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 유방암 8년새 16% ↑…‘쉼’ 없는 배란 탓

작성일2019-07-11

한 젊은 여성이 유방암 상담을 받고 있다. 중앙대병원 제공

20, 30대 젊은 유방암 환자가 8년새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늦은 결혼과 출산, 수유 감소,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등으로 인한 여성 호르몬 노출이 많아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 여성과 결혼을 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들이 늘면서 젊은 유방암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39세 유방암 환자 수가 2010년 대비 2018년 약 16%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유방암학회는 이 같은 추세라면 현재 20대인 여성 13명 가운데 1명은 살아가면서 유방암 환자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특징은 60~70대에 발병률이 증가하는 서양인에 비해 50대 이하 여성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20, 30대 여성 발병률은 서양인 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유방암은 유전적 요인,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연령 및 출산·수유 경험, 방사선 노출, 음식물(특히 고지방식), 음주, 환경호르몬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1.8배,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경우 1.5배,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있는 여성보다 1.4배, 모유수유하지 않은 여성이 수유한 여성보다 1.8배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폐경 후 체중이 10㎏ 증가했을 때 유방암 위험도는 80% 증가, 한 주에 3회 이상 술을 먹을 경우 위험도 50% 증가, 동물성 지방을 과잉 섭취했을 때 위험도는 2배 증가한다. 서구 식생활 및 생활습관이 있는 경우, 과거에 유방 수술을 받았던 경우에도 위험도가 올라간다.

중앙대병원 유방외과 김민균 교수는 11일 “최근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병율이 높아지는 것은 늦은 결혼과 저출산, 빠른 초경, 모유수유 감소, 비만, 피임약 복용 등이 원인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라카(BRCA)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으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최대 80%까지 높아진다. 출산 경험이 없거나 첫 출산을 늦게 한 여성,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및 불임 등이 있는 경우, 배란의 횟수가 증가해 ‘쉼’ 없는 배란으로 인한 세포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유전자 변이를 가진 세포가 암세포로 진행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배란을 많이 할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 결혼하지 않는 여성과 출산하지 않는 여성의 증가로 배란을 많이 하는 가임기 때 임신·출산으로 인한 배란 횟수가 줄어들지 않아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출산 후 수유를 하는 것도 배란 횟수를 줄여 유방암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암연구소(AICR)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모유수유를 하면 5개월마다 유방암 위험이 2%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연구에서도 모유수유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생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유수유가 배란을 지연시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노출 기회를 줄여주기 때문에 유방암 발생을 낮춘다. 하지만 결혼 여성이 수유를 기피하거나 미혼여성에서 임신과 수유로 인한 유방세포의 완전한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가 최근 젊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함께 보고 있다.

젊은 여성의 유방암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20세 이상부터 매달 자가 진찰 및 2년에 한번 전문의에 의한 유방진찰을, 35세 이후부터 매달 자가 검진, 매년 전문의에 의한 유방 진찰 및 2년에 한번 유방 촬영이 권고되고 있다.

유방암은 림프절 전이가 빨리 되는 질환으로 암을 진단받고 수술받기까지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신속한 검사와 수술이 필요하다.

실제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 후 한 달 이상 기다렸다가 수술 받은 환자는 한 달 안에 수술 받은 환자에 비해 사망률이 약 1.59~1.9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 검사와 진단, 수술 및 치료를 신속하게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치료에 있어 유방을 없애는 절제수술로 인해 유방을 잃는다는 상실감이 크다. 특히 미혼이거나 젊은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보다 심각한 고민과 걱정으로 우울감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70% 가량의 유방암은 부분 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유방을 보존할 수 있다. 선행 항암화학요법의 발전으로 유방 보존 가능 비율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민균 교수는 “최근 건강보험 적용(선별급여)된 표적 치료제의 병합 요법 등으로 특정 아형 유방암의 경우 선행 항암치료로 50% 이상 완전관해(암세포 소멸)를 이룰 수 있다”며 “유방 보존 수술의 경우에도 유방 모양의 변형을 최소화 하기 위해 ‘종양 성형술’을 많이 시행하고, 유방 모양의 보존을 위해 자신의 복부 또는 등 근육이나 내장지방, 피부 조직을 떼내 이식하거나 실리콘·생리식염수 보형물 등 인공 삽입물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복원하는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3485392&code=61121911&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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