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로 들어온 ‘IT’ 보시기에 좋으실까

작성일2019-01-20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한 교인이 지난 6일 행사안내를 하는 전자입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4차 산업혁명으로 요약되는 기술 격변기는 교회에도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교회 풍경도 이를 반영해 해마다 달라지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교차하는 상황이다. 최근 두 달 동안 중대형 교회 30여곳을 둘러봤다. 변화하는 정도의 교회상황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교회에선 교인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들어선 다양한 제품 및 정보기술(IT) 기기 등을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헌금자동입금기’였다. 기존의 헌금봉투가 아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헌금을 교회계좌로 입금하는 것을 말한다. 주일헌금과 십일조 감사헌금 선교헌금 건축헌금 등을 구분해 입금할 수 있었다. 드러내길 원치 않는 교인을 위해 ‘무명헌금’ 버튼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의 A교회 관계자는 “편리함뿐만 아니라 헌금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헌금의 불법사용이 불가능하고 교인들이 언제든지 헌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기부금납입 영수증도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교회 헌금자동입금기 앞에서 만난 한 40대 교인은 “헌금함을 돌리는 것보다 낫다. 카드로도 헌금을 드릴 수 있는데, 카드사용시 마일리지가 적립된다”고 말했다.

기기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교인들도 있었다. 50대 김모 권사는 “헌금은 정성이 중요하다”며 “상업화되고 세속적인 것 같아 기분이 별로”라고 했다. 30대 청년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헌금인지 의문이 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도 부천의 B교회에선 교인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있었다. 카드 형태의 성도등록증 또는 모바일 성도등록증을 단말기에 대면 출석이 체크된다. 체크 후에는 이름과 함께 교회출석 환영문구가 화면에 나타난다.

생소하다는 교인도 있지만 안내를 받아 출석체크를 한 교인들은 뜻밖의 환영 문구에 미소를 지으며 신기해했다. 이 교회 직원은 “전산화된 출석체크는 구역이나 선교단체 운영에 도움이 된다. 교인들도 신앙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 관련 자동화기기 개발사인 한국시민방송 남성준 대표는 “머잖아 교인들이 교회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되는 기기도 나올 것”이라며 “카드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외에 홍채나 얼굴, 지문인식 기술 등이 그 예”라고 설명했다.

전자입간판도 눈에 띄었다. 부천의 C교회를 비롯한 대부분 교회들이 자체 행사를 안내할 때 전자입간판을 활용하고 있었다. 서울 서초구의 D교회는 행사안내 밑에 교인이나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업체 등을 광고해주기도 했다.

교회 홈페이지엔 쇼핑몰도 등장했다. 남 대표에 따르면 쇼핑몰을 운영하는 교회들이 경기도 여주시 열린축복교회를 비롯, 100여개에 이른다. 남 대표는 “각종 상품을 구입하고 포인트 적립 및 일부를 헌금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교회는 자체 회계관리 프로그램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교회당 건축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강단과 교인 간 거리가 가까워진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최근영 ㈜충현테크 대표는 “과거에는 ‘1’자형 예배당이 많았으나 최근엔 ‘돔’ 형태로 많이 짓는다. 권위적인 강단 구조가 많이 사라졌다.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교인과 함께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교회종탑은 아연 도금으로 바뀌는 추세다.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십자가 조명도 LED 소재로 바뀌고 있다. LED 조명은 기존 제품보다 수명이 길고 안전하며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성경을 대신 읽어주는 전자제품도 나왔다. 펜을 대면 한글을 읽어주는 ‘소리펜’이 해외 한인교회 등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교회들의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구의 E교회는 일부러 예배시간에 스크린을 띄우지 않는다. 성경이나 찬송가를 들고 오지 않는 교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교인들은 스크린을 보지 않으니 설교하는 목사 얼굴과 성경을 한 번이라도 더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한국교회건강연구원장 이효상 목사는 “요즘 그리스도인들은 예배를 드릴 때 스마트폰이나 스크린을 통해 말씀과 찬송을 본다. 성경책이 필요치 않다”며 “예배를 드리는 그리스도인의 바람직한 자세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교회도 발전하겠지만 그런 때일수록 경건한 예배 예식을 잘 지켜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과 교회’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임우성 압구정예수교회 목사는 “앞으로 5G,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신기술이 일상에 가까워지면서 교회예배나 집회, 선교활동에서도 많이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목사는 “디지털 현상의 부작용도 있겠지만 복고풍은 복고풍대로, 개방적인 교회는 그런 교회대로 나름 장단점이 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민주화된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57245&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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