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아파, 머리 아파”… 아이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작성일2019-02-26

처음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으로 등교 거부증이나 집단따돌림, 틱장애 등 정신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사진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와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고 촬영했다.

학교 갈 시간되면 아프다는 아이 부모와 떨어지는 것
두려워하는 ‘분리 불안’인 경우 많아
신체 증상에는 무관심하고 학교 가는 것엔 칭찬·격려를
주의 산만한 ‘ADHD’아이들 교사와 충분한 상담 통해
특별한 관심·협조 구해야


다음 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을 둔 엄마 이모(41)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고 소극적인 딸이 학교라는 단체 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 되서다. 어른과의 관계를 어려워하고 목소리가 작아서 유치원 교사와는 달리 좀 더 딱딱해질 선생님과의 관계가 가장 문제다. 이씨는 “선생님과 대화에 서툴면 공부나 친구 관계뿐 아니라 화장실 가기 같은 생리적인 부분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자칫 학교 가는 것 자체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씨의 불안은 지난해 비슷한 경험을 한 주변 엄마의 얘기를 듣고 더 커졌다. A씨(41)는 “아들이 그전까지 유치원을 잘 다녔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많이 달라져 적지않게 당황했다”고 했다. 아이가 어느날부턴가 매일 아침 울면서 일어나고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계속했다. 결국 한동안 병원 상담과 미술치료를 받고 나서야 조금씩 나아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을 때다. 한편으론 새 환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벌써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들도 있고, 그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잘 적응할 지,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시기이기도 하다.

을지의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는 25일 “매년 3월 신학기가 되면 ‘분리 불안’이나 학교 부적응 문제로 학교를 안 가겠다고 해서 부모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한 달에 3~4명 정도 된다. 보통 새학기 시작하고 1~2주 지나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방 교수는 “학기 초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잘 살펴서 불안감으로 나타날 수 있는 등교 거부증, 집단 따돌림, 주의력결핍, 틱장애 등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치료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아 기능이 약해 누구나 겪는 보통의 스트레스도 힘들어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불안 우울 짜증 등의 정서적 증상을 겪는다. 이런 경우 그냥 내버려두면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등교 거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학교 갈 시간이 되면 갑자기 배가 아프다거나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다고 떼를 쓴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한 부모들은 그들의 말대로 병원에 데려가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들을 뿐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부모는 아이에게 꾀병으로 몰아붙여 혼을 내기도 한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이 등교 거부증을 보일 때는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분리 불안’ 때문인 경우가 많다. 방 교수는 “이럴 땐 엄마나 아빠가 학교까지 함께 가고 담임의 협조를 얻어 수업시간에 같이 있거나 복도에서 지켜보는 등 아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배가 아프다, 어지럽다 등의 신체 증상에는 무관심하게 대하되, 아이가 학교 가는 것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노력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소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고려해 봐야 한다. 놀이 치료를 통해 분리 불안을 극복할 수 있고 불안의 정도가 심할 경우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쓰기도 한다. 간혹 아이보다 부모가 더 불안, 우울감을 느껴 과잉보호하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은연중 방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땐 보호자도 함께 상담받아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는 “학교 규칙을 몸에 배게 하려고 다그치거나 압박해선 안 되고 적응과정에서 겪는 실수와 작은 문제는 기다려줘야 한다. 또 아이의 독립적인 작은 성취에 대해선 기특해하고 격려해 주는 게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또래와 친하게 지내는 걸 어려워하거나 자기 자신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은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평소 자녀와 많은 대화를 하고 친구 사귀는 방법을 조언해 줄 필요가 있다.

주의가 산만하고 활동이 부산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들도 신학기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아무리 야단을 쳐도 조금 지나면 다시 산만해져 꾸지람으로는 별 소용이 없다.

집이나 학교에서 계속 야단 맞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고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업에 흥미를 잃게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만큼, 학기 시작할 무렵 교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도록 협조를 구해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로 ‘틱 장애’가 새로 생기거나 심해질 수도 있다. 틱은 본인이 의식하지 못한 채 시도때도 없이 특정 동작(이마 찌푸림, 눈 깜빡임, 어깨 으쓱댐, 머리를 끄덕이거나 흔듦 등)을 하거나 음성(중얼거림, 헛기침, 코 훌쩍임 등)을 내는 증상이다. 방 교수는 “아이가 너무 긴장하거나 불안해 할 수 있으니 부모나 교사가 지나치게 지적하거나 야단치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될 땐 ‘만성 틱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3780&code=14130000&sid1=h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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