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말씀이 자꾸 잔소리로 들려요!

작성일2018-07-15

문 :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수연이에요. 선생님 덕분에 기말고사 시험은 전교 1 등이에요~^^
요즘도 가끔 지칠 때면 선생님 글을 프린트해서 읽기도 한답니다. 근데요. 민망하지만 문제가 또 생겼어요. 바로 제 사춘기 문제에요. 제가 올해 들어서면 서부터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아이돌에 자꾸 눈이 가요. 다행히 공부는 하루에 몇 시간씩 꼬박꼬박 열심히 하고 있어서 공부는 괜찮아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가도 자꾸 스마트폰으로 아이돌의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게 돼요. 한 번은 엄마가 “공부하는 줄 알았더니 쓸데없는데 시간을 보낸다”고 혼을 내셨어요. 저는 엄마에게 관심이 필요한 착한 딸로 보이고 싶은데 혼이 나고 말았어요.

답 : 이유 없이 그냥 좋은 나만의 우상이 생기고 여태까지는 괜찮았던 부모님의 말씀이 듣기 거북한 잔소리로 여겨지는 마음의 변화를 사춘기 문제로 표현하는 걸 보니 섬세한 촉수를 가지고 있군요. 수연 양 말처럼 그 변화들은 사춘기 증상 중 의 하나입니다.
먼저 아이돌에 대해서 생각해 보죠. 스마트폰은 별처럼 멀리 바라만 보았던 스타들의 일상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만들어주었죠. 나의 영웅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언제든지 알 수 있는 만큼 난 그를 응원하고 지켜주는 군인(Army)이 되는데 기꺼이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죠.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아이돌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것은 순간이죠. 이런 변 화를 부모님은 쓸데없는데 정신을 쏟는다고 걱정할 수 있어요. 문제는 아이돌이 좋은 만큼 그것을 저지하는 부모님에 대한 저항도 커진다는 것이죠. ‘공부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아오는 데 왜 우리 엄마는 이런 것도 이해를 못하실까. 다른 친구들은 나보다 공부를 못해도 부모로부터 풀 서포트를 받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 거예요.
누군가 그냥 좋아지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이죠. 다만 우리의 마음은 둘로 나뉘면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보다는 재미있고 즐거운 일로 더 쉽게 움직이게 되요. 처음엔 물론 공부하다 ‘몇 분 정도야 괜찮아’ 했지만 그 몇 분이 한 시간이 되고 하룻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죠. 부모님은 그 변화를 걱정하시는 거죠. 이렇게 해 보세요. 25분 단위로 알람을 맞추고 공부만 집중하다 알람이 울리면 나의 영웅을 5분간 보는 거예요. 5분 후에 다시 알람이 울리면 25분은 공부에만 집중 하는 거예요. 이른바 ‘토마토 공부법’이에요. 똑같은 한 시간 공부지만 50분은 집 중하고 10분은 아이돌을 보는 거죠. 네 번 그렇게 집중하고 나면 이번엔 20분 정도 긴 시간을 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죠. 부모님도 그렇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을 놓을 거예요.

문 : 예전에는 아무리 길어도 기분이 좋지 않아도 끝까지 경청했던 부모님의 말씀 이 모두 잔소리처럼 여겨지고 대화가 점점 힘들어요. 처음에는 분명히 웃으면서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어느 정도 지나면 대화가 아닌 훈화가 되어요. 그래서 저는 아무 말 않고 있고, 저를 일방적으로 꾸짖으시는 방식이 되는 거죠. 옳든 그르든 전 그냥 듣고만 있어요. 괜히 말 했다가 30분이면 끝날 이야기가 1시간이 되니까요. 절대 울지도 않아요. 울면 더 화를 내시거든요.

답 : 부모님 앞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고 있다가 방에 들어가서 혼자 울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나는 내 생각을 말했는데 부모님은 내 말을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말대꾸나 반항으로 받아들이니 억울해서 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더 참게 되겠죠.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참을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혼자 방에서 울어야 할까요?
부모님께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어요. 눈물을 그치고 나면 문자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보내 보세요. 부모님도 그 순간은 화를 내셨지만 문자를 보면서 수연 양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대화를 할 때 부모님은 말의 내용에만 신경을 쓰느라 말의 톤이나 얼굴표정은 아마 신경을 쓰지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잘하라는 말씀을 하셨으니까요. 그러나 수연 양은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 내용보다는 부모님의 표정이나 말투만으로 ‘나에게 화를 내고 계시는구나’ 하고 받아들이죠. 사실 부모님은 화를 내시는 게 아니라 걱정을 하고 계 신 거예요. 얼굴을 보면서 하는 대화는 표정을 살펴가면서 보디랭귀지까지 보게 되니 좋은 면도 있지만 십대와 부모의 대화에선 자칫 표정과 태도 때문에 서로가 반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위험이 많아요. 관심이 간섭으로, 의견이 말대꾸로 여겨지는 거죠.

문 : 하지만 부모님은 그래도 저를 위해 주시는 분이시잖아요. 그렇지만 제가 정말 이러다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선생님께 조언을 구해요.

답 : 부모님께서 무엇을 요구하시든, 뭘 말씀하시든 결국은 나를 위해서 하신다는 믿음만 있으면 부모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가 쉬울 거예요. “엄마, 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신 말씀이죠. 엄마가 자랑스러워하는 딸이 되도록 노력할 게요. 엄마, 사랑해요. 저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이런 문자로 엄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사랑은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해야 서로 알 수 있어요. 정말 무서운 것은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시간을 죽여도 어떤 말도 하지 않는 무관심이에요. ‘부모님께서 나를 포기하지 않고 기대하고 계시는구나’ 감사하는 생각을 하면 스트레스 레벨이 쑤욱 내려갈 거예요. 6분의 독서도 스트레스를 56% 정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스트레스가 쌓이기 전에 내 마음을 자꾸 긍정적으로 바꿔 보세요.†


강금주 변호사
지난 30년간 <십대들의 쪽지>를 통해 십대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살아온 청소년 전문 상담자이자 발행인,
호주 변호사, 저서로는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사춘기 대화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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