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다던 사랑니조차 버릴 게 없어요!

작성일2017-05-07

건강한 사람이 혈액 중 한 가지 성분만 부족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헌혈’이라 부르고, 헌혈한 혈액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곳을 ‘혈액은행’(적십자 혈액원)이라 한다. 교통사고와 재해로 인하여 급한 수술이 필요할 때 다량의 혈액이 필요하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을 위하여 준비하는 혈액은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치아은행’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발치된 치아를 이식할 수 있도록 가공처리 하여 보관하는 곳을 ‘치아은행’이라 하며, 이렇게 보관된 치아를 본인과 가족 또는 타인에게 이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한다. 나아가서는 치아를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서 자가치아이식재(뼈)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 연구는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시작되었는데 치열 교정이나 사랑니 발치, 사고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건강한 치아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이 없기 때문이었다.

발치한 치아를 그대로 두면, 치조골과 치아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치근막이 상하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가 없어 발치한 즉시 이식하는 치아재식술은 이미 시행이 되고 있었다. 냉동보관법을 시도해보았지만 냉동할 때에 조직 내의 수분이 얼거나 용해되어 세포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여겨졌는데 연구 결과, 치근막이 상한 치아에 일종의 콜라겐을 도포해 특수한 액체로 2~3주간 배양함으로써 치근막을 재생하였고 약한 자기장을 가하면서 며칠 동안 온도를 낮추어 최종적으로 영하 152도에서 어금니로 만든다든지 송곳니를 앞니로 만들 수 있게 되어 치아은행을 설립할 수 있었다.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많은 일들이 의학의 발달로 가능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삶의 질 향상’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고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치아를 보관해서 이용하는 방법보다는 치아를 처리하여 뼈로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이 많이 연구되었다.

최근 국내 인구의 초고령화로 인해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에서 어르신들의 치아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큰 목표가 되었다. 그래서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틀니 사용보다는 임플란트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이 증가하였다.

임플란트 시술시 건강한 턱뼈를 가지신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은 반드시 필요한 치조골 재생을 위한 이식술(bone grafting)을 많이 시행하게 된다.

이식재로는 자기골이식(자기뼈), 동종골이식(인체조직을 기증받아 만든 이식재), 이종골이식(소,말뼈), 합성골이식(인공적으로 만든 뼈)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식재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동종골이식과 이종골이식은 유전적인 질환이나 광우병 같은 전염성 질환을 옮길 수 있는 단점은 있지만 많은 양을 채취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가골이식은 동종골과 이종골이식의 단점은 없으나 뼈를 채취하는(갈비뼈등) 다른 부위에 2차 상처가 생기게 되는 단점이 있다. 대신 치아를 발치하여 뼈로 만드는 것은 그냥 버릴 수밖에 없던 치아를 사용하니까 큰 문제가 없고 미리 준비만 해두면 평생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치아를 보관해서 이식하는 방법과 버려지던 치아(사랑니 등)를 미리 뼈로 만들어 보관해두었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아은행의 일이기도 하다.

아직은 치아를 보관하거나 뼈로 만드는 일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은 치아은행이 생겨지면 고가의 비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고 인식의 변화로 활성화 되리라 여겨진다.†

공 윤 수
미보치과대표원장, 의학박사, 고려대학교의과대학외래교수

※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