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우리 아이, 어찌해야 할까요?”

작성일2019-04-21

“오늘 학교에 불려 갔다 왔습니다. 아이가 운동장에 멀쩡히 주차되어 있는 선생님의 차 유리창을 야구방망이로 박살냈다고 하네요. 손해배상을 해주는 것은 당연한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가슴이 떨리기 만 하고 아이를 볼 자신이 없습니다. 평소엔 말도 별로 없고 착한데 왜 한 번씩 ‘욱’ 하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없는 것처럼 행동할까요? 그 욱하는 성질만 죽이면 나무랄 데 없이 착한 앤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욱하는 한 면 만 보고 아이를 판단한다는 게 너무 속상해요.”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진짜 그렇게 부술 생각까진 없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똑같은 잘못을 했는데 나한테만 ‘넌 어째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냐. 하는 짓마다 그렇게 ○○○가 없느냐’고 하니까 갑자기 머리가 빡 돌았어요. 다른 애들과 같은 잘못을 했는데 왜 나만 콕 집어내냐고요. 빡 쳐서 운동장으로 나왔는데 선생님들 차가 주차된 게 눈에 들어왔어요. 진짜 그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유리를 박살 낼 때는 기분이 진짜 째지게 좋았는데 정신 차리고 나니 아차 싶었어요. 엄마가 학교에 오셨다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쪽 팔리기도 한데 어떻게 엄마한테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평소엔 바퀴벌레만 봐도 기겁을 하고 모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아이가 아무리 사춘기가 되었다고 학교에서 선생님 차 유리창을 박살냈다는 통보를 받으면 어느 부모나 가슴이 무너지면서 ‘내가 뭘 잘못 했나? 얘가 도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단지 사춘기니까 하고 지나가기엔 벌려놓은 일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처럼 느껴져서 더 두려워집니다.
그러나 선생님 차의 유리창을 깬 일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죄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고 기분이 나쁜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그만큼 자기의 자존감이 무너졌다는 뜻이겠지요. 아이를 두둔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상황이나 감정을 설명할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됩니다. 부모가 듣기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자기를 변명하더라도 묵묵히 들어줘야 합니다.

사춘기 아이를 돕는 방법은 능숙한 사후처리보다는 서툰 예방교육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예방을 해도 일은 순식간에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터집니다. 화산처럼 폭력적인 행동이 뿜어져 나올 때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아이의 가슴 안에 마그마처럼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노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평소에 그 선생님으로부터 혹은 친구들로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혹은 차별 하는 말을 듣거나 놀림을 받았겠지요. 자신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고 자존감은 무너진 상태에서 이번엔 선생님의 말이 아이의 감정에 누르지 말아야 할 스위치를 누른 것이죠.
이때 부모는 흔히 한 번 ‘욱’ 한 것으로 치고 모른 체 뒤처리만 하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꾸짖지 않고 매끄러운 일처리를 해주는 걸로 끝난다면 아이는 다음에 더 큰 일을 저질러 놓고도 당연히 부모가 알아서 처리해주리라는 학습을 하게 됩니다.

아이가 분노를 그렇게 표현하는 데는 순간적으로 자기의 위치, 정체성, 자기가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존귀함을 모르는 것은 자신을 존귀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인정해주는 부모의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험성적에 상관없이, “넌 미래에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귀하게 사용될 구별된 특별한 사람이다. 그러니 평소에 항상 그 자아상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너는 모르겠지만 하나님은 너의 인생에 놀라운 계획을 갖고 계시면서 네가 그 일에 맞는 그릇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계신다. 부모인 우리도 마찬가지다. 네가 어른이 되어 얼마나 거룩하고 귀한 일을 할 사람인지 기대하고 믿고 있다. 지금의 네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더 멋지고 훌륭한 사람으로 넌 성장할 것이다. 그러기 위 해서는 네가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키가 자라고 신체가 성숙한 것 못지않게 네 마음과 생각이 자라야 한다. 네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아주 중요하다. 특히 불공평하게 취급당했을 때 그 상황을 어떻게 다루는가는 너의 성격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소다. 너를 다른 사람과 구별해주는 특별한 아이로 만드는데 그런 나쁜 상황을 처리하는 방법이 너만의 무늬가 된다. 불평이라도 상대가 기분 상하지 않게 네가 지켜야 할 예의는 지키면서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항상 말해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자랑스러워야 합니다. 부모의 말이 아이를 그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화를 낼 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화를 내서 마땅한 경우는 없습니다. 화내는 대신 다르게 표현할 방법은 많이 있지요. 무엇보다도 아이가 오늘과 같은 상황을 또 만났을 때, 아니 오늘보다 더 정당하게 화를 내도 된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만났을 때 아이가 어떻게 그 감정을 다스릴 것인가를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려고 합니다. 옳고 그른 문제에서 어른들의 생각과 다르게 아이들은 부모의 정확한 Yes/No를 듣고 싶어 합니다. 아이가 욱해서 거칠게 행동하고 싶을 때 미래의 네 모습을 생각하라며 다르게 표현 하는 힘을 길러줘야 합니다. “그렇게 거친 말과 행동으로 너를 그려가기엔 넌 너무 소중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늘 해줘야 합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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