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가난한 자 없게 하라 작지만 함께 실천”

작성일2018-11-09

이영재 전주화평교회 목사(왼쪽)가 7일 전주 덕진구 교회에서 김문곤 부목사와 함께 헌금 봉투를 들고 기본소득 나눔 운동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전주=송지수 인턴기자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교회가 있다. 기본소득이란 빈부 양극화의 대안 중 하나로 재산·노동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소득이다. 현재 핀란드가 전 세계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전북 전주화평교회(이영재 목사)는 이를 교회에 적용해 2년 가까이 기본소득을 교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영재 목사는 7일 “‘가난한 자가 없게 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실행하기 위해 (기본소득 나눔을) 시작했다”며 “액수는 크지 않다. 상징적 의미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주화평교회 교인들은 매월 첫째 주가 되면 자기 이름이 적힌 흰 봉투 하나를 받는다. 기본소득이 담긴 봉투다. 매달 1만5000원에서 2만원을 받는다. 이 목사가 교인 봉투 하나를 꺼내 겉면에 적힌 글귀를 보여줬다. ‘기본소득은 사랑 나눔의 실천입니다.’ 이 목사는 “성경은 나누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며 “오병이어의 기적이 그랬고, 초대교회 모습이 그랬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헌금이다. 교회 헌금봉투함에는 다른 교회에선 볼 수 없는 ‘기본소득 나눔헌금’ 봉투가 있다. 이 목사는 “원하는 교인에 한해 기본소득 나눔을 위한 헌금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논리만 따른다면 헌금을 내는 교인 대부분이 적자다. 기본소득 나눔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매월 2만원씩 헌금해온 양종구 은퇴장로는 자신이 낸 헌금 이상의 기본소득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나눔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아이들은 흑자다. 이 목사는 “매월 첫째 주엔 결석하는 아이들이 없다”며 “아이들이 많은 가족은 회식비가 모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이 이러했다”며 “하나님 나라에 대한 교육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2016년 7월 서강대에서 열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세계총회 발제자로 참여한 뒤 교회에 ‘기본소득위원회’라는 평신도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교회 안에 부자와 빈자가 갈라져 있고, 부자 교회는 부자 교회끼리 모이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소외된 자들은 교회를 안 나오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원회를 중심으로 기본소득 스터디가 이뤄졌다. 그리고 곧 위원회를 독립시켜 기본소득 관련 일들을 모두 맡겼다. 전주화평교회의 기본소득 나눔은 모두 위원회 작품이다. “공산주의 같다”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강요가 아닌 자발적 참여였기에 더 반대하진 못했다. 지금도 몇몇 교인은 기본소득을 헌금하지도 받지도 않는다.

애초 위원회는 교인 중 어려운 몇 사람을 선정해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기본소득을 지급하려 했다. 하지만 대상 선정 기준을 마련하기 어려워 모든 교인이 받을 수 있게끔 했다. 대신 원래 계획은 지역사회와 함께하기로 했다. 그렇게 출범한 게 전북기본소득네트워크(네트워크)다. 전주화평교회 기본소득위원회 위원인 정우주 집사가 이곳 대표다. 네트워크는 4가구를 선정해 매월 50만원의 기본소득을 6개월간 지급하고 삶의 변화를 지켜봤다. ‘쉼표 프로젝트’라는 이름도 붙였다. 1200만원의 예산은 전주화평교회가 지원했다.

이 목사는 “인간은 이기적·경쟁적 존재로 창조된 게 아니다”며 “기본소득이 생기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원래 삶의 모습을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는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31212&code=23111113&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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