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사역자의 성경적 지위 향상 연구 재조명
작성일2018-10-23
“바울서신엔 복음 사역에 있어 남녀의 역할 및 자세에 관한 본문이 다수 있다. 신약학자들은 본문의 상세한 뜻을 알기 위해 씨름해 오고 있으나 아직 보수 교단 내에서는 변변한 연구도 찾아보기 어렵다.”
총신대 최초의 여성 신약학 박사인 고(故) 황영자(1944∼2017) 박사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논문 ‘바울서신의 남녀관’을 작성한 이유다. 황 박사는 여성의 목사 안수를 인정치 않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이승희 목사) 교단 신학교인 총신대 일반대학원에서 동명의 논문으로 2016년 박사 학위를 받았다. 99년 총신대 신대원에서 목회학 석사(MDiv), 2003년 신학석사(ThM) 과정을 마친 뒤였다. 여성 목사를 인정치 않는 교단에서 관련 내용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54세에 신대원 입학 후 20여년간 ‘여성 사역자의 성경적 지위 향상’ 연구에 천착한 그는 박사 학위를 받은 이듬해 폐암으로 별세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일군 연구 성과를 기리기 위해 총신여동문회 소속 출판사인 헵시바총신여동문 출판부는 22일 서울 광진구의 한 북카페에서 ‘고 황영자 박사 1주기 추모예배 및 출판기념예배’를 열었다.
함경남도 이원 출신인 황 박사는 이원교회 설립자이자 장로인 아버지의 순교 이후 어머니와 월남했다. 부산 경남여중과 서울 경기여고를 거친 그는 숙명여대 약학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졸업해 약사로 활동했다. 69년 도미해 오리건대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이수하고 미국변호사협회에서 회계사로 일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영국 로이드은행 국내 지점과 한독상공회의소에서 회계 전문가로 일했다.
약사와 회계사로 활동하며 전문 경력을 쌓던 그가 목회의 길로 들어선 건 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부친이 피땀 흘려 세운 이원교회를 북한 땅에 재건해 북한 선교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열망을 갖게 됐다. 95년 한독상공회의소를 사임한 그는 남편 황의각 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지에 힘입어 2년 뒤 총신대 신대원에 진학했다.
북한 선교를 위해 시작한 신학 공부였지만 그의 관심사는 점차 ‘성경 속 여성 사역자의 존재와 이들의 헌신’으로 옮아갔다. 두 번의 석사 학위 논문 모두 성경 속 여성을 주제로 작성했다. 박사 논문 집필 도중인 2016년 6월엔 건강검진에서 폐암 3기 진단을 받았지만 허리에 압박벨트를 매면서까지 연구에 매진했다.
최근 발간된 책 ‘바울이 본 아담과 하와’(헵시바총신여동문 출판부)는 그의 20년 연구가 집대성된 논문 ‘바울서신의 남녀관’을 2권짜리 단행본으로 정리한 것이다. 1권에는 창세기와 갈라디아서, 디모데전서의 남녀관을, 2권에는 고린도전서의 남녀관을 각각 담았다. 타 교단 및 국내외 유명 주석가의 견해를 비롯해 성경해석의 필수적 요소 등을 수록해 교파를 떠나 바울이 전하고자 했던 본래의 메시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헵시바총신여동문 출판부 발행인 서영희 한중사랑교회 목사는 “황 박사는 이번 연구로 하나님 앞에서 남녀는 동등한 존재며 모든 사역에 있어 전혀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성경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했다”며 “그의 저작을 계기로 여성 안수가 이단이라는 식의 오해가 교단 내에서 풀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22748&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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