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홍역’ 사라졌지만 동남아서 지속 유입…“여행 4~6주전 예방접종 필수”

작성일2019-01-22

대구와 경북, 전남, 경기도 시흥‧안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정확한 감염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보건당국은 대부분 해외 유입 사례로 보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형인 것으로 파악돼 동남아 여행객들은 출국 4~6주 전 예방접종을 반드시 맞는게 좋겠다.

21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이들 지역에서 모두 30명의 홍역 확진 환자가 나왔다. 홍역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급성 발진성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은 감염병이다. 홍역 환자와 접촉 시 90% 이상이 걸릴 만큼 확산력이 크다.

과거에는 소아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질병이었지만 예방 백신 개발 이후 발생이 현저히 감소했다. 다만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성수기를 맞아 한국 여행객이 많이 찾는 동남아 국가에서 최근 많이 유행하고 있다. 유럽와 동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홍역은 24개의 유전자형(유전자 지문)을 갖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많이 유행하는 유형이 B3과 D8형이다. 중국은 H1이 유행한다. 필리핀 일대는 B3,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은 D8형이 주로 유행한다.

지난 7일 서울에서 발생한 1명의 홍역 환자가 D8 유형으로 확인됐다. 환자 가족은 베트남 여행력이 확인됐다. 대구 등 다른 지역의 경우 보건당국이 해외 유입 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01년 대유행 이후 홍역 환자가 급격히 감소했고 우리나라는 3년 이상 토착형 홍역 바이러스에 의한 환자 발생이 없다. 이에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 인증을 받았다. 최근 발생 사례는 대부분 국외 감염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홍역은 비말(침방울)이나 오염된 물건을 통해 호흡기로 전파된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개 10일 후에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감기처럼 기침, 콧물, 결막염 증상을 보이고 이후에는 고열과 함께 얼굴에서 몸통으로 퍼지는 발진이 일어난다.


중이염이나 폐렴 같은 합병증이 흔히 발생하고 홍역 환자 1000명 중 1~2명은 뇌염처럼 심각한 후유증을 앓거나 사망할 수 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대다수 환자가 자연 치유되므로 대증 요법으로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방백신이 나와 있으며 국가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2회 접종해야 예방 가능하다.

권장 예방접종은 기간은 생후 12~15개월, 만 4~6세 때 각 1회씩 모두 2번이다. 생후 0~5개월 아기는 접종 대상이 아니다. 엄마한테 받은 항체의 영향으로 자체 면역력을 갖고 있다. 전세계 공통으로 접종하지 않는다.

생후 6~11개월의 경우 ‘공백기’가 될 수 있지만 이때 ‘가속 접종(1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불가피하게 표준 접종 일정을 지키지 못할 상황에서 해외 여행 등으로 신속히 면역력을 획득해야 하는 경우 적용된다. 이후 생후13~47개월에 추가로 1번 더 ‘가속 접종’하면 된다.

생후 12개월~만 50세는 과거 접종이 없었다면 2회 접종(4주 간격)이 필요하다. 이전에 1회 접종이 이뤄졌다면 1회 접종을 추가로 받아야 하며 2회 접종을 다 맞았다면 필요없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대구에서 생후 4개월 아기가 홍역에 감염됐긴 했지만 생후 0~5개월은 엄마 항체로 면역력을 갖고 있다. 또 생후 6~11개월의 경우는 접종을 받더라도 항체 형성 효과가 작아 전세계적으로 안 맞힌다. 다만 여행으로 신속히 면역력 획득 필요시, 또는 유행 지역에서만 ‘가속 접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홍역을 앓은 경우는 면역력이 생겼다고 보고 접종이 불필요하다. 만 51세 이상 성인(1967년 이전 출생자)의 경우 자가 면역이 형성됐다고 봐 접종이 불필요하다. 만 12세 이하 아동은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무료 접종을 받으면 된다.

보건당국은 동남아나 유럽 등 홍역 유행지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경우라면 1967년 이후 출생자 가운데 홍역 병력이 없고, 홍역 예방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MMR 예방접종을 최소 1회 이상 맞을 것을 권고했다.

의료인은 홍역 환자에 대한 노출 위험이 높고 감염시 의료기관 내 환자에게 전파 위험이 높아, 항체 검사 후 홍역에 대한 항체가 없는 경우 2회 접종을 권고한다.

국내 어린이 홍역 예방접종률은 MMR 1차 97.8%, 2차 98.2%로 높은 편이다. 다만 접종 시기가 안 된 12개월 미만 영아나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을 통해 퍼질 수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조자향 교수는 “우리 나라는 홍역 예방 접종률이 높다. 홍역은 보통 항체가 생기면 평생 면역이 생기지만 예방 접종을 해도 매우 드물게 홍역에 걸릴 수 있다”면서 “특히 어린이 여행객은 여행 피로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홍역 유행 국가를 여행 중인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사실 홍역 예방 접종이 국가예방접종이 된 건 1983년이며 2차 접종이 들어온 것은 1997년”이라면서 “완전한 예방접종 체계가 갖춰지기 전이라 20대, 30대에서 조금씩 면역이 낮은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83∼1996년생의 경우 홍역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4년 보고에 따르면 당시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이 항체 보급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령대라면 항체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없으면 예방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006327&code=61121911&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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