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쫓겨난 딸을 둔 부모님에

작성일2018-07-15

문 : 결혼 한지 1년도 안 된 딸이 친정으로 왔네요. 사위가 “더 이상 너하곤 못 살겠다. 그동안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라며 친가로 갔다는데 딸은 이유를 모르겠대요. 결혼 후 지금껏 집에서 단 한 번도 불평을 내 뱉은 일이 없는 사람이었고, 평소 설거지, 청소, 식사를 도맡아 해 주던 사람이었거든요. 저희가 보아도 딸 부부 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큰 싸움은커녕 티격태격 말다툼을 한 적도 없고 평소에도 늘 조곤조곤 말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제가 결혼할 때 남자들과 비교해 보면 상상도 안 될 정도지요. 그렇다고 딸의 성격이 괴팍하다거나 게을러터졌거나 이기적인 것도 아니에요. 성격도 좋고 외모나 학력이나 직업으로 보아도 어디 하나 부족한 게 없어요. 딸이 집으로 온 이유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서입니다. 친가에서 출퇴근을 하는 사위가 언제 다녀갔는지 신혼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놓았대요. 아무리 시도해 봐도 열수 없고 신랑과는 연락두절이라 할 수 없이 친정으로 왔어요. 지금은 화가 나기보다 도대체 저러는 이유가 뭔지 궁금증만 커요. 정말 왜 그럴까요?

답 : 최근에 이런 사례가 많아지고 있네요. 성실하고 착한 남자들, 자상하고 친절한 남자들, 뭐 하나 부족한게 하나도 없는 남자들, 게다가 가사일도 여자를 능가할 정도로 잘하는 남자들이라 퇴근하면서 주방으로 직행해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청소는 물론 빨래도 도맡아 하고 심지어 아기 기저귀 갈아주는 일까지 척척 해내는 그런 남자인데 어느 날 별거나 이혼이라는 폭탄을 터뜨리는 경우입니다. 그러니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지요. 일반적인 논리로는 설명이 안 되니까요. 그 이유는 사위가 너무 착하게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학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고 교회도 다니고(신앙생활이라기보다) 성장해서 직장인이 되었고 결혼적령기가 되어 결혼했습니다. 너무 착하게만 살아왔다는 말은 마치 비닐하우스에서만 살아온 것과 같습니다. 비닐하우스는 식물에 맞게 모든 환경을 제공해 주지요. 그러나 결혼과 세상은 자연환경과 똑같습니다. 식물은 자연에 맞춰 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쉽게 죽어버리죠.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관계의 기술들을 익힙니다. 예전에 대가족이라 식구가 많았던 집안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지요. 요즘 같이 핵가족과 아파트로 대변되는 환경은 비닐하우스와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문 : 그래도 지금 모양새는 제 딸이 쫓겨난 것 아닐까요? 사람들은 사위가 힘들어 못살겠다며 집을 나갔다면 그건 제 딸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부당한 요구를 너무 많이 했거나 아니면 자격미달의 언행을 했다고 여길 텐데요. 마음도 이해가 되고 아이 마음도 이해가 되는데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네요.

답 : 쫓겨났다면 사위가 집에 있으면서 따님을 친정으로 가라고 해야 맞지요. 더구나 사위가 임의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어 못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친정으로 왔다면 그건 쫓겨난 개념이 아닙니다. 사위가 비닐하우스에서만 자랐기 때문이라고 설명 드렸는데요, 그렇다면 그 다음 과정은 노지에서 자라게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마 사위는 자기가 헌신하기만 하면 원만한 결혼생활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었을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알고 정신적 붕괴를 느꼈을 테구요. 그래서 자기는 집을 나간 것이지만 가장 크게 상심한 사람은 아내인 따님입니다. 그러니 우선은 따님의 마음부터 충분히 위로하고 다독여 주시기 바랍니다.

문 : 그럼 이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정말 이혼까지 생각 해야 하는지요?

답 : 부부문제 해결방안으로 이혼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혼을 한 이상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결합된 가정이라는 단위가 생성되었기 때문에 쉬 관계를 끊겠다고 나서는 일은 성급합니다. 사위가 집을 나간 것은 이유가 정당하든 아니든 자기 입장에선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것을 표현해 온 겁니다. 부부 문제는 두 사람 중에 성숙한 사람 쪽에서 풀어야지 미성숙한 쪽에서는 절대로 풀지 못합니다. 그래서 둘 중 한 사람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하는데, 사위가 집을 나갔다면 중심 잡을 대상이 아니니 따님이 중심을 잡아야지요. 따님이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그저 주어진 일상을 열심히 살면 됩니다. 또, 집을 나갔다는 것을 문제 삼지 말고 일종의 타임아웃으로 여기십시오. 타임아웃이란 부부가 서로 싸우다가 어느 한쪽에서 감정적으로 폭발할 것 같을 때 잠시 휴전을 요청하는 방법입니다. 감정이 격앙되었을 때는 냉정한 이성이 발동될 수 없으니까요. 자발적인 타임아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상태는 타임아웃이 발효된 상태라고 보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병준 목사
상담학 박사, 파란리본 카운슬 링&코칭,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 <니들이 결혼을 알어?>, <우리 부부 어디서 잘못된 걸 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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