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가정도 10곳 중 3곳 이상 가정폭력”

작성일2020-09-25

가정폭력 문제 전문가인 박은미 서울장신대 교수(오른쪽)와 사회를 맡은 이들상담센터장 한선이 목사가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신석현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가정폭력 증가라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가정협·회장 임규일 목사)는 24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가정폭력 문제 전문가인 박은미 서울장신대 교수를 초청해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대담회를 열었다. 가정협 실행위원이자 이들상담센터장인 한선이 목사가 사회를 맡은 대담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박 교수는 본격적인 대담에 앞서 가정폭력의 정의를 명확히 했다. 그는 “사망 사건 등 심각한 경우만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인격을 모독하거나 경제권으로 상대를 구속하는 것, 자녀를 방임하거나 통제하는 것도 가정폭력의 한 범주”라며 “보통 사람들도 어떤 순간에는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부모가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아동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거나 입에 비누를 물리는 등 ‘훈육’이란 핑계로 가해진 아동폭력의 사례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어떠한 이유든 폭력은 폭력일 뿐”이라며 “다른 사람의 잘못을 고쳐주기 위해 폭력을 가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일뿐더러 원하는 훈육의 효과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독교 가정의 가정폭력 문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박 교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가정의 10곳 중 3곳 이상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가 교회를 다니기 때문에 교회가 예방교육이나 대응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며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없는지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이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역자와 교단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박 교수는 “교역자들은 심방하다 가정폭력의 흔적을 발견하면 대처 방법을 안내하고, 성도들이 ‘아이를 채찍으로 때려도 죽지 않는다’는 등 일부 성경 구절을 잘못 해석하지 않도록 인도해야 한다”며 “교단 차원에서 관련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면 좋다”고 제안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나 상담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영성으로 피해를 이겨낼 수 있도록 교회가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57891&code=23111316&sid1=chr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