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그 큰 그림을 보시겠죠 - 김천선한목자교회 이대현 목사 -

작성일2017-03-10

“여러분…”
이대현 목사는 목이 매어왔다.
텅 빈 예배당에서 보이지 않는 청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내는 칭얼대는 아이를 달래느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버렸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당장이라도 성경책을 덮어버리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짜증을 내는 딸에게 예배태도를 훈계하는 일도 이제는 버겁기만 하다.
“자괴감이었어요. 2013년 10월, 수련목(예비목회자)을 마치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김천에 부임해왔습니다. 이제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느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돈도, 빽도 없는 상황.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가 엄습해 오더군요.”
32세의 젊은 목회자인 그는 교회 안에 있는 작은 방에서 살림을 꾸려나갔다. 겨울이 되니 6살 난 딸의 입에서 입김이 나오고, 폐가 좋지 않은 아목에서는 끄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난방비가 없어 집을 따듯하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이 목사는 아침 일찍 가족들을 데리고 인근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거기는 따듯했거든요. 추운 오전은 도서관에서 보내고 오후가 되어 날이 조금 풀리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했어요.”‘나는 왜 목회를 해서 처자식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 다른 동기들은 그럭저럭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목소리에 끝없이 시달려야 했다. 월세와 학자금을 내고 나면 생활비가 없었다. 막막한 가슴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목회적 자존감’이 사라져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꾸었어요.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온 김경열 선교사님이 저의 죄를 지적하면서 출애굽기 28장 1절의 말씀을 들려주시는 겁니다.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출애굽기 말씀을 묵상해보았어요. 아론의 아들들을 제사장 직분을 행하는 자로 세우는 임직식 내용이었는데 이 말씀이 도대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목사는 김경열 선교사님께 연락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출애굽기 28장 1절 말씀의 뜻을 여쭈어 보았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향한 목회적 뜻을 뚜렷하게 보여주신 게 아닐까요?’
“저는 가진 것도, 능력도 아무것도 없는 잉여인간이라고 생각했어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내몰고 있었죠. 그런데 선교사님의 대답을 듣는 순간 왜 하나님께서 출애굽기 28장 1절의 말씀을 주셨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아론의 아들들을 제사장으로 삼으시며 종으로 부르셨던 것처럼 저도 하나님이 부르신 종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 순간, 제 마음에 가득했던 암울하고 비참한 생각들이 물러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목사는 마음에 큰 힘을 얻고 기운을 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경제적인 어려움들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왜 선배 목사님들이 지나온 어려운 세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 징징거리는 자녀를 참아내는 것, 능력 없고 가진 것 없는 나 자신을 참아내는 것. 그리고 ‘단 한 명’이 오기만을 고대하며 기다리는 이야기들이 어떤 것인지 이제 알겠더라고요.”

이 목사는 자신을 자존심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저는 보기 싫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성도를 보면 기분이 나빴어요. 그런데 이제 한 명의 소중함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40년 이상 목회를 하게 될 것인데 목회자로서의 자질은 단 한 영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하나님께서는 모든 상황과 환경을 한 영혼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연단하신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없는 빈 예배당에서 홀로 저녁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열심히 기타를 치고 찬양을 하고 있는데, 중학생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에 앉더니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이는 한참을 울더니 자초지 종을 묻는 이 목사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오늘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학생부 회장 선거가 있었어요. 투표결과제가 회장으로 뽑혔는데 담임목사님이 제가 회장이 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신앙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고 세례도 받지 않았으니 안 된다고요. 상심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목사님의 찬양소리를 듣고 감동이 되어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 학생이 김천선한목자교회 1호 성도가 되었다. 이 목사는 더욱 힘을 내어 아파트 전도와 학생 전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학생이 한 명 두명 늘기 시작했다. 2014년 1월, 담배를 무지막지하게 피어대던 골초 청년을 만나 예수님을 영접시킨 후 성경을 가르치고 밥을 먹이며 양육한 끝에 드디어 세례를 주었다.
“전도하고 양육하여 세례를 주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감동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저도 이렇게 행복한데 주님은 얼마나좋으실까 생각해보았어요.”
그렇게 전도가 활성화되고 목회에 탄력이 붙는 듯 했으나, 목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잘 나오던 아이들이 나오지 않고,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었다.

“개척 교회의 진짜 어려움은 기복이었습니다. 될 때는 되고 안 될 때는 안 되더라고요. 성도들이 왔다가 갔다가 기복이 심한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교회가 아직 탄탄하게 뿌리내리지 않았으니 일어나는 일들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의 연약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척, 은혜로운 척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어요. 목회적 자존감, 나의 인간적 자존심마저 무너져 내리더군요.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말했어요. 이럴거면 그만두라고요.”
수아와 지민이라는 아이가 교회 근처로 이사를 오면서 새로 출석하게되었다.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가자 교회가 왁자지껄 시끄러워지고 싸우다가 우는 소리도 잦아졌다. 하지만 이 목사는 마냥 좋았다.
“아이들은 떠들고 싸우고 울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 때문에 예배에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저는 마냥 좋았어요. 솔직히 행복했어요. 칭얼거리던 제 딸도 친구들이 많아지니 표정이 밝아졌죠. 제게는 이 아이들이 너무 소중합니다. 이제는 같이 전도하러 다니기도 합니다.”
얼마 후 이대현 목사는 감리교총회에서 전도상을 받았다.
“저는 100명, 200명으로 성장하는 것이 꼭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자질이 안 되는데 연기를 잘하고 말을 잘해서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을 과연 하나님 앞에서 진정 으로 성공한 목회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추구하는 목회는 비록 그 수가 작아도 주님 안에서 건강한 공동체로 세워져가는 교회입니다. ‘말’이 아닌 ‘다른 삶’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열심히 해보려고요. 걸어갈 길이 보이지 않고 막막하지만 지금 여기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해요. 하나님은 왜 말씀대로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더 힘든 환경에 두실까!
정말 알가도 모를 분인 것 같습니다. 제가 하나님 품에 가보면 알겠죠. 왜 그렇게 나의 삶을 내몰아가셨는지요. 제가 만약 퍼즐의 한 조각이라면, 어느 부분에 끼워 맞추어질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그 큰 그림을 보시겠죠? 비록 제가 깨닫지 못해서 힘들기만 하고, 회의감이 들고, 괴롭기만 한 가운데서도 묵묵히 견뎌나가는 이러한 삶이 믿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언젠가는 울면서 이렇게 고백하겠죠.
‘아, 주님 그랬군요. 그래서 나를 이러한 길로 인도하셨군요!

이대현 목사
목원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안산하늘품교회 수련목회자로 훈련 받은 이대현 목사는 현재 김천선한목자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후원계좌】717109-51-012295 농협/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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