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이의 감기

‘이삭’이는 아주 개구진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입니다. 그 아래로 3살난 여동생 이레와 엄마, 아빠 이렇게 네 식구지요. 이삭이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리 멀지 않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십니다. 바야흐로, 감기의 계절인 12월의 어느 날, 이삭엄마가 열이 나며 기침을 하는 이삭이 손을 잡고 제 진료실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이삭이, 감기 확 떨어지게 엉덩이에 주사 한방만 놔 주세요.”
“우선, 이삭이 옷을 좀 얇게 입히시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좀 닦아주세요. 그리고, 해열제 시럽과 내복약을 시간에 맞추어 먹이시구요.. 주사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네요.. ”
“아니, 이렇게 열이 펄펄 나느데, 해열주사 한방 맞아야 속한 것 아닌가요? .... 주사를 안 맞을 바에야 뭣땜에 병원엘 와요? 그냥 약국에서 약 사먹고 말지... 그리고, 요번 가을엔 독감 주사를 틀림없이 맞추었는데, 왠 감기가 또 들었을까요? 저희 어릴때만해도 감기로 열이 불덩이 같아도 이불 푹 뒤집어쓰고, 땀 한번 쫙 빼면 거뜬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이렇게 약한지...”


이삭이 어머님! 아까는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아픈 이삭이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하였군요. 저희도 잘사는 나라 의사들처럼 하루에 20명 정도의 환자만 봐도 먹고 살수 있다면, 늘 이렇게 시간에 쫓기며 여유없어 하지는 않을텐데요......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고, 유전자를 조작하는 단계로 첨단의학이 발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가볍게 여겨지는 질병인 감기의 특효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감기의 치료약 개발이 이렇게 어려운 이유는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바이러스’ 이기 때문입니다.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의 발명으로 ‘박테리아’라 불리우는 세균의 박멸에는 어느 정도 성공하였으나 바이러스의 치료제 개발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간염이나 에이즈의 치료가 어려운 것도 이들의 원인균이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대부분의 바이러스성 질환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저절로 치유됩니다.

현재 감기약이라는 이름으로 처방되어지는 약들은 모두 감기의 제증상들을 감소키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될 뿐, 감기바이러스를 박멸하진 못합니다. 예를 들면, 열을 내리기 위하여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을 쓰고, 콧물, 코막힘을 줄이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며, 기침을 억제하는 진해제를 증상에 따라 사용하는 것 입니다. 그러므로 감기를 빨리 낳게 하는 특별한 근육주사가 있을리 없습니다. 대개는 시럽이나 알약으로 복용해도 될 해열제나 항생제등을 단지 작용 시간이 몇십분 빠를 뿐인 근육주사로 놓는 것이지요.

소아과나 내과를 개원하신 많은 선생님들 중에는, 감기걸린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급해하는 부모마음을 치료하기 위해서 주사처방을 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먹는약이나 주사제나 그 성분이나 약효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구토가 심하다든지 해서, 도저히 약을 먹을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아이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엉덩이 주사를 맞는 것은 득보다 실(근육주사의 각종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음을 상기 하셔야 합니다.

제가 주사를 잘 안 놓아 준다고 해서, 귀찮게 기다릴 것 없이 그냥 약국으로 가시겠다구요?
물론, 약국에서도 대부분의 감기는 잘 치료가 됩니다. 하지만, 콧물나고, 기침한다고 해서 무조건 감기라고 단정(자가진단)하시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는 처음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나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병들이 많습니다. 인두염, 폐결핵, 기관지염, 폐렴등 심각한 호흡기질환의 증상들이 모두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됩니다. 때로는, 처음에는 감기로 시작했다가 잘 낳지 않고, 축농증이나 중이염과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때는 초기에 적절한 항생제를 충분한 기간동안 투여해야만, 만성으로 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한알이면, 모든 감기증상을 잡는다는 TV에서의 복합감기약 광고들을 보셨지요? 이런 약들은 말 그대로 기침, 콧물, 열 등 감기의 모든 증상에 필요한 약들을 짬뽕해 놓은 것입니다. 콧물만 줄줄 나는 코감기 환자에게, 해열제, 진해거담제 까지 몽땅 먹이겠다는 셈입니다. 모든 약이 일종의 ‘독성’과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더구나 이들 복합제제 속에는 각각의 단일성분의 용량은 오히려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특정증상 조차도 충분히 호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아이의 건강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주치의를 정하여 수시로 방문하여 자문을 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참, 이삭이가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하셨지요?
바이러스의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현대의학은 예방접종이라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미, 소아마비, 홍역, 간염, 유행성출혈열 백신등이 개발되어 그 효과가 입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감기에 대한 쓸만한 예방주사는 아직 개발이 요원합니다. 이유는 감기를 일으키는 원인인 바이러스의 종류가 무려 200여가지가 넘기 때문입니다. 이중 인플루엔자라고 하는 몇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는 그 증상이 극심하고, 폭발적인 전염력이 있어서 ‘독감’ 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가을철에 실시하고 있는 독감예방주사는 다가오는 그해 겨울에 유행이 예상되는 특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하여, 예방주사약(백신)을 개발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예상했던 바이러스 이외의 균주에 의한 감기를 막을수는 없는 것입니다.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환절기나 감기 유행시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과로를 피해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하였다면 집에 돌아와서 반드시 손을 씻고 양치질을 해야 합니다. 다소 논란이 있지만, 과일 등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도 예방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열이 오를때, 옷을 잔뜩 껴 입히거나, 이불을 뒤집어 씌워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열이 오르면, 몸은 불덩이 같이 뜨거운데 정작 아이는 몸을 떨면서 춥다고 하지요. 이것은 바깥기온이 체온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차기 때문에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옛날에는 오한(춥고 떨림)을 동반한 고열환자는 이불로 꼭꼭 싸매고, 불까지 때주어 땀을 쫙 빼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도 어릴적 더운 여름날 감기에 걸려 지옥같이 더운 솜이불속에서 땀을 흘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만이 있어도 더운날씨에 불을 떼고,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려니 참으로 죽을맛이더군요. 땀이 범벅이 되어 이제 그만 나오라는 어머님의 말씀에 바깥으로 나오니 그야말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땀이 푹 났다가 식을 때, 기화열이 발산되어 체온이 어느 정도 떨어지는 효과는 있겠지만, 의사표시가 분명치 않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했다가는 체온을 급격히 상승시켜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명심하십시오.

열이 나서 괴로워 하는 아이를 위해서는 해열제를 6-8시간 간격으로 충분히 먹이고, 중간 중간에 열이 올라 괴로와하는 아이는, 옷을 벗기고 미지근한 물로(수돗물을 받아 사용하면 됩니다.) 스폰징해 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알코올을 솜에 묻혀 겨드랑이 밑이나 사타구니 등을 문질러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냉장고의 얼음을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의 혈관이 수축되어, 열의 발산을 막아 효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약을 토하거나, 잠이 들어서 깨우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항문으로 넣는 좌약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방법을 다 쓴 후에는, 이삭아빠와 함께 이삭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 보셔요. 간구하는 엄마,아빠의 기도야 말로 아이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시켜서 감기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가장 확실한 치유법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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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엄마가 정리해 본 감기의 모든 것>

1. 감기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으로 5-10일이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2. 감기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약은 아직 없다. 때문에 감기약을 일찍 먹는다고해서 감기가 빨리 낮는 것은 아니다.
3. 감기는 축농증, 중이염, 기관지 폐렴 등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감기 증상이 2 주일 이상 지속될때는 반드시 의사선생님께 문의해야 한다.
4. 감기약이란 해열제, 콧물억제제, 진해제 등을 말하는데 증상에 따라서 제때에 약을 먹는 것이 합병증의 예방과 일상 생활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5. 시중의 복합감기약은 불필효한 성분을 먹게 되거나 필요한 성분은 부족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6. 열이 날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내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7. 해열제 복용 후에도 열이 내리지 않을때는 옷을 얇게 입히고 미지근한 물로 온몸을 닦아주는 것이 좋다. 이때 얼음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8. 감기에 주사는 거의 불필요하다.
9. 독감은 매우 심한 증상을 일으키는 감기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유행시기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
10. 독감예방주사는 독감만 예방할 수 있고 일반 감기는 마찬가지로 걸릴 수 있다.
11. 감기에 안 걸리려면 충분한 휴식, 수분 및 비타민 C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유행시기에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야한다.
12. 자연치유력의 극대화를 위한 부모님의 합심 기도!


제공:신앙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