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포스트코로나 한국교회 길을 묻다

작성일2020-12-03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왼쪽)와 박봉수 상도중앙교회 목사가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교회지도자센터에서 코로나19를 지혜롭게 극복할 방안과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교회의 코로나19 대응을 점검하고 극복 방향을 모색하는 연속 대담 두 번째 순서의 주인공은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와 박봉수 상도중앙교회 목사다. 박 원로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역임한 교계의 대표적 원로다. 박 목사는 우리나라 1호 교육목사로 1986년 12월 충신교회에 부교역자로 부임한 뒤 아기학교와 노인대학 등 세대별 교육과정을 한국교회에 처음 소개했다. 34년간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이어오는 두 목회자는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교회지도자센터에서 대담을 갖고 한국교회와 사회가 코로나19를 지혜롭게 극복할 방안과 새해 소망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로 목회 현장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뭘까요.

박종순 원로목사=코로나19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미세 현미경으로 봐야 보일 정도로 작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현실이 암담할 뿐입니다. 교회의 예배를 무너트리는 수준이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를 뒤흔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대면하며 살도록 만드셨는데, 코로나19가 창조질서의 기본을 단절시키고 있습니다. 창조질서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봉수 목사=목회의 출발점도 만남에 있습니다. 심방과 성도 간 교제, 당회 모두 제약받고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못하게 된 건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광범위하게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게감이 대단한 용어입니다. 언택트 환경이 목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려 해도 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팬데믹 속에서 교회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 원로목사=사회적 거리두기가 심리적·영적 거리두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바나리서치의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답한 신앙인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들은 온라인예배조차 드리지 않는 부류로 분류됩니다.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교회와 담을 쌓아도 되는 이유를 제공한 것입니다. 예배와 신앙은 하나입니다. 연결돼 있다는 뜻입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교회들은 복음의 본질을 회복할 길을 찾아야 합니다. 복음이 살아 움직이는 교회는 코로나19 이후 성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주저앉고 말 것입니다. 다시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박 목사=감염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모이기에 힘쓰자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교회에 안 나와도 된다는 일종의 ‘가나안(안나가) 면허’를 교회가 교인들에게 발급해 준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한국교회는 모이기에 힘쓰면서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힘쓰고 있다면 교회는 영적 바이러스를 퇴치할 복음의 백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직 답은 모릅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복음의 백신을 준비하는 교회는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신앙인들의 삶은 어때야 할까요.

박 원로목사=교회에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닙니다. 교인들의 삶도 변해야 합니다. 간혹 온라인예배 예찬론자들을 만나 대화할 때가 있습니다. 재난 상황에서 온라인예배가 가능한 것이지 절대 모이는예배의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강의는 온라인으로도 가능할 수 있지만, 예배는 다릅니다. 최근 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소파에 누워 온라인예배를 드리는 걸 딸이 사진 찍어서 목사님에게 보낸 일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불성실한 예배 모습을 고발한 것입니다. 이것만 봐도 온라인예배가 모이는 예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예배에서는 심판 고난 핍박 십자가 재림 등 불편한 설교를 찾기 힘듭니다. 이건 기독 방송 매체들의 설교방송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대신 번영과 축복의 메시지가 넘쳐납니다. 신앙생활은 원래 불편한 것입니다. 편한 것만 찾아다니면서 좋은 신앙인이 되겠다는 건 공부하지 않고 좋은 대학 가겠다는 욕심과 같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온라인예배를 드리되 늘 예배당에서 드리는 경건한 예배를 그리워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전이 있습니다.

박 목사=믿는 사람은 가지런한 신앙생활을 통해 삶이 변해야 합니다. 쉽고 편한 신앙생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칫 코로나19가 편리한 신앙생활을 부추긴 게 아닐까 염려됩니다. 백화점에 가서 넥타이를 사듯이 ‘이 목사 설교가 좋아’ ‘아니, 저 목사 설교가 좋지’라며 설교를 쇼핑하는 교인의 신앙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골라보는 설교에 익숙해지면 삶과 신앙을 연결하던 줄이 끊어집니다. 아무리 많이 설교를 듣고 예배를 드려도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신앙에서 생명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크리스천들은 어떤 소망을 가져야 할까요.

박 원로목사=예장통합 총회는 내년 목회 주제를 ‘회복’으로 정했습니다.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됩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는 회복이라면 형식적 회복에 그치고 맙니다. 더 중요한 건 본질의 회복입니다. 목사가 과연 제대로 목회하고 있는지, 성경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지, 교인은 교인으로서 삶을 사는지 고민하려는 노력이 바람직한 회복입니다. 종교개혁은 완료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진행형입니다. 회복도 그래야 합니다. 완성이란 없습니다. 구호만 외칠 거라면 안 하는 게 맞습니다. 길선주 목사님은 “내가 죄인이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새해에는 믿는 사람 모두가 죄를 먼저 고백하고 삶이 변하는 신앙생활을 통해 본질을 회복해야 합니다.

박 목사=그렇습니다. 회복의 종착지가 코로나19 이전이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의미가 없습니다. 신앙생활에서도 거리두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회에서도 끼리끼리 어울리고 속닥거리는 병폐를 없애야 합니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신앙인의 관심은 언제나 본질을 향해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이런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했던 2017년을 돌아보면, 행사들로 소란스럽기만 했습니다. 뭐가 바뀌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성이 필요합니다. 반성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신앙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팬데믹 속에 새해를 맞이할 독자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 드립니다.

박 원로목사=새해에도 코로나19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품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코로나19는 코리아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코로나19가 기독교를 이기지 못한다는 걸 믿습니다. 영적으로 이겨냅시다. 신앙으로 이겨낸다는 확신이 코로나19 극복의 지름길을 보여줄 것입니다. 모든 게 코로나19 탓이라는 패배의식도 버립시다. 방역에도 교회가 솔선수범합시다. 새해에는 모두가 성숙해집시다. 할 수 있습니다.

박 목사=유대교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다윗 왕이 반지 세공사를 불러 반지를 만들라고 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반지에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문구를 넣으라”고 주문했습니다. 세공사는 답을 얻지 못하다 다윗의 아들 솔로몬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합니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구를 알려줍니다. 새해에 믿는 사람 모두의 마음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경구가 심어지길 바랍니다.

박 원로목사=새해를 앞두고 있어 더욱 희망을 꿈꾸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이 암담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교인들의 일상이 무너진 게 가장 마음 아픈 일입니다. 목사로서 권할 건 하나뿐입니다. 우리 곁에 언제나 함께하시는 주님, 그 주님을 바라보며 고난을 이겨내자는 것입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나보다 남을, 이웃을, 옆의 교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가 절실한 때입니다.

박 목사=데살로니가전서 4장 18절에 “그러므로 이러한 말로 서로 위로하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믿는 사람에게는 주님이라는 희망이 있습니다. 재난 속에서 믿음을 잃어버리는 이들이 나올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목사로서 교인들이 굳건히 믿음을 지키고 이 고난을 이겨내게 해 달라고 항상 기도합니다. 한마음으로 기도합시다. 가족과 이웃을 격려하고 위로합시다. 따뜻한 위로의 말이 낙담한 이들을 고난의 늪에서 건져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주님께 의지합시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67660&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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