 차이, 즉 근로에 따른 임금과 소명에 따른 사례비로 구분되는 종교인 과세정책의 불완전성은 결국 중소형 교회 목회자를 공적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하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목회자들의 평소 생활과 업무특성상 폐쇄성, 위계적 관계특성 등은 은퇴 후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을 빈약하게 만들어 고독과 행복감 저하, 사회적 결여를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한 은퇴 목회자는 이 같은 문제를 주변 중소형 교회 은퇴 목회자 10명 중 8명이 겪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은퇴 목회자들이 건강한 자아를 갖도록 하고, 공적제도에 대한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혜경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이전의 것들을 어느 정도 버리고 변화된 지위와 상황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경제 수준에 따라 직접적인 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서 “국민연금 중 임의가입제도 자격 여부를 확인해 절차를 밟을 수 있고, 고용보장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45769&code=231112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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