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환자 1인실 건보 내년 추진… 양성자 암 치료 보험 확대

작성일2019-06-25

한 남성이 간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초음파 검사는 상·하복부에 이어 내년 흉부·심장, 2021년 근골격계·두경부·혈관 분야로 건강보험이 확대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A씨(69)는 폐렴과 간질환 치료를 위해 지난해 5~7월 69일간 모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2, 3인실에 차례로 입원했다. A씨에게 청구된 총 의료비는 7006만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본인이 직접 내야 해야 할 금액은 4099만원으로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A씨가 퇴원하면서 실제 낸 비용은 1310만원으로 확 줄었다. 2017년 8월 시행된 건강보험보장성강화대책(문재인 케어) 덕분이었다. 문재인 케어 시행 전과 비교해 본인 부담금이 68%나 감소해 A씨와 가족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했다.

A씨는 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진행된 선택진료비(특진비) 폐지(2018년 1월)로 804만원, 종합병원급 이상 2·3인 병실 건보 적용(7월)으로 186만원, 간 등 상복부 초음파검사 급여화(4월)로 16만원의 경감 혜택을 봤다. 또 1년간 쓴 의료비의 법정 본인부담금이 소득 기준 상한액을 넘으면 초과분을 건강보험에서 돌려주는 본인부담상한제 개선(1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구를 도와주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1월) 덕도 봤다.

오는 8월로 시행 2년을 맞는 문재인 케어는 ‘병원비 걱정없는 든든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국민 의료비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한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 반응도 긍적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 2년간 추진된 문재인 케어에 대해 응답자의 53.9%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장성 강화사업 중 가장 잘한 것으로 47.9%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초음파 검사의 건강보험 적용을 꼽았다.

문재인 케어 시행 전 비급여였던 MRI는 환자가 비싼 값을 그대로 다 지불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10월부터 뇌와 뇌혈관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기존에 뇌종양, 뇌경색 등 중증 뇌질환에만 제한적으로 보험이 이뤄졌으나 이제는 경증 뇌질환 뿐 아니라 의사 판단에 따라 뇌질환이 의심되는 경우까지 건보 혜택을 받게 됐다.

올해 5월부터는 눈 귀 코 안면 등 두경부 MRI의 건보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이전에는 두경부 부위에 중증 질환이 의심되더라도 MRI 결과 암, 혈관종 등이 진단된 환자여야만 보험이 됐다. 이제는 두경부에 질환이 의심돼 MRI를 통해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판단이 있으면 모두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상복부(간, 담도, 담낭, 비장, 췌장)에 이어 올해 2월부터는 하복부(소장, 대장) 및 비뇨기(콩팥, 방광 등) 초음파 검사에도 건보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증상 변화가 없더라도 경과 관찰이 필요한 상·하복부 고위험군 질환자의 경우 추가 검사까지 건강보험이 된다. 다만 본인 부담률은 80%로 다소 높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 역시 보장성 강화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중위소득 100%이하인 국민은 질환 구분 없이 소득 대비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할 경우 연간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단 외래진료의 경우 암과 심·뇌혈관병, 희귀병 등 중증질환에 한해 지원된다.

그간 환자 부담이 컸던 상급병실의 급여화도 의료비 절감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100병상 이상)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종합병원 3인실은 30%, 2인실은 40%, 상급종합병원의 3인실은 40%, 2인실은 50%의 본인 부담률이 차등 적용돼 전반적으로 입원료 부담이 절반 이상 줄었다.

다음 달 11일부터는 동네병원(30~100병상)과 한방병원의 2·3인실도 건보 혜택을 볼 수 있다. 본인 부담률은 2인실 40%, 3인실 30%다. 1인실의 건강보험은 2020년부터 감염 등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환자에 한해 이뤄질 전망이다.

치과와 한방 역시 건보 혜택이 늘어났다. 올해 1월부터 12세 이하 아동의 영구치 충치 치료(복합레진 충전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의원급 외래 기준 30%만 본인이 내면 된다.

지난 3월부터는 속칭 ‘언청이’로 불리는 구순구개열(입, 입술, 입천장의 비정상적 갈라짐) 환자들의 교정 치료에 건보 혜택이 이뤄졌다. 200만~300만원에 달했던 구순구개열 교정 비용이 만 6세 이하 아동에 한해 7만~11만원 수준으로 확 낮아졌다. 치과 교정 등의 본인 부담금은 평균 3500만원에서 730만~1800만원 수준으로 크게 경감됐다.

4월부터는 허리 디스크 등 근골격계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한방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에 진입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몸 등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환자의 어긋나거나 삐뚤어진 뼈와 관절, 뭉치고 굳은 근육과 인대를 밀고 당겨서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수술 치료법이다. 단순, 복잡, 특수 추나 등 3가지 유형별로 1만~3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연간 20회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오는 8월부터는 뇌혈관질환 관련 14개 항목의 치료 재료에 건강보험 문이 더 넓어진다. 급성 뇌졸중에서 혈전 제거술(혈관을 막은 피떡 제거)은 기존엔 증상 발생 8시간 이내만 급여 인정을 받았으나 앞으로는 증상 발생 8~24시간이더라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또 급성 뇌졸중 환자의 혈전 제거 이후, 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높은 경우 그간 인정되지 않았던 ‘동맥 스텐트(금속 그물망)삽입술’도 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4일 “문재인 케어는 2017~2022년 400여 항목의 보험 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이라면서 “올 상반기까지 102개 항목의 기준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에 척추 및 근골격계 인공디스크 수술 등 16개 진료 행위, 화상 등 6개 치료 재료 항목에 대한 급여화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에는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양성자 치료에 대한 보험 범위 확대가 검토될 전망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확대로 비용 부담이 줄면서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대거 몰리는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지방 중소병원들이 경영난을 겪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점은 해결 과제로 지목된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문재인 케어에 투입되는 비용은 5년간 30조6000억원에 달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4957&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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