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쫓겨난 딸을 둔 부모님에게Ⅱ

작성일2018-07-19

문 : 지난번에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딸이 친정으로 쫓겨 왔다는 내용으로 선생님께 상담요청을 했던 사람입니다. 우선은 주신 말씀대로 딸아이에게 중심을 잘 잡고 있으라고 권고했고 딸아이는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직장에 출근하고 주말이면 저희와 시간을 보냅니다. 시집보내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한편으론 좋기도 하지만 이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좀 빨리 해결할 수는 없는지요?

답 : 따님이 중심을 잘 잡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따님도 대견합니다. 그래도 절대 성급하게 해결하려 마십시오. 때로는 너무 빨리 상처를 봉합하려는 것이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사위에게는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감정처리에 미숙해 자기감정도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모든 감정을 분노로만 처리하거나 스스로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더욱이 마음이 여리고 착한 스타일의 남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당사자가 느끼는 주관적 스트레스의 크기는 엄청납니다. 아내와 떨어져 있는 동안 자신이 결혼한 남자라는 사실, 거기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하나씩 받아 들이는 내면화의 과정을 가질 겁니다. 사실, 결혼 자체가 남자들에겐 충격적인 일이 된다고도 하는데요, 이것 때문에 결혼 전후의 남자들 이 작은 일에 격분하거나 우울감에 빠지고 아내가 될 자기 여자에게 시큰둥하게 대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것을 ‘marriage blue(결혼 전의 불안한 정신상태)’라고 하는데요, 한 여자를 선택함으로 여러 여자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사라지고 홀로 있을 때의 자유가 사라지고 수많은 의무가 부과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한 일시적 우울증 입니다. 실제로 결혼하고 나면 남자는 직장생활에 아내와 시간 보내기, 아기를 출산하면 아기 돌보기, 처가에서 사위 노릇하기 등등 복 잡해지지요.

문 : 딸아이가 신혼집 전세 만기일이 몇 개월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의논을 해 오네요. 명의가 딸 앞으로 되어 있으니 일방적으로 결정해도 될까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답 : 전세문제, 즉 재산문제는 오롯이 딸 부부의 몫입니다. 부모님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결정권은 없습니다. 따님으로 하여금 사위에게 전세 기간이 만료되어 간다는 정보만 전달하게 하십시오. 단,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유보하시는 게 좋습니다. 만약, 의견(바람)을 제시하면 저쪽에선 Yes와 No로 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더
위축되거나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정황에 대한 객관적 자료(fact)만 전 해주고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사위 쪽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 올 때 그 때 의견을 제시하시면 됩니다. 의견이 일치되면 좋겠지만 만약 다른 의견이라면 협상과 조율의 단계를 거치면 됩니다. 몇 번 연락해도 반응이 없다면 무응답도 하나의 표현이기 때문에 그 때는 어떻게 하겠다는 의견을 최후통첩으로 보내고 처리하셔도 됩니다.

문 : 앞으로 사위가 책임감 있는 남자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딸도 적잖이 실망하고 힘들어 하는 게 보입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마음도 안타까운 데 당사자는 오죽하겠어요? 혹 저러다 딸이 먼저 이혼문제를 거론하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혹 저희 딸 부부와 같은 사례들이 있는지요.

답 : 네. 따님 부부와 같은 사례는 최근에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기억할 것은 관계란 미숙한 쪽이 아니라 성숙한 쪽에서 풀 수 있으니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쪽은 따님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러니 부모님께서는 따님의 마음을 위로하고 지지해 주십시오. 사위가 선택한 방식은 부부 상담에서 ‘탈출구’라고 하는데요, 관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일이나 취미나 다른 외부의 일로 도망가는 것을 말합니다. 도망을 가든지 아니면 배우 자를 쫓아내는 방식이든 똑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것은 다시 신혼집에서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게 될 때에 이전과 다른 패턴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입니다. 이 때 성숙한 쪽이 미성숙한 쪽을 엄마의 가슴으로 받아주어야 합니다. 상담에서는 ‘품어주는 환경(holing environment)’이라고 하는데, 알이 부화되기 위해선 어미닭(어미새)이 일정기간 동안 진득하게 품어주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원래는 결혼하기 이전, 성장한 원가정에서 부화되어 왔어야 맞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배우자가 부화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부화 이후엔 조금씩 성장해서 마침내 책임감과 선택의 능력을 갖추게 하는 과정이 또 필요하고요. 그 과정에 많은 기도와 눈물이 필요합니다.†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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