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다시 읽는 국민일보 올해의 책

작성일2018-12-28

2018년 국민일보 ‘올해의 책’은 올 한 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다양한 필요에 따라 손에 들고 읽어 내려간 책들이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15권 리스트에는 지금 한국교회의 현재 모습이 투영돼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결핍감을 느끼며 간절히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1세기 기독교의 원형을 찾다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홍성사)에 대한 높은 지지에서도 나타나듯이 올해도 기독교의 원형이라 할 1세기 당시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부 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기독교가 외면당하는 현실이지만 본연의 기독교는 달랐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긴 듯하다. 1세기 그리스도인의 하루 이야기(IVP)는 지난해 국민일보 올해의 책 15선에 선정됐던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의 후속작이다. 신현기 IVP 대표가 역자 후기에 쓴 “오늘의 평범한 하루는 곧 영원으로 통하는 비범한 하루다”라는 말을 정확히 보여주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일장신대 신약학 교수에서 지난 9월 포항제일교회 담임으로 자리를 옮긴 박영호 목사의 에클레시아(새물결플러스)는 한국 신학자의 괄목할만한 성과물이다. 어려운 출판환경에서도 꾸준히 신학서적을 출간하며 대중화에 앞장서온 새물결플러스의 ‘한국 신약학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초기 교회를 사회사 관점에서 분석한 박사학위 논문이 대중과 만나 어떤 공명을 일으킬지, 앞으로가 더욱 주목된다.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를 넘어서

최근 인문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기독교 출판계에서도 특정 교단의 신학적 관점, 교리적 분석을 뛰어넘어 기독교와 성서를 인문학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 한 해였다.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김용규의 ‘신’(IVP)이 단연 시선을 잡아끌었다. 서양 문명의 기저에 자리한 신의 본질을 역사 미술 음악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다채롭게 풀어내, 풍부한 통찰과 더불어 읽는 재미까지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2010년 일반 출판사에서 출간된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이 기독 출판사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경우로, 재개정판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아쉽게 15선에서 빠졌다.

미국의 대표적인 개혁주의 조직신학자 존 프레임의 서양 철학과 신학의 역사(생명의말씀사)는 서양 철학과 신학의 오랜 긴장과 다양한 변주를 조망한 대작이다. 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가 “한국의 모든 신학교에서 서양철학사 교재로 이 책을 쓴다면 한국교회의 반지성주의를 극복하는 데 확실히 기여할 것”이라고 추천사를 쓴 데서 알 수 있듯 탄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CUP)는 세계관이라는 개념 자체의 역사를 신학 철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추적하고 분석한 책이다. 국내에 한동안 주춤했던 세계관 관련 논의에 불을 붙여준 책으로 출간 전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김동건 영남신학대 교수가 쓴 그리스도론의 역사(대한기독교서회)는 균형 잡힌 신학적 토대 위에서 고대 교부에서 현대 신학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마다 달랐던 그리스도론의 핵심을 잡아내 서술한 역작이다. 서평가 강도헌 목사는 “특정 교단의 관점을 넘어 중립적으로, 평신도도 이해하기 쉽게 잘 쓰인 책”이라며 “반드시 교회에서 이 책을 갖고 함께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앙의 기본기를 회복하자

습관이 영성이다(비아토르)는 문화적 예전, 예배의 회복을 통해 제자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의 기본부터 다시 다져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믿고 읽는 저자의 반열에 들어선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의 새가족반(복있는사람)은 기독교 교리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내용들을 유려하게 풀어낸 책이다.

연예인에서 평신도 사역자, 특히 기도하는 법에 대해 청년들과 나눠온 유예일 사모의 당신을 위한, 기도시작반(규장)은 여러 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체력단련을 위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지도하는 것처럼 찬찬히 기도하는 법에 대해 일러주는 책으로, 출간 두 달도 안 돼 1만부가 나갔다. 서울 사랑하는교회에서 7년간 실제로 저자가 이끌었던 기도시작반 사역을 토대로 풀어낸 책으로, 목회 현장에 새로운 사역 모델을 제시하고 청년 등 다음세대들에 기도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선한 영향력(선율)은 미국에서 사업하는 김진수 장로가 캐나다 원주민들을 도와 차가버섯을 키우며 살아온 비즈니스 선교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부산 기독교서점 ‘기쁨의 집’의 김현호 대표는 “나이 든 신자들이 도전받고 따라 하기 참 좋은 모델이라 생각해 주변에 많이 권했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양희송 청어람 ARMC 대표가 쓴 세속성자(북인더갭)는 교회를 떠나 표류하고 있는 가나안 성도들에게 ‘세속성자’라는 새로운 이름과 의미를 부여한 책이다. 신학을 웹툰으로 흥미롭게 풀어낸 김민석 작가의 요한복음 뒷조사(새물결플러스)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팀 켈러와 유진 피터슨, 그리고 로완 윌리엄스

해외 저자 중에선 올해 세상을 떠난 유진 피터슨 목사의 책들이 많은 선택을 받았다.물총새에 불이 붙듯(복있는사람)은 “‘목회자들의 목회자’의 기품 있는 Swan Song(백조의 노래)”이라는 비아 출판사 민경찬 편집장의 표현 그대로다. 읽은 사람마다 한 줄 한 줄 밑줄 치고 싶은 문장과 곱씹어보는 단어들이 넘쳐난다고 입을 모은다.

팀 켈러 목사의 인기는 올 한 해도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몰랐다. 두란노에서 출간된 ‘팀 켈러, 고통에 답하다’ ‘답이 되는 기독교’에 이어 지난달 출간된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까지 골고루 추천받았다. 15선엔 그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탁월한 기독교 변증서 답이 되는 기독교(두란노)가 포함됐다. 켈러 목사는 지난 3월 첫 방한, 한국의 독자들과 대면한 뒤로 올해 나온 책뿐만 아니라 ‘내가 만든 신’ ‘결혼을 말하다’ 등 전작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1년 내내 이름을 올렸다.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낸 탁월한 신학자 로완 윌리엄스 역시 숫자는 작지만 만만치 않은 팬덤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사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재판 관련 본문에서 길어낸 깊은 묵상을 담은 심판대에 선 그리스도(비아)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올해의 책으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다는 찬사가 나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52014&code=23111312&sid1=mcu&sid2=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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